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천사들은 과연 담배를 좋아할까?
밴 헤일런 Van Halen의 앨범 「1984」(Warner, 1984)를 참고하면, 답은 Yes다.
천진난만한 얼굴을 지나 밑으로 내려오면
손에는 담배...


담배에 관한 이야기들은 한결같다.
고된 일을 끝내고 났을 때 담배 한모금은 꿀맛이다.
이를 악물고 올라간 산 정상에서 피우는 담배 한모금도 꿀맛이다. 같은.
(그런데 정말 꿀맛이던가요?^^)

요즘 담배 끊는 사회가 되다 보니 아직도 담배를 피는 사람은 "독한놈"(성차별 단어?)이 되어버렸다.
흡연은 자신을 죽이는 길이며, 흡연자는 만인의 적.이라는 캠페인은 당연한 일이다.
빌딩은 온통 금연... 불쌍하게 옥상이나 건물 입구 귀퉁이에 모여 담배를 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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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도 담배를 피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닌게 아니라 담패 피는 사람들의 천국이었던 일본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인도에 담배 금지 마크가 있다. 담배를 절대 피워서는 안되는 길이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한국처럼 무식한 방식으로 '무조건 금지'는 아니다.
적어도 흡연자들이 어느 정도 흡연의 자유를 제약받는 대신, 마음놓고 피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지난 해 일본에서 찍은 사진처럼 전철역의 한귀퉁이에도 흡연장소가 있고 사람들이 엄청 많은 백화점 정문 앞에도 지정 흡연장소가 있다.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거리라고 해서 완전 금지는 아니다. 곳곳에 도로 표지만판큼 많은 흡연 가능 지역 표지판도 세워놓았다. 담배 연기가 싫고 구역질나는 사람들은 이 공간을 피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식 금연 정책은 무식함의 산물이다. 이건, 쓰레기 없는 거리를 만들겠다며 아예 쓰레기통을 치워버려 거리 전체가 쓰레기통이 되어버린 종로를 보면 안다.

무식한 것들...
천사도 저렇게 담배를 좋아하는데...
이 앨범이 국내에 소개될 때 담배갑과 담배를 지웠다는 사실은 많이 이야기하지만... 어디 이뿐인가.
한두곡 정도의 금지곡과 이 정도의 삭제는 너무 흔한 일이었다.
그것이 청계천 빽판의 활성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정말 천사는 담배를 좋아할까?




그렇다.
블랙 사바스 Black Sabbath의 「Heaven And Hell」(Castle, 1980)을 보면 안다.
오지 오스본 Ozzy Osbourne이 「Nevers Say Die」를 끝으로 블랙 사바스를 떠나버리자 레인보우 Rainbow 출신의 로니 제임스 디오 Ronnie James Dio를 데려와 제작한 첫 앨범.
커버 일러스트는 린 컬리 Lynn Curlee가 그렸다. 1976년에 발표된 블루 오이스터 컬트 Blue Oyster Cult의 앨범 「Agents Of Fortune」(Columbia, 1976)을 그린 바 있다.
세 명의 천사들은 모두 담배를 들고 있다. 거기다 카드놀이까지!

그렇다면 천사는 담배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후에 혹시 물어볼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담배를 준비해놓으시길.


Marianne Faithfull [Broken English] (Island, 1979)
데니스 모리스 Dennis Morris가 찍은 마리안 페이스플 Marianne Faithfull의 앨범 「Broken English」(Island, 1979)에서도 담배가 등장한다. 데니스 모리스는 밥 말리 Bob Marley의 공연 사진을 전문으로 찍었고 섹스 피스톨스 Sex Pistols의 공인 사진작가였다. 이 사진은 원래 흑백으로 찍은 사진인데, 디자인 과정에서 변형을 가한 작품. (참고로 1995년에 두 장의 앨범을 하나로 묶은 「Broken English/Strange Weather」의 커버는 오리지널 흑백 사진을 사용했다.)

