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눈물

2008. 8. 11. 20:32
beijing olympic 2008
포스터 이미지를 구하기 위해 베이징 올림픽 오피셜 웹사이트를 방문했는데, 오늘이 개막 3일째.
아직도 2주나 남았다.

올림픽 시즌이 되면 눈물을 흘릴 일이 잦다. 애국가가 울릴 때,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좌절했을 때, 마치 그런 시나리오라도 짠 듯 극적인 경기가 펼쳐졌을 때, 선수나 객석을 비춰줄 때, 그리고, 그리고...

사실 이 눈물은 특별한 의미가 없다. 이때 흘리는 눈물은 의도적이기도 하다. 마치 뻑뻑한 자전거 부품에 그리스를 칠해주듯, 뻑뻑한 눈을 위해 눈물 흘려주면 좀 편안한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 (가끔, 아주 가끔은, 우연히 눈물을 흘리고 나면 감정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TV를 보지 않기로 했다.

눈물을 거의 흘리지 않지만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는 자주 눈물을 흘린다. 가끔 멍하니 TV 뉴스를 보다가도 그러는데, 생각해 보면 뉴스에서는 불행한 소식이 꽤 많이 나와서 그런 것 같다. 지금은 TV를 켜는 것이 두렵다. 화면을 보자니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나 답답해서 오래 지켜보질 못하는 거다. TV 전원을 넣은 것이 벌써 한달 전 일이다. (덩달아 TV와 바짝 붙어 있는 오디오도 한 달 내내 켠 적이 없다. 이용하는 전자기기는 오직 컴퓨터 뿐. 장마철에는 가끔 전원을 넣어줘야 하는데.... 고장나도 모르겠다.)

바로 지금 벌어지는 경기도, 뉴스가 끝난 다음에 보여주는 스포츠 하이라이트도, 한밤에 보여주는 그날의 경기종합도,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걸 지켜보고 있으면, 눈물 흘리지 않고는 못 배길걸? 하는 의도로 편집된 화면에, 빠져들 게다. 그래서 엠엘비퐉에서 활동하며 디피도 가끔 들르는 싱아흉아님의 블로그에 올라오는 하이라이트 장면만 무덤덤하게 보기로 했다.

올림픽을 안 보겠다고 다짐한 것은 금메달 땄다고 감사 드리느라 패배자가 먼저 다가와 손 내밀어도 무관심했던 그의 모습 때문이었다. 불편했다. 그냥 불편이 아니라, 꽤, 무척, 엄청나게라는 수식어를 집어넣어도 좋을만큼. 올림픽에 시큰둥했던 나는 이 장면을 보며 감정의 호사스러움을 누리지 않기로 했다. 물론 힘든 삶에 드디어 환한 빛이 켜진 것에 대한 감격이 워낙 컸기 때문이겠지만, 내가 그의 고난에 찬 삶까지 일일이 챙겨야 할 필요는 없다. 만약 이게 다큐멘터리였으면, 아하... 그랬구나 하면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을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2주나 남은 올림픽.
빨리 끝났으면 싶다.
그게 끝나도 즐거운 인생은 오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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