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오늘도 한강

2008. 8. 24. 00:25



찍은 사진 확인하며 이 사진은 빛나는 스트라이다 STRIDA....라고 이름 붙이려 했는데
정작 그렇게 쓰려니 쑥스럽다.
어스름 저녁이라 자전거에 초점을 맞추니 전체적으로 완전히 밝아져버렸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을 이렇게 적는 건, 말도 안되는 서두에 대한 변명이다.)

벌써 저녁.
그래도 자전거를 끌고 나선다. 바쁘다고 멈출 순 없지.
아주 가볍게, 정말 가볍게 10km만 달리고 올 생각이었다.



반환지점에서 자전거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는데, 노을이다.
어제 하루종일 비가 내린 탓에 해를 보니 느낌이 다르다.
힘이 좀 솟았다고 하면 될까.

이를테면 이런 하늘이었다.





너무 오래 달리면 마무리를 못하고 누워버릴 테니, 조금만 더 가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지나쳐 잠수교 방향으로 조금 더 달리기로 했다.
평소처럼 앞에 보이는 자전거 몇 대를 추월했는데, 딱 한 대가 나보다 빠르다. 아니 빠르다기보다는 열심히 페달을 밟았는데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게다. 흠...... 포기할까 하다 따라잡기로 했다. 사람도 없는 구간이니 달려도 좋겠다.
심호흡. 추월하려면 지구력이 필요하다. 스트라이다의 순간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그렇지만 속도에 한계가 있다 보니 추월한 다음이 문제다. 곧바로 따라잡히는 건 의미없다. 추월한 후에도 계속 페달질을 해야 한다. (스트라이다로 겁나게 페달질을 하면 정말 웃기다...... 그래도 나의 웃긴 모습을 내가 보는 건 아니니 상관없다....) 상대도 나를 의식하며 자꾸 뒤돌아보는데, 결국은 따라잡은 후 좀 더 따돌렸다. 휴...... 이제 좀 쉬고 돌아가자.

양화대교와 서강대교 사이.
강 건너 편에는 狗캐의사당이 보이고 쌍둥이 빌딩과 63빌딩이 보인다. 저녁 노을에 불난 듯 벌겋다. 내 얼굴도 그럴 게다.





돌아오는 길은 천천히.
길도 좁고, 아이들도 많고, 가로등도 그리 밝지 않다. 불광천 구간은 한강 자전거 도로에서 최악의 3대 혼잡코스이자 사고날 확률이 높은 코스. 달리다 사고나면 큰일이다. 그러니 천천히.

천천히 달리다 보면, 이것저것 여러 생각이 난다.
웃기지는 않은 일이었는데, 상황을 생각하다가 우스워져서 혼자 큭큭거렸다. 아냐아냐. 큭큭. 노래나... 최근 너무 많이 들어서 가사를 외워버린 노래 하나를 흥얼거렸다.

오늘 달린 거리는 25km.
얼마 달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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