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200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평범해서,
12시 쯤 점심 먹을 시간입니다라고 이야기하거나,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표어처럼 말하지 않아도 머리속에 깊숙하게 자리잡은 고정관념이거나, 애국가를 방송하기 직전에 "지금까지 시청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상투적인 발언으로 끝을 맺는 TV를 보는 것 같거나, XP를 깐 컴퓨터의 부팅이 거의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새로운 시작' 표시와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도, 2007년에는 새해가 밝았고.
안부 인사 한번 하지 못한 분에게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ㅠ.ㅠ"라는 문장으로 마무리하는 새해 인사 겸 일과 관련된 메일을 받았고.
그리고 지난해 말까지 예정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이제는 집에 처박혀,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쓴다고 끄적거리고 있으니 새해는 새해인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2007년 새해를 빛내줄 '태양 커버' 앨범을 찾아보았는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일출 장면을 담은 사진은 달력에서는 흔하지만 앨범 커버로 삼기에는 너무나 평범했기 때문인지 그런 사진을 커버로 한 음반이 없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불렀다는 가곡을 여성의 목소리로 불렀다는 사실보다 그 시대의 호흡처럼 절제와 유려함을 동시에 갖췄다는 강권순의 가곡 앨범 「천뢰: 하늘의 소리」(C&L, 2004)의 커버를 보고는 바로 이거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흔히 보는 일출 사진이 아니었다. 적어도 태양은 수평선에 반쯤 걸쳐 있으며 한줄기 강렬한 햇빛이 물을 좌악 가르고 있으며, 바다만 찍기 밋밋하므로 배 한 두척 정도는 렌즈에 잡혀야 하며,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 사진 윗부분에 소나무 가지 한두개 쯤은 찍혀주어야 한다. 이 앨범 커버를 보니, 저 해는 일출이 아니라 일몰인 것 같다.
(일출에 비해 일몰은 태양빛이 넓게 퍼져 있으며, 그 해는 하늘에 떠 있어야 하며, 안개처럼 구름이 좌악 깔려 있어야 분위기가 더 살며, 수평선보다는 바닷가의 얕은 산이 있는 것이 달력용 일몰 사진의 ABC다.)

결국 그런 일출 사진은 달력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대신 어쨌거나 태양이라고 보이는 앨범 커버 몇 장을 골랐다.




킹 크림슨은 "신경질적인 로버트 프립 Robert Fripp 선생의 기타"라는 묘사만 있으면 더 이상 앨범 리뷰나 트랙 리뷰가 필요없다.  (물론 이건 지나친 과장이지만, 지나치게 똑같은 리뷰를 지나치게 많이 봐왔으니 하는 말이다.) 「Larks' Tongues In Aspic」(EG, 1975) 역시 마찬가지. 이 앨범 커버는 보다시피 태양이 달을 품고 있는 형상인데, 해석은 여러가지로 할 수 있겠지만 정확하게 하긴 힘들겠다. 이 단순하지만 멋진 커버는 런던의 Tantra Designs에서 만들어낸 이미지다.
태양의 얼굴이나 달의 얼굴에서 중국 또는 일본의 민화에서 본 듯한 그림체지만, 실제로 음악에서는 그 나라의 느낌은 없다. '신경질적인 로버트 프립 선생의 기타'가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Larks' Tongues In Aspic>은 이 앨범을 대표하는 트랙이고, 조용한 곡을 원한다면 <Exiles>을 추천하는 것이 좋겠다. (앨범 타이틀곡 <Larks' Tongues In Aspic>은 27년 뒤인 2000년 발표 앨범 「The ConstruKction Of Light」(PonyCanyon, 2000)에서 이 앨범 이후 파트가 공개되었다.)




데뷔와 동시에 80년대 영국의 뉴웨이브 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멋진 듀오 티어스 포 피어스 Tears For Fears의 앨범 「The Seeds Of Love」(Mercury, 1989)의 커버 속에도 수많은 형상과 함께 태양이 살짝, 그렇지만 큰 비중으로, 자리잡았다.
데뷔 앨범과 두번째 앨범에 비해 소울풀한 롹 사운드로 초기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은근슬쩍 (반전이나 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다룬) 정치적인 발언을 하던 기존 입장과 마찬가지로 이 앨범에서는 페미니즘적인 시선을 담아놓아 정치색을 여전히 이어갔다. 앨범의 톱트랙 <Women In Chains>가 그런 시선을 드러낸 노래다.
하지만 이 앨범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밝고 경쾌한 비틀즈 스타일의 노래이자 앨범 타이틀 곡인 <The Seeds Of Love>다. 커버에 등장한 이 많은 이미지들은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소품들. 비틀즈 스타일로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의 80년대 비전을 제시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만 좋아하면서 듀오는 이 앨범 이후 제갈길을 찾기 시작했다.




