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8월 14일.
삼계탕이 준비되었으니 오시오~라는 문자를 받고 가볍게 25km를 달려 배불리 먹고.
원래 잠실 교보문고에 들를 예정이었지만 배가 불러 다음날로 미뤘다. (아니, 그 조그만 닭을 전에는 네 사람이 먹었다니... 말도 안돼. 이렇게 혼자 먹어도 금방인데...)

8월 15일.
예정대로 스트라이다 STRIDA를 타고 잠실로 출발!!
하려는데, 하늘이 흐리다. 일기예보대로 비가 쏟아질 것 같다. 잠실에 가기 전에 일단 ETP 페스티벌이 있는 종합운동장부터 들를 일이 생겨 오늘은 코스를 조금 바꿨다.
"비가 엄청 옵니다. 꼭 우산 준비해서 오세요."라는 문자가 왔길래 우산 챙기고... 비가 온다는데 자전거 포기하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갈까 고민했지만, 싫었다. 비가 오면 맞으면서 달리지, 뭐. 비가 오면 한강 다리 밑 아무데서나 쉬면서 음악을 틀을 생각으로 mp3 플레이어로 쓰고 있는 전자사전을 챙겼다. 쉬면서 노래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종합운동장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많다. ETP 페스티벌 때문인가 싶었는데, 동방신기(를 포함한 SM 아티스트 총출동 공연 SMTOWN LIVE 08)도 바로 옆에서 있었다. 흠. 재미있네. 데스 캡 포 큐티 Death Cab For Cutie나 보고 나오자고 생각했지만 비가 언제쯤 쏟아질까 가늠하면서 미적거린 탓에 공연은 끝난 것 같다. 자전거를 보관해줄 차도 출발 전에 이미 확인해 놓았는데, 차를 가져오신 분이 연락이 안된다... 몽키 매직 Monkey Majik 공연에 푹 빠진 모양이다. "화약사고로 스태프가 다쳐서 40분이나 지연되었다"며 공연장 앞에서 만난 지인이 이야기를 해준다. 이래저래 공연 볼 마음이 생기질 않는다.

공연 포기. 원래 목적지 잠실로 가자.

 

미리 전화를 해놓았다고 이렇게 포장을 해놓았다.
물건 받았으니 볼 일은 끝.

맨 위 사진은 붕 뜬 토요일의 자전거와 같은 장소. 낮이라 자전거가 잘 보인다.
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약간 갈등. 바로 접어서 강변역에서 지하철을 탈까?
그렇지만 비를 맞으며 달리니 시원하기도 하고, 뭔가 의욕이 솟기도 해서 지하철 생각은 잊고 그냥 달리기로 했다. 어차피 물구덩이를 몇 개 지나왔으니 자전거 젖는 건 이제 신경 쓰이지 않는다.



비가 온 탓에 물이 많아졌다.
물길을 따라 시선을 옮기는데, 어지럽다.
아직 그럴듯한 태풍 하나도 지나간 적 없어서 그런지 이 정도에도 꽤 격해 보인다.

비를 맞으며 달리는 기분도 좋다. 폭우가 아니라 다행이다.

이렇게 해서 오늘 달린 거리는 대략 70km.
예고편보다 조금 더 긴 거리다.
잠수교에서 무례한 떼 자전거팀과 만나 사고가 날 뻔 했지만, 다행히 피했다. 좁은 다리에서 속도를 멈추지 않고 가운데로 달리는 그 잘난 스피드 인생들... 그것 말고는 조용했다. 별 사고 없이 집에 도착.
(그리고는 밥을 먹고 피로가 몰려와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다. 눈 뜨니 새벽...)


요즘 자전거 관련글을 많이 쓰고, 하루 하루 달린 거리도 적어놓고 있는데, 갑자기 글이 늘어난 이유를 밝혀야겠다.

난 자전거 애호가, 자전거 예찬론자, 자전거 광은 결코 아니다.
그저 자전거가 있으니 탈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8월까지만 자전거로 달린 거리를 적어놓겠다고 했는데,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응원이기 때문이다. 왜, 무엇을 응원하는지는 (참으로 묘한 설명이긴 하지만) 아는 사람만 알 것이다. (아니, 세상에... 그럼,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지,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안단 말인가.)

응원이기도 하면서 더 열심히 하라는
압박이기도 하다.
 
부담될까봐, 오늘 얼마 달렸다를 다른 방법으로 보고하는 일은 이제 없겠지만
이렇게 자전거를 빙자해 글을 적는 건 압박보다는 응원이기 때문이다.

꼭 성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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