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fantastic by ppozzazaq










환상적, 공상, 물고기, 거품, 무지개...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 pozzazag님의 그림.
fantastic이라는 작품이다.

작품명 그대로...
사랑도 있고, 꿈도 있고, 무지개도 있다.

오늘 커버/스토리는 머릿속에 든 것을 꺼내보는 시간이다.
지금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인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전혀, 아니 특별한 일이 있더라도 거의 쓸 이유가 없는 골상학(骨相學. Phrenology)이라는 단어로 앨범 타이틀을 정한 루츠 The Roots의 2002년 앨범.
두개골의 형태를 연구해 정신능력과 성격특성을 분석하는 학문이라고 하니, 적어도 앨범 속에 들어있는 노래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앨범 타이틀과 커버는 딱이다. 게다가 오늘 이야기할 당신이 생각하는 것들이라는 것과 연결시켜도 가장 적절한 앨범이다.
마이크, 무덤, 턴테이블, 혁명, 돈, 과격한 보수주의자들, 그리고 아버지...
루츠가 생각하고 있는 것의 일부다.




미국의 월드뮤직 레이블 가운데 꽤 좋은 성과를 거둔 푸투마요 레이블에서 발표한 앨범 「Putumayo Presents African Groove」(Putumayo, 2003)는?
워낙 그루브가 몸에 밴 아프리칸 리듬을 담은 것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더구나 푸투마요 레이블은 오래된 음악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것을 지금 이 시기에 재현한 음악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니, 적어도 앨범 타이틀로 보면 최근 아프리칸 음악을 알 수 있다.
그들은... 흔들리는 것을 상상한다.




「The Garden」(Atlantic, 2006)으로 2007년 그래미 시상식 후보로 올랐던 제로 7 Zero 7이 2004년에 발표한 「When It Falls」(Elektra, 2004)도 그들이 생각하는 것을 앨범 커버로 표현하고 있다.
일렉트로닉과 소울의 결합이나 트립합 같은 용어를 쓰지 않아도 그들의 머릿 속에서는 뭔가 아름답고 열정적인 상상을 하게 만든다.
무지개색으로 빛나며 머릿속을 가득 채운 저것은, 때때로 성적인 의미로 읽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은 내 상상. 제로 7은 앨범 수록곡 <Over Our Heads>를 위해 이 앨범 커버를 채택한 것 같다. 너무 편안해 그냥 잠이 들어버릴 것 같은 그 노래는, 이 이미지와 딱 닮았다.




포크롹 그룹 브레드 러브 앤 드림스 Bread, Love And Dreams의 앨범 「The Strange Tale Of Captain Shannon And The Hunchback From Gigha」(Decca, 1970)은 같은 제목으로 앨범에 수록한 마지막 트랙 <The Strange Tale Of Captain Shannon And The Hunchback From Gigha>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셰넌 선장이 지야 섬에서 곱사등이 노인과 함께 지내며 겪은 이상한 이야기를 브레드 러브 앤 드림스는 동화책을 읽듯 편안하게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눈물이 흐를만큼 감동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누구나 두려워하고 거부하던 곱사등이 노인과 잘 지내고, 상처입은 새를 치료해주는 셰넌 선장의 모습은 보기 좋다. 이 앨범 커버는 셰넌 선장이 겪었던 바로 그 이야기를 회상하고 있다. 새와 바다와 이상한 생물과 꽃과 자연이 어루어진 지야 섬.
그 이야기를 듣고 그곳으로 가보고 싶어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내 상상력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다. 그런 상상력을 잃은 지 꽤 오래되었으니.




프로그레시브 롹을 즐겨 듣는 음악 팬이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의 앨범은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를 가진 컨셉트 앨범일 것이다. (논란의 여지? 그렇다면, 내 개인적인 이야기로 돌려도 상관없다. 내가 프로그레시브 롹을 좋아했던 이유는 앨범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를 가진 컨셉트 앨범이 많았기 때문이다.)
콰이어트 월드 Quiet World는 이 앨범 한 장을 남기고 사라졌지만, 간혹 제네시스 Genesis의 기타리스트 스티브 해킷 Steve Hackett이 제네시스 이전에 가입한 밴드라는 이유로 거론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 앨범 「The Road」(Dawn, 1970)는 위에서 거론한 앨범과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선택했다.
이 앨범은 태어나서 자라 죽음에 이르는 인생의 길을 그린 컨셉트 앨범이다. 그렇다면 앨범 커버의 의미는 쉽게 알 수 있을 듯하다. 이제 죽음을 앞둔 노인은 그가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의 그때를 그리고 있는 것이겠다.
이 노인은 태아로 상징할 수 있는 그 오래된 과거를 떠올리고 있다. 거기에 맞게 밴드는 마지막 곡 <Love Is Walking>에서 "I can smell, I can touch, I can see, And I can feel... LOVE"라는 가사로 마무리한다. 그의 마지막은 행복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또 하나의 '사랑'을 담은 이 앨범 커버도 이야기해야겠다.
피터 가브리엘 Peter Gabriel이 멋지게 Real World라는 레이블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토킹 헤즈 Talking Heads 출신의 데이빗 번 David Byrne이 야심차게 설립한 레이블 Luaka Bop에서 공개한 2004년 앨범이다. 「World Psychedelic Classics 3: Love's a Real Thing - The Funky Fuzzy Sounds Of West Africa」(Luaka Bop, 2004)이라는 긴 타이틀을 붙인 것은 워낙 월드뮤직이라는 것이 다양하기 때문에 제목으로 한번에 알아봐 달라는 뜻이겠다.
맞다. 제목처럼 이 앨범에는 1970년대 서아프리카의 훵키하고 질펀한 사랑 노래들을 담고 있다. 아프리칸 훵크다. 그들도 제임스 브라운 James Brown을 들었으리라.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루브가 몸에 밴 그들은 훵키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천부적인 감각이 있다. 1970년대에 그들이 생각한 사랑과 관능, 앨범 커버는 그것을 그렸다.
참, 데이빗 번은 토킹 헤즈 시절부터 아프리칸 리듬에 많은 빚을 졌으니 이 레이블을 통해 그 빚을 갚고 있는 셈이다. 멋지게 유지되길.


E-Rotic [Se*ual Madness]
그런데... 사랑과 관능?

스위스와 독일의 두 남녀가 결성한 혼성 듀오 이롸틱 E-Rotic은 테크노/유로댄스 듀오다. 이들이 발표한 「Se*ual Madness」(EMI, 1997)의 커버는 앨범 타이틀처럼 머릿속에는 온통 여자만 가득차있다.
물론 이롸틱은 사랑을 노래한 듀오의 스타일을 그대로 표현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온통 사랑과 관능적인 소리를 노래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천박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롸틱은 듀오가 갈 길을 제대로 걸어가고 있으며, 음악도 그리 형편없지 않았다.
지금은 활동을 멈춘 상태지만 여전히 댄스음악 컴필레이션에 간간이 이들의 노래가 수록되는 것으로 봐서는,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앨범을 발표한 이롸틱의 음악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들을만했다.
뭐, 머릿속에 온통 여자들 뿐이었던 때가 있다면, 쉽게 동의할 수도 있긴 하겠다.


자, 잠시 생각해보길.
지금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날이 좀더 따뜻해졌으면 좋겠고, 음.... 요 정도?


[2007.5.6 추가]



케미컬 브러더스 The Chemical Brothers의 새 앨범을 듣다 예전 음악도 함께 들어야지 하다가 찾은 앨범 「Push The Button」(Virgin, 2005).
도대체 버튼은 어디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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