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항상 몇 달, 또는 몇 년 지난 잡지들이 화장실 부근에서 뒹군다.
대개 그렇듯 나 역시 화장실 갈 때마다 책을 들고가는데,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시간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말 그대로 '잡지 雜誌'를 보는 것이 제일 좋다. 아무 데나 읽어도 상관없고 휙휙 넘겨가며 사진만 보는 것도 가능하다.
(사실, 외국 음악지를 사면 긴 기사는 거의 읽지 못한다. 앨범 커버와 아티스트 사진이나 훑어보면... 끝이다.)


Christopher Jools / Everything You Can Imagine Is Real (2007)
어느날 뒤적이던 잡지에서 눈에 띄는 음반 광고 하나가 보였다.
나는 이렇게 환상적인 그림이 있는 커버나 초현실주의적인 그림과 사진을 담은 음반 커버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그건 늘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것만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기자기하면서, 화사한 색을 사용했기 때문에 당장 눈에 들어왔다. 이 낯선 아티스트는 누구일까?
아마존 검색을 해봤으나 실패.
위키 검색을 해봤으나, 역시, 실패.

아티스트 이름은 크리스토퍼 줄스 Christopher Jools였다. 낯설다.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인일까?

새 앨범이 나왔다는 광고였는데, 새 앨범을 판매하는 곳이 없다?
광고를 다시 보니 두 개의 링크가 적혀 있다. 하나는 이 아티스트의 마이스페이스였고, 하나는 이 앨범을 배급하는 레이블 주소다.



래이블 홈페이지 역시 커버 아트로 꾸몄다. 아기자기한 흑백. 어디로 들어가야 다음으로 진행할까 고민하다, 결국 찾아내 바이오그래피 등을 읽어봤다.
크리스토퍼 줄스의 앨범 「Everything You Can Imagine Is Real」(Cosmic Harmony, 2007)은 그의 홈페이지에서만 판매하는 메일오더 전용 앨범이었다. 카탈로그 번호를 보니 CH001CD. 코스믹 하모니의 첫번째 CD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여러 앨범을 발표했던 그였으니, 코스믹 하모니는 이번에 그가 만든 레이블이 분명하다.

마이스페이스에서 들어본 그의 음악은 엘리엇 스미스 Elliott Smith의 음악같은 분위기. (링크를 클릭하면 들을 수 있다.) 소심한 소년 또는 예민한 문학청년을 감동시키는 음악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앨범 커버를 주의깊게 살펴보면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자세가 불량하다.
저 자세로 뛰어가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고, 실제로 저 폼이 나오지도 않는다. CD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누가 커버 아트를 담당했는지 모르겠지만
상상이 지나쳤다.


그러다 보니, 얼마 전에 본 앨범 커버 하나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MEG의 「Aquaberry」(Pastel, 2007)의 앨범 커버다.

반드시 대문자로 써야 한다는 MEG(아이 참, 그런데 누가 첫 태그를 소문자로 등록해서 내 태그까지 소문자로 나오게 만든 거야?)의 이 앨범은, 보도자료를 인용해 정리해 보면 "일본 iTunes Music Store 팝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한 앨범으로, 감각적인 편곡과 산뜻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절표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반드시 소문자로 써야 한다는) 아이뎁 i-dep의 리더이자 작곡가 나카무라 히로시가 프로듀스한 작품이다. 그러니까, 귀로 보는 패션 화보, 맑은 미소를 가진 댄스뮤직"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떠올렸던 이유는, 이 앨범을 처음 본 순간, 이보다 더 어색할 수 없다!는 생각을 이미 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알았는데, 앨범 커버를 대충 살펴봐도 이상하다.
자세가 불량하다.
저 자세로 걷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고, 실제로 저 폼이 나오지도 않는다.
사진을 찍을 때 굉장히 어색해했던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폼이 왜 어색한지는 직접 해보면 금방 알게 된다.
상상이 지나치면 현실을 잊게 된다.
현실과 맞지 않으니 당연히 어색하다.

그래도, 상상력이 형편없을 때마다 좀더 풍성한 상상력이 어디선가 뚝! 하고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상상력도 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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