한밤중, 터덜터덜 집으로 들어왔는데, 문 앞에 놓인 사과 박스 하나.
혹시?
저것이 하늘에서 떨어진 돈다발이었으면 이번 추석을 보내기에는 더없이 좋겠다,
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아쉽게도 진짜 사과였다.
보내지 않아도 될 사과였으나 되돌려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과.
* 한때 사회과학의 준말로 많이 사용했다. 가물가물한 그 때 기억.
* 사전에는 사과나무의 열매,라고 적어놓았는데 사과나무가 뭔지 모르면 말짱 도루묵이다. 밥 보다 과일을 더 좋아했고 더 많이 먹은 적도 많지만 지금은 과일 먹기가 두렵다. 너무 비싸다. 언제부터 사과나 배나 복숭아가 한 개에 천원이 넘었지? 뉴튼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만들었다고 하는 웃기는 스토리를 만들어낸 장본인이자, 왜 태어날 때부터 인간은 죄를 안고 태어나는지 설명하게 위해 도입된 과일이기도 하다.
* 용서를 빌다.
* IBM과 함께 컴퓨터를 두 개의 진영으로 나눈 애플사의 이름이자 로고.
* 돈은 없지만 음악성은 있는 뮤지션을 키우겠다며 비틀즈가 설립한 레이블 이름. 뜻은 좋은데 결과가 나빴으니 문닫은 건 잘한 일이다. 그리고는 애플사와 거액의 소송을 벌였다. 결과가 어떻게 났는지는 관심밖의 일이다. 이기거나 말거나.
수잔 베가
Suzanne Vega의 1996년 앨범 「Nine Objects Of Desire」(A&M, 1996)의 커버.
항상 이 앨범 커버에 관련된 커버/스토리를 쓰려고 했는데, 이제야 쓰게 되었다.
수잔 베가가 미첼 프룸
Mitchell Froom과 결혼한 후 아이도 낳았고, 그 행복의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만든 앨범이라 어두운 구석은 별로 없다. 앨범 프로듀서는 미첼 프룸.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이라는 영화에 <Caramel>이 등장했다고 하는데 영화를 못봤으니 확인 불가.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Casual Match>와 <No Cheap Thrill>, 그리고 <Lolita>다. 이 앨범에 특별한 기억이 있어서 요즘은 꺼내듣지 않는다. 불편하지는 않은데... 오늘 한번 들어볼까?
뒷배경의 초록 배경과 수잔 베가가 들고 있는 초록 사과가 잘 어울린다. 덕분에 살짝 치켜올린 입꼬리도 한꺼번에 눈에 들어온다. 사진은 인물 사진에 탁월한 앨버트 산체스
Albert Sanchez의 작품. 그의 홈페이지에 가면 여러 사진이 있다. (플래시 파일의 로딩이 길어서 짜증날 수도 있어서 링크를 클릭하면 웹 표준에 맞지 않는 새창으로 열리게 했다. 그동안 계속 읽어주시길^^ [
홈페이지 가기])
앨버트 산체스는 아이디어가 조금 부족한 건지 수잔 베가의 사진을 찍을 때 이 자세가 너무너무 맘에 들었는지, 미셸 브랜치
Michelle Branch의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도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토리 에이모스
Tori Amos도 수잔 베가의 사진이 기억에 남은 모양이다. 'The Beekeeper'의 악보집에 들어갈 사진을 찍는 포토 세션에서 수잔 베가와 같은 폼으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원죄라고? 웃기고 있네. 원감각이겠지"라며 'original sin'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Original Sinsuality>를 위해 이 사진을 찍었으니 수잔 베가와 미셸 브랜치와 토리 에이모스의 사진 가운데에서는 노래와 가장 밀접한 사진이다. 토리 에이모스의 사진을 누가 찍었는지 책에 나와있지는 않지만 앨버트 산체스가 찍은 것 같지는 않다.
제프 벡 그룹
Jeff Beck Group의 두번째 앨범 「Beck-Ola」(EMI. 1969))는 파릇파릇한 사과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웠다. 제프 벡 그룹의 음악과 전혀 상관없는 것 같은데... 굳이 떠올리자면 모두 머리에 꽃을 꽂는 시기에 난 파릇파릇한 소리에 관심을 가지련다... 정도?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 커버에 이처럼 엉뚱한 해석을 덧붙이면... 커버가 보여주려고 한 의도는 빵점이다. 그렇지만 거대한 성에 갇힌 사과라는 재미있는 표현 기법을 보면, 제프 벡의 사과는 굉장히 멋진 초현술주의 작품이 된다.
제프벡 그룹이 어떤 음악을 하는지 모른다면, 누가 이것을 영국의 블루스롹 앨범이라고 생각할까? 어쨌든 파릇파릇한 사과, 탐스럽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001년에 설립되어 이모코어 밴드의 앨범을 전문으로 발매한다는 레이블 밀리샤 그룹
The Militia Group의 아티스트 샘플러 「The Militia Group Present... Kumquats & Apricots」(The Militia Group, 2006)의 커버다.
사과를 왜 들고 있을까? 전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 앨범 커버 속 사과는 반짝반짝 빛난다.
이 앨범도 왜 사과를 그려놓았는지 짐작조차 할 수도 없다.
페트롤
Petrol 레이블에서 각 나라의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을 고루 수록한 컴필레이션 시리즈를 만들었는데, 아일랜드 편의 앨범 커버에는 사과가 등장한다. 하긴 음식이나 과일로 한 나라를 대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생각한다면, 굳이 사과가 왜 아일랜드를 상징하는지 아닌지 따질 필요는 없겠다. 우리나라의 대표 과일은 무엇일까? 씨없는 수박? 하하.
참고로 페트롤 레이블의 다른 나라 앨범 커버들을 보면 이해가 갈 듯 말 듯하다.
샤키라
Shakira가 2005년에 발표한 「Oral Fixation, Vol. 2」(Epic, 2005)의 커버는 성경을 인용하고 있다.
마이크 도허티
Mike Doughty의 2008년 앨범 「Golden Delicious」는 사과는 아니지만, 여성 아티스트들의 커버 아트와 유사하다는 의미에서 참고로 올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