한국의 뮤지션 어쩌구 저쩌구 할 때 (한국계 뮤지션이 아니라 한국 뮤지션!) 가장 먼저 거론되어야 하는데도 마치 최근에야 한국 뮤지션들이 외국 음악계에서 눈에 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런 건 웃기는 일이지 않을까.
내가 처음으로 들었던 포폴 부의 음반 「Hosianna Man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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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strial Harmonies, 1973)에서 Jung Yun이라는 이름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읽어도 이 사람은 한국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윤정일까? 정윤일까. 자료를 뒤적이고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야 윤정이 맞고, 윤정은 틀림없는 한국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이름을 거론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윤이상의 친딸이라는 사실도 추가로 알게 되었다.
사실 포폴 부는 플로리안 프리케 Florian Fricke가 주도권을 가진 밴드였는데, 이상하게도 윤정의 그룹처럼 생각한 건, 괜한 자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한국인이 이런 세계적인 밴드의 멤버였다니... 같은 류의.
이 앨범의 타이틀은 '지고지순한 행복'을 뜻하는 독일어다. 포폴 부의 네번째 앨범으로 윤정은 이 앨범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2004년에 독일의 SPV 레이블을 통해 포폴 부의 모든 앨범이 리마스터링을 거쳐 재발매되었는데,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한 <Be In Love>에는 보컬로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처음 표기와 달리 윤정의 영어 표기는 Djung Yun으로 바뀌어 있다.)
위의 버전이 재발매 커버이고 아래쪽이 오리지널 커버다. 이게 태앙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구름을 뚫고 강렬한 빛을 내는 흰 구체가 태양일 것이라고 생각해 선택했다. 지고지순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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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은 아직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프로그레시브 롹 앨범. 웬만한 프로그레시브 롹 앨범은 어떻게든 들어보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지만, 필 만자네라 Phil Manzanera가 참여했다는 콰이엇 선 Quiet Sun의 앨범은 그냥 커버만 감상하기로 했다.
음악을 듣는 것이 고통에 가까워, 내가 지금 왜 이 음악을 듣고 있나, 싶은 켄터베리 계열 음악이라는 소개글만 봐도 머리가 아프다.
이것도 태양인지 아닌지 의심이 가지만 밴드 이름이 태양이다 보니, 해가 아니라 달에 더 가까워보이지만 태양일 것이라는 생각에 추가로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클레이메이션을 연상시키는 동화같은 커버와 따뜻한 음악으로 포크롹 팬을 사로잡은 주디 다이블 Judy Dyble과 재키 매콜리 Jackie McAuley를 중심으로 한 포크롹 밴드 트레이더 혼 Trader Horne의 앨범 「Morning Way」(Dawn, 1970)이다.
커버 디자이너는 앨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대신 게이트 폴드 커버로 제작한 안쪽 면의 일러스트를 그린 슬리브 디자이너만 찾을 수 있다. 폴 윈터 Paul Winter가 그렸다. 커버도 그가 제작했을까?
아무튼 이 앨범은 영국 포크롹의 우울이나 미학보다 훨씬 감성에 가까운 앨범이다. 톱트랙 <Jenny May>도 좋지만 이 앨범의 최고 트랙은 두번째 수록곡 <Children Of Oare>일 듯. 커버만큼 따뜻하고, 음악만큼 따뜻한 앨범. 언제든 한번 듣기를 권하는 앨범.

휴. 이렇게 해서 태양이 떠오른 지 이미 3일이나 지난 2007년의 첫 포스트를 무사히 끝냈다.
모두 태양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추가]
가끔 가는 중고음반 쇼핑몰 Usedcd의 세일 메일을 받고 가봤더니 이 커버가 보이네요. 바로 집어왔습니다.
(아시죠? 사이즈 작게 올리는 건 가지고 있지 않은 CD일 확률이 98.34%라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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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2]
sonic 님의 댓글에 따라 먼지 폴폴 날리는 클라투 Klaatu의 앨범을 찾아 바로 스캔해서 올립니다^^



이 앨범의 타이틀은 「Special Double Play」가 아닙니다^^ 1976년에 발표한 「Klaatu」(저는 전혀 알지 못했는데 「3:47 EST」라고도 부른다고 하네요)의 커버입니다. 비틀즈의 멤버들이 정체를 속이고 클라투라고 이름지은 후 활동한 밴드라는 소문이 있었을 정도로 비틀즈의 사운드와 비슷했던 캐나다의 롹 밴드입니다.
 "Special Double Play"는 LP로는 두 장을 한 장의 CD에 담았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이엠아이의 커버 훼손의 역사는 해외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천사는 담배를 좋아해라는 포스트에서 스위트 스모크 Sweet Smoke의 앨범 커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진출한 직배사 EMI는 국내 발매 LP에 특유의 삼색 띠를 죽죽 그어대서 많은 원성을 샀습니다. 결국 삼색 띠 긋기는 중지했죠.

이 앨범은 클라투의 데뷔 앨범 「Klaatu」(Capitol, 1976)와 이듬해 공개한 두번째 앨범 「Hope」(Capitol, 1977)를 한 장의 CD에 담아 1992년에 공개한 합본 CD 버전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Special Double Play"라는 글자를 제외하면 데뷔 앨범의 커버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거죠^^ 두번째 앨범 커버는 뒷면에 그대로 담아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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