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일요일은 일요일인 모양이다.

하루가 되기 전에 방전되는 핸드폰을 두 번 충전하는 동안 단 하나의 신호도 오질 않았다.
처리해야 할 일 두 개를 금요일에 끝냈다. 내가 해야 할 일인지 아닌지 헷갈려 미뤄놓은 일 하나만 남았다. 나도 모르겠다... 싶어서 미뤄둔 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뒹굴거리며 한구석에 처박힌 CD들을 듣기 시작했다. 몇 장을 들었을까, 이것도 지친다.

자전거를 타고 광화문 교보나 다녀올까 했다가, 해도 뜨겁고, (내 생활 리듬에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데도) 일요일이라 귀찮아져서, 자다, 깨다, 음악 듣다, 커피 마시다, 하면서 놀았다. 할일없이 빈둥거리는 일요일...... 참 오랜만이다.


"요즘은 센 음악을 못 듣겠어요"라고 내가 말했고
"여성 싱어송라이터만 들어서 그래요." 라는 답을 들었다.
맞다. 난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면 일단 후하다. 가사가 섬세해서 좋다.

그런 의미에서 처지지 않고, 흔들거릴 수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케이티 턴스톨 KT Tunstall의 노래를 떠올렸다.



나스 Nas가 출연하기로 했는데 펑크내는 바람에 대타로 섭외되어 하루만에 공연 준비하고 연습해서 올라간 케이티 턴스톨의 공식 첫 무대. 줄스 홀랜드 Jools Holland가 진행하는 TV 쇼 'Later... with Jools Holland' 영상이다. 2004년 10월이니까 막 앨범을 발표했을 무렵의 공연.

케이티는 Akai E2 Head Rush라는 샘플러(즉석에서 녹음해 루프를 만들어낼 수 있는)와 함께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놀았다. 일요일의 whit*ryder도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노래 들으며 놀았음.

2004년 커버 재발매 커버

이 노래는 영국에서 2004년에 나왔는데 그땐 별로 주목받지 못하다 이듬해 머큐리 뮤직상 Mercury Prize에서 상을 타면서 본국에서 재발매되었고, 뒤늦게 미국에도 알려졌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운 좋게 만날 수 있었고, 게다가 광고음악에도 등장해 더 익숙해졌다.

2004년에 나온 초판의 보너스트랙으로 실린 <Black Horse And Cherry Tree>는 재발매판에 정식으로 실리는데, 무수히 많은 라이브로 단련된 후의 재녹음이라 여전히 좋지만 초기의 원초적인 느낌은 부족하다. 이 곡은 2004년 버전으로 들어야 제맛인 게다. 이래서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좋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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