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다.
김동유,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
김동유의 작품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그림 경매사에서 최고가를 기록했다며 언론에서 시끄러웠던 2006년 5월이었다. 이번에는 '붓다와 박생광'으로 다시 한국 최고가를 기록했다며 난리다.
미술품이 비싸게 팔려나가면 좋은 사람은 있겠지만, 요즘 들어 경쟁이나 하듯 신문에서 그림의 가격을 따지고 아홉시 뉴스까지 경매 소식을 전한다. 비싸게 팔려서 한국 미술품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착각에 빠진 것은... 옆에서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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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칼럼] 화가 김동유와 마오쩌둥 특히 칼럼이라고 써놓은 걸 보면, 가관이다. 얼마전까지 시골 농가와 외양간을 개조한 화실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이야기까지 하는데... 그게 어쨌다는 말일까? 적어도 그럴 듯한 화실 하나는 챙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인가. "김동유처럼 필요하면 마오쩌둥도 동원하는, 세계화된 안목과 전략을 우리 화가들도 갖춰야 한다."는 맺음말을 읽고 나면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온다. 억지로 뜻을 이해하려고 하면 이해못할 말은 아니지만, 이런 결론이라면 진짜 속뜻은 '작품을 팔아먹고 싶다면 부시 대통령의 화장실이라도 뒤져서 작품의 소재로 쓰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우리나라 작품 가격이 올라갈 때 쯤해서 "내가 십년전에 그런 주장을 칼럼에서 했다구. 나는 선구자로 대접해줘야 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이 철철 넘친다.
아, 이런. 삐딱선을 타기 시작하니 끝이 없어진다.
이런 이야기하려는 게 아닌데. 경매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 나오면서 불쾌해졌다.
분위기를 정리하자.
여기는 음반 커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커버/스토리인데.
오늘의 커버 스토리는 김동유의 그림과 같은 형식으로 만든 커버 이야기다. 직접 손으로 그린 것이냐 컴퓨터를 이용한 것이냐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토니 베넷 Tony Bennett의 78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 앨범 「Duets: An American Classic」(Columbia, 2006)의 커버다.
빼곡하게 적어놓은 이름은 토니 베넷과 듀엣으로 노래한 아티스트들. 이 앨범이 토니 베넷을 위한 앨범이기 때문인지 함께 노래하면서도 토니를 위해 슬쩍 물러나 있어 같이 참여한 아티스트 때문에 이 앨범을 듣는다면 조금 아쉬울 듯하다.
김동유의 그림이 마릴린 먼로의 그림 속에 마오쩌둥의 모습을 그려넣어 완성한 것처럼 토니 베넷의 이 앨범 디자인 역시 같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활짝 웃는 토니 베넷의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의 사진으로 꾸민 이미지들이다. 모두 다른 이미지는 아니다. 색상을 조절해 적당하게 채워넣었다.
커버를 자세히 보면 여러 이미지들이 겹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티스토리의 사진보기 플러그인이 제대로 작동하기만 한다면 훨씬 크게 스캔해서 올려놓을 수도 있는데 기분 내키는 대로 작동하는 바람에 그냥 일반 사이즈로 올려놓았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일부분 확대.
어떤 이미지를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이미지가 모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법은 김동유의 작품 이전에도 많았다.
요즘은 아주 간단한 프로그램만으로 모자이크 아트를 할 수 있다.
(관심이 있다면
Mosaic Creator라는 프로그램을 찾아보길. 여러 장의 사진을 붙여 모자이크 기법으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으로, 이미지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동영상에도 모자이크 기법을 사용할 수 있고 예전 도스 시절에 많은 사람을 감탄하게 만들었던 아스키코드 아트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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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만들면 억!이고, 컴퓨터로 만들면 흥!일지 모르지만, 이미지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생각해보면, 그리 독창적인 것도 아니다.
따지고 보니, 솔직히 앤디 워홀 Andy Warhol도 별 것 아닌데...
그 깊은 예술의 세계를 이렇게 천박한 시선으로 바라본 것을 용서하길. 하하.
추가:
마이클 잭슨
Michael Jackson이 뮤직 비디오로 발표한 작품을 모아 LP 미니어처 형태로 재현한 20장짜리 박스셋 「Visionary: The Video Singles」(Sony, 2006)도 모자이크 기법을 사용한 커버.
제임스 블런트 James Blunt의 두번째 앨범 「All The Lost Soul」(Warner, 2007) 역시 자신의 사진을 이용해 모자이크 기법으로 완성시켰다.
(하지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고작 두번째 앨범을 발표했을 뿐인 그의 일상 사진들은 간간이 불편하기도 하다. LP가 아닌 것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