저 담뱃불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앨범은 마리안 페이스풀의 성 정체성을 드러낸 앨범으로, 페미니즘 앨범 10선 같은 리스트에 오르기도 하는 앨범이다. 귀찮아서 아직 가사 해석은 해본 적이 없는데, 이 앨범 속에는 존 레논 John Lennon의 <Working Class Hero> 커버곡도 있다. 롤링 스톤스 Rolling Stones가 자기네들이 부르기에는 너무 이쁜 노래라면서 마리안 페이스풀에게 건네줬던 <As Tears Go By>로 유명했던 그녀가, 진짜 자기의 목소리를 담기 시작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포크 스타일로 예쁘게 노래했던 1960년대와 사뭇 다른 분위기 때문에 사실 조금 무겁다.




스위트 스모크 Sweet Smoke의 앨범 「Just A Poke」(EMI, 1970)의 저건 담배일까?
네덜란드의 Jan Fijnheer가 그렸다는 이 앨범 커버 속 담배는, 아마 일반적인 담배는 아닐 것 같다. 뉴욕 브룩클린에서 활동하다 독일로 넘어가 제작한 앨범인데, 밴드명에서도 뭔가 냄새가 나지 않는가. 더구나 스위트 스모크는 재즈롹 또는 아방가르드, 아니면 사이키델릭 롹 밴드였으니 마리화나 같은 종류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단은 생긴 모양대로 담배라고 하자.
(EMI/계몽사 시절에 이 LP가 처음 소개되었는데, 그때 소개하기로는 프로그레시브 롹 앨범이라고 했다. 틀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엉뚱하긴 했지만 이 앨범이 국내에 소개된 것이 신기했을 뿐이다. 직배의 힘을 느꼈다고 하면 맞겠다.)

이 앨범은 16분이 넘고 17분이 되지 않는 단 두곡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CD 시절로 넘어오면서 두번째 앨범 「Darkness To Light」(EMI, 1973)와 함께 묶여 2000년에 재발매되었다.
그런데....



리이슈 아트웍 디자이너는 미하엘 나르텐 Michael Narten(덴마크 사람인 것 같은데 이렇게 읽는 것 맞나?...)이 담당했는데, 노란색 커버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래도 그렇지, 오리지널 아트웍은 살려줬어야 하는 것 아닐까. 툭 잘라서 집어넣었는데, 오케이 한 사람은 도대체 누군지... (물론 부클릿에는 오리지널 아트웍을 담고 있으니 용서해줄까? 흠.)




오늘의 마지막 담배 커버.
얼마전 열린 2007 브릿 어워드에서 British Group과 British Album 부문을 수상한 악틱 멍키스 Arctic Monkeys의 데뷔 앨범 「Whatever People Say I Am, That's What I'm Not」(EMI, 2006)의 커버 역시 담배가 핵심이다. 밴드 멤버의 친구(Chris McClure)라는데, 자기네들이 벨 앤 세바스천 Belle & Sebastian도 아닌데, 왜 친구 사진을 떡 하니 커버에 넣었을까. 이 친구, 결국은 악틱 멍키스만큼 유명인물이 되어버렸다.
흡연을 조장하는 앨범 커버라는 비난이 쏟아졌다는데, 난 그저 조금 건방져보인다는 인상만 받았단 말이지... 감동이 없어, 감동이.

하긴, 담배를 앞세운 커버에서 감동은 무슨 감동.
그래도 멋진 건 멋진 것이라고.
밴 헤일런이나 블랙 사바스는 아주아주 멋지다고.
천사도 담배를 좋아한다는 걸 제대로 보여줬단 말이지.

자, 이쯤 해서 담배에 손이 갔다면, 당신은 진정한 애연가다. 아니, 천사다.


[추가]

레이먼드 페티본 Raymond Pettibon이 그린 소닉 유스 Sonic Youth의 「Goo」(DGC, 1990)도 담배 피는 여자를 그려넣었다. 이 멋진 앨범 커버를 빼놓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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