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언제까지 비틀즈 The Beatles일 것인가?
글쎄... 대중음악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겠지.
라고 이야기한다고 해도 최근 음악 팬에게 비틀즈는 때때로 지겨움의 대상이다.

시도 때도 없는 비틀즈 이야기, 적당하게 그들을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 가끔은 피하고 싶다.
아니 비틀즈를 어느 정도 안다고 해도 이야기의 끝에 늘 비틀즈가 등장한다면 지겹다.
혹시 모르겠다. 90년대 이후부터 음악에 빠졌다면 그 자리는 비틀즈 대신 너바나 Nirvana가 차지할 것이다. 그 음악팬들은 대중음악 명반 1위의 자리에 너바나의 「Nevermind」가 올라가지 않은 리스트는 일단 부정의 대상이다.
도대체 무엇이 너바나 대신 비틀즈를 1위에 올려놓아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는 건, 그저 나이와 세대의 문제일 뿐일까.

The Beatles 비틀스
고영탁 지음/살림


※ 책 이미지나 링크를 누르면 알라딘으로 이동합니다.

'비틀스'(살림, 2006)의 저자 고영탁은 이미 '인도음악여행'이라는 책을 통해 비틀즈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는 조지 해리슨을 중심으로 비틀즈를 읽는 방식을 보여준 셈이다.
그의 관심은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과 링고 스타가 아니라, 가장 인도음악에 헌신한 조지 해리슨이다.
이 책도 그런 느낌이 (조금) 든다. "이 책에서는 비틀스가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해나갔는지 그 변동과정을 살펴본다. 그리고 그러한 발달과정이 당사자들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도 알아본다"고 적은 저자의 언급에서는 조지 해리슨에 대한 관심을 직접 드러내지 않지만 실제로 책에서 서술하는 사건의 언저리에는 항상 조지 해리슨이 있다.

하지만 비틀즈의 음악에서 조지 해리슨이 차지하는 부분은 그렇게 많지 않으니, 이 책이 조지 해리슨을 중심에 놓고 있다는 말을 할 수는 없다. 조지 해리슨이 폴 매카트니나 존 레논보다 음악적으로 뒤진다는 뜻? 아니, 그건 아니다. 비틀즈의 음악에서 핵심은 누가 뭐라 해도 폴 매카트니/존 레논이다. 이 사실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리 조지 해리슨 중심의 비틀즈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것이 온전한 비틀즈 이야기가 될 수는 없다.
이 책에서도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조지 해리슨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조지 해리슨은 존과 폴에게 억눌린 피해자, 링고 스타는 화를 내지 않는 무던한 성격'이라는 '너무나 익숙하고 잘 알려진, 그래서 도식적인' 비틀즈 스토리와 마찬가지 시선이 되어버렸다. 물론 이 도식이 틀린 것은 아니다. 조지 해리슨은 앨범에 두 곡 이상 수록하는 것을 통제받았으니 피해자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음반만큼 많은 비틀즈 관련서적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비틀즈 까뒤집어보기 식의 도발은 아니더라도, 왜 그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해석 (또는 해설)이 있었다면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 책은 저자의 의도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상태에서 비틀즈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조지 해리슨에 대해 애정을 품고 있다고 해도 이야기의 흐름은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말이다. 네 멤버에게 고르게 시선을 주기 위해서 96페이지짜리 이 문고판의 지면은 턱업이 부족하다. 그러니 비틀즈의 이야기는 존과 폴을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비틀즈 입문서의 입장에서 썼다면, 존과 폴을 중심에 놓는 것이 더 현명하다.)

그렇지만 아직 비틀즈를 읽는 '나만의 방식'을 갖지 못한 독자에게 이 책은 비틀즈에 접근하는 가장 빠른 길을 제시해준다. 네 멤버에게 고르게 비중을 두는 중용의 미덕을 발휘해 서술할 수도 없었지만, 의도적으로 특정 부분을 누락시키거나 부각시킨 서술도 없다.

비틀즈를 읽는 법에 정도는 없다.
자기 나름대로 비틀즈를 대하는 방식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
비틀즈에게 일어난 사건의 앞과 뒤에 붙이고 싶은 의미와 붙여야할 의미는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때는 분명 '당신만의 비틀즈 독법'이 생겼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때 쯤이면 비틀즈는 아직도 할말이 남아있는 밴드로 변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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