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무 이유없이 중얼중얼거리고 싶을 때가 있다.
이 밴드도 그랬을까?
뭔 할말이 그리 많은지 앨범 커버 전체를 글씨로 채워놓았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별 말 없다.
"The Earth is not a cold dead place." 이 말 뿐이다. 그리고 이것이 앨범 타이틀이다.
빨간 색으로 밴드 이름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
Explosions In The Sky를 표시한 것은 디자이너의 센스겠다. 아니면 반복의 미학?
(...그런데 어지러워.)미국 인디롹 밴드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의 2003년 앨범이다.
언젠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앨라니스 모리셋
Alanis Morrisette의 '세계' 데뷔 앨범 「Jagged Little Pill」(Maverick, 1995)를 두고 '페미니즘' 운운하는 경우를 보면, 아직도 황당하다.
가사를 읽어보지도 않고 그저 남들이 이야기하는 대로 그렇다더라- 식이다.
여자가 남자한테 f**k you만 날리면 페미니즘인가...
어설퍼.
어쨌든 데뷔 앨범은 듣기에 좋다.
그 듣기 좋은 데뷔 앨범으로 3년을 버티다 발표한 두번째 앨범 「Supposed Former Infatuation Junkie」(Maverick, 1998).
이건 분명 할말이 너무너무 많다는 뜻이겠다.
물론 음악도 그랬다. 데뷔 앨범의 빈약한 철학을 그녀도 알아차렸을 테니 두번째 앨범에서는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했을 터. 결국 앨라니스 모리셋은 이 앨범으로 진짜 철학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좋아한다.
'시네이드 오코너
Sinead O'Connor의 마지막 레코딩'이라는 홍보 문구로 익숙했던 앨범 커버.
(이 과거형 표현은 그 선언이 무색하게 2년 뒤인 2005년에 「Throw Down Your Arms」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혹시나 편집앨범은 아닐까 하고 봤더니 자기 노래를 부른 것은 아니지만 정규 앨범이 맞는 모양이다. 올뮤직가이드의 평자는 이 앨범의 마지막을 "Welcome back, Sinead."라고 끝맺었다. 마지막 앨범을 냈으니 이제 볼 일 없겠네... 하고 미뤄두었는데 그새 돌아온 모양이다.
구할 앨범 리스트에 올려놔야겠다. 바로 주문해서 들었다.
정말 길게 중얼중얼거렸군.)
이 앨범 커버를 디자인한 데이브 터너
Dave Turner의 타이포그래피로「She Who Dwells In The Secret Place Of The Most High Shall Abide Under The Shadow Of The Almighty」(hummingbird, 2003)라는 앨범 타이틀로 채웠다. 성경의 시편 91편의 "가장 높으신 분의 보호를 받으면서 사는 너는, 전능하신 분의 그늘 아래 머무를 것이다."를 변형시킨 제목.
CD의 등 쪽에는 이 타이틀을 전부 다 넣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She Who Dwells...」만 적어놓았다. (그리고 이 약칭은 이 앨범의 별칭이기도 하다.)
할 말이 많으니 이렇게라도 줄이는 수밖에...
오늘 중얼중얼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가장 좋은 앨범은 2003년에 발표한 라디오헤드
Radiohead의 최근작 「Hail To The Thief」(EMI, 2003)일 듯하다.
처음 이 앨범 타이틀을 듣는 순간 '혹시 이거 인터넷 다운로드족에게 f**k you를 날리는 것 아니야?'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이 앨범이 발표되기 전에 이미 인터넷을 통해 다운받을 사람은 다 받았으니 내가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영국에서 1위, 미국에서 3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에 "역시 라디오헤드!!" 하며 Hail, Hail, Hail을 외쳤을 팬도 있었을 게다.)
이 앨범을 작업하면서 떠오른 단어들, 또는 수록곡과 연관된 단어들
(아니, TV에서 들었던 소리라고 했던가? 아니 광고판에서 따온 것이라고 했던가? 라디오헤드의 광팬이 아니라 잘 모르겠다...)을 나열한 이 커버 속 단어들은 생각하기에 따라 자기 맘대로 해석하기 좋은 단어들이 좌악 깔렸다.
선문답을 배웠나? (선문답이 이렇다는 뜻이 아니다.)
툭 던져놓고는.... 턱! 하고 뇌리를 강타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이 단어들로 말하고 싶은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모르겠다. 모르겠다.
중얼중얼거리는 것에 항상 이유가 있다면 "비 맞은 중 염불하듯."이라는 속담이 있지도 않을 것이다.
오늘은 커버/스토리를 위해 중얼중얼중얼중얼...
그게 커버/스토리의 핵심이기도 하고.
[추가 1] 서핑중에 발견한 앨범 커버.
지금까지 단 한장의 앨범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진 베이비 섐블스
Baby Shambles의 싱글 <Albion>은 이 커버/스토리에서 이야기한 내용과 딱 맞는 것 같다.
들어본 적 없지만 일단 추가해서 올려놓았다. 얼마전 다시 수입되었다. 구했음.
[추가 2] 23일만에 도착한 CD 한 장과 이 주제에 딱 맞는 앨범이 있었다.
1985년에 공개한 런 DMC
Run-D.M.C.의 두번째 앨범 「King Of Rock」(Profile, 1985)과 주다스 프리스트
Judas Priest를 떠난 랍 핼포드
Rob Halford가 결성한 첫번째 밴드 파이트
Fight의 「War Of Wars」(Epic, 1994)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