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제대로 본 '록키' 시리즈가 없다.
내게 영화 록키는 영상이 아니라 사운드트랙이다. 특히 서바이버 Survivor의 <Eye Of The Tiger>와 <Burning Heart>, 그리고 제임스 브라운 James Brown의 <Living In America>만 기억하는... (더불어 <Living In America>를 패러디한 "위어드 알" 양코빅 "Weird Al" Yankovic의 <Living With A Hernia>도 '록키'의 기억에 항상 추가된다.)

그땐, 영화를 정치적으로 읽으려 했던 탓이 크다. 굳이 정치적으로 보려 하지 않아도 이 영화가 미국 우월주의를 내세웠다는 것을 읽지 못할 사람은 없었다. 너무나 뻔했으니. 그렇지만 진짜 이유는 눈의 즐거움보다는 귀의 즐거움을 여전히 좋아하는, 내 개인의 감각 선택때문이다. (지금도 두시간을 꼼짝하지 않고 집중해야 하는 영화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뮤직비디오도 거의 안 본다.)

록키 시리즈는 한 권투선수의 삶을 참 오랫동안 그려냈다.
그는 배가 고파 권투를 한 것이 아니었다. 배고파서 권투 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나 존재하는 전설이다. 그 유명한 말, "엄마! 나 참피온 먹었어!!"도 먹는 이야기...


E-Rotic / Total Recall
뜬금없는 록키 이야기였지만, 록키의 마지막 시리즈라는 '록키 발보아' 사운드트랙을 보고 있으니 권투 관련 앨범 몇 장이 떠올랐다.

(이쯤 해서 자신의 컴퓨터를 뒤적여보라. 혹시 사이먼 앤 가펑클 Simon & Garfunkle의 <The Boxer>가 있다면 이 글의 배경음악으로 깔고 읽는 것도 좋겠다. "I am just a poor boy though my story's seldom told..."로 시작하는 아주 멋진 배경음악이겠다.)

왼쪽 앨범 커버는 얼마전에 올린 글에서 언급한 바 있는 이롸틱 E-Rotic의 앨범이다. 그 커버를 찾다가 만난 이 앨범 「Total Recall」(Epic, 2003)에서 시작해보는 것이 좋겠다.

이건 그림이니까 가능한 장면이다. 이제 겨우 1라운드인데, 세기의 이벤트라고 할만큼 성사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성대결에서 여성이 단숨에 케이오 승을 거둔 장면. 혹시 여성으로 가장한 타이슨?
누워있는 저 권투선수에게 보약이라도 좀 먹어주고 싶다.




격렬한 장면이다.
두사람은 난타전을 벌이는 중이고, 언뜻 드러난 왼쪽 인물의 눈은 부어올랐다.

자신의 레이블 수퍼에고 SuperEgo를 운영하는 에이미 만 Aimee Mann의 앨범 「The Forgotten Arm」(SuperEgo, 2005)은 베트남에 파병되었다 제대한 후 복서가 된 존과 그의 여자친구 캐롤라인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컨셉트 앨범이다. 포크롹 아티스트에게 스토리텔링은 항상 중요한 과제. 에이미 만은 이 앨범을 통해 그 과제를 마쳤으니 A 학점을 줘야 할까?

앨범 전체는 하나의 책처럼 왼쪽에는 오웬 스미스 Owen Smith의 일러스트를, 오른쪽에서는 가사(면서 이야기)를 담았다. (앨범 커버 역시 오웬 스미스의 작품이다.) 이 앨범은 권투선수에 관한 이야기지만 권투보다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그렸다. 그리고 앨범의 스토리는 존의 알코올중독 때문에 깨져나가는 인간관계가 중심이다. 에이미 만이 이 앨범을 "알코올 중독과 그것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바친" 것은 그런 이유다.




베이스를 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간혹 바이블로 취급받는 3인 밴드 프라이머스 Primus의 앨범 「Animals Should Not Try To Act Like People」(Interscope, 2003)의 커버도 권투를 소재로 했다.

프라이머스의 브레인 레스 클레이풀 Les Claypool의 베이스는 기타보다 더 날렵한 사운드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킹 크림슨 King Crimson의 로버트 프립 선생 Robert Fripp이 연주하는 기타를 듣는 듯한 베이스는 전위적이기도 하고(이것 때문에 프라이머스를 오래 듣지는 못한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d Hot Chili Peppers의 플리 Flea가 연주하는 듯한 펑크  메틀 funk metal이기도 하다(이것 때문에 프라이머스를 가끔 듣는다). 그렇지만 평범한 상황에서 듣기에는 지나치게 정신을 괴롭혀 자주 듣지 않는다.

이 앨범은 프라이머스의 정규앨범은 아니고 그동안 발표한 뮤직 비디오를 담은 DVD와 함께 다섯 곡짜리 EP를 수록한 작품집이다. CD 사이드는 보너스다. 커버 디자인은 애덤 게이츠 Adam Gates가 했지만, 권투하는 두 사람의 조각상 sculpture을 제작한 사람은 랜스 몬토야 Lance "Link" Montoya다. 이런 경우 커버 아트 디자이너보다 랜스가 커버에서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며칠 전부터 구상한 권투 커버/스토리를 대충 정리했는데, 답답한 일이 많아서 그런가?
안 풀릴 때는 권투를?
하지만... 난 안 풀릴 때는 잠을 잔다.
저녁 배불리 먹고 두시간 정도 자면 상쾌하지는 않지만 뭔가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라고 쓰고 정말 잠을 자려 했는데...
TV 뉴스에서 '은둔형 외톨이'의 증상이 이렇다고 하는 바람에 오래 잠들지는 못했다.)


Pantera / Vulgar Display Of Power
그런데... 끝내기 전에 잠깐!

판테라 Pantera의 앨범 「Vulgar Display Of Power」(EastWest, 1992)도 권투 앨범 커버에 들어갈까?

손이 밖으로 굽어보여서 조작한 커버 같은 인상을 주는데, 맞은 사내의 표정은 리얼하다. (그래서 싫어하는 앨범 커버 가운데 하나.)

난 앨범 커버에 꽤 민감한 편인데 좋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경우에는 음악에 관심이 있어도 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앨범도 그런 이유 때문에 한창 뜰 때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 좋은 기분이 아니었으니. 이 앨범의 인기곡 <This Love>는 「Official Live: 101 Proof」(EastWest, 1997)로 듣는다.

딴소리가 더 길어졌는데.... 이 앨범도 권투 커버/스토리에 해당될까에 대해서는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누군가 해결 해주시길 권투 글러브가 없어서 해당안됨!이라는 코멘트에 따라 단순 폭력 조장 커버로 확정!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