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일하는데, 갑자기 메신저를 타고 들어온 링크 하나.

K : 이것 좀 보세요. 록시 뮤직 Roxy Music 베낀 거네요.
whit*ryder : 웅? 정말 그렇네.
K : 노래는 좋던데...
W: 그 팀 유명해. 엠퍼러 노튼 Emperor Norton 레이블이잖아. 나도 레이디트론 Ladytron 앨범 한 장 가지고 있는데^^
K: 아 그래요?

라는 대화가 오갔다.

K가 이야기한 앨범은 레이디트론의 「Softcore Jukebox」(Emperor Norton, 2003)였다. 그리고 그가 말한 록시 뮤직의 앨범은 「Country Life」(Virgin, 1974).

Ladytron / Softcore Jukebox Roxy Music / Country Life

록시 뮤직의 이 앨범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대부분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니 차라리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앨범 1001장』에서 이야기한 것을 그대로 옮기자.

브라이언 페리 Bryan Ferry는 포르투갈에서 밴드의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Country Life」의 가사를 쓰고 있었다. 거기서 그는 록시 뮤직 팬인 코스탄자 카롤리와 에블린 그룬발트를 만났고, 그들에게 새 앨범의 커버로 사용할 사진 모델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두 명의 독일 여성을 담아낸 앨범 커버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음반 소매상들은 여자들의 손 위치가 성적인 암시를 풍겨 위험하다고 생각했고, 결국 많은 나라에서 조금 얌전한 아트워크로 대체되었다." (p. 323)
 
앨범 커버를 둘러싼 소매상과 음반사(또는 아티스트)의 대립에 관한 이야기는 대개 이렇다. 커버를 바꾸지 않으면 앨범을 판매하지 않겠다! 그땐 그랬다. 소매상의 입김도 굉장했다. 지금도 책의 경우 책등을 보여주느냐 표지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담당자는 기뻐하고 슬퍼한다. (당연히 커버를 보여줘야 한권이라도 더 팔린다. CD가 아닌 LP의 경우 커버가 보이지 않고 등을 보여준 채 진열되었다면 그건 진열이 아니라 폐기처분에 가깝다. 그러니 소매상의 입김이 당연히 셀 수밖에...)

어쨌든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W가 또 하나의 링크를 제공하면서 이어졌다.

Codec & Flexor / Tubed
W : 이거 엠퍼러 노튼 레이블 앨범들은 카피의 명수들인데? 그렇다면 혹시 이 커버를 보면 떠오르는 앨범 있어?
K : 이게 무슨 앨범인가요?
W : 같은 레이블에서 나온 코덱 앤 플렉서 Codec & Flexor라는 팀의 앨범 「Tubed」(Emperor Norton, 2002)야.
K : 생각날 듯 말 듯 하네요...


사실, 당장 정답을 이야기했으면 질문한 내가 미안해질 뻔 했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오랫동안 메신저를 붙잡고 이야기할 상황도 아니었으니 바로 정답을 공개했다.




사실 이 정도 쯤이야 표절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애교 또는 트리뷰트에 가깝다. (정말 트리뷰트할 마음이 있는지 아닌지는 확인 못함.)

이런 자질구레한 스토리가 앨범 커버를 보면서 느끼는 즐거움이다.
그래서 음악 듣기가 더 재미있다.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