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음악용어 이야기

2009. 2. 4. 02:05
제 블로그에도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ㅠ.ㅠ
아는 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K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질문 내용은 이렇습니다.

질문이 있습니다. 앨범을 검색하다 보면 LP, EP, vinyl, B-side, Bootleg, single 이런 서브 타이틀이 붙어 있는 것들이 있는데 이게 무슨 의미인가요?

간단하지 않은 내용이라 별도로 글을 썼습니다. 답변은 위키를 참고하지 않고 제 경험만으로 말씀드릴 생각이라 틀린 부분이 많이 나올 것이 분명하니 더 확실하고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나중에라도 꼭 위키를 참고해주세요.

사실 CD가 음반 포맷의 핵심이 되면서 질문하신 용어들은 거의 죽은 말 死語이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LP 마케팅이 증가하더니 이제는 LP 제작이 당연하게 되면서 다시 용어의 중심에 들어오게 된 거죠. 말하자면 저 용어들은 대부분 LP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뜻이죠. 물론 CD 시절에도 워낙 오랫동안 사용했던 용어들이라 계속 쓰고 있었습니다.

우선, LP는 Long Play의 줄임말입니다. 1분당 33과 1/3을 회전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재생된다는 의미인데, 뭐가 오랫동안 재생돼? 고작 40분 정도밖에 안되던데.... 라고 하겠지만 SP에 비하면 엄청나게 깁니다. SP는 Standard Play의 줄임말. 회전수는 분당 78회전입니다. 그러니 이 표준에서 보면 LP는 엄청 긴 거죠.
원반 형태 음반 포맷의 선구자 SP는 78회전으로 돌아가다보니 오래 재생하고 싶어도 오래 재생할 수 없었고, 교향곡 하나를 들으려면 여섯 일곱장의 SP판이 필요했다고 하네요. 윤심덕의 <사의 찬미> 같은 오래된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포맷도 이 SP였습니다. 한면에 2분인가 3분인가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직접 보진 못했습니다. 재생할 수 있는 기기도 저한테는 없고요^^)
SP에서 앨범 album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데요. 요즘 싱글 앨범이란 말을 하는데, 이건 완전 개판인 용어입니다. 예전에 제가 이 블로그에서 썼던 대로 싱글은 싱글이고 앨범은 앨범입니다. 싱글 앨범은 이 세상에 없거든요. SP에서 교향곡을 하나 들으려면 대여섯 장의 SP로 제작해야 했다고 했는데, 그걸 묶어놓으니 앨범이 되는 거죠. (이건 중요합니다. 나중에 앨범에서 한 곡만 똑 떼어내거나, 아니면 앨범에 실리지는 않고 딱 한 곡만 별도로 제작해 발표하는 곡을 싱글 single이라고 하게 되죠. 그러니까 쉽게 생각하면 사진첩의 개별 사진 각각은 싱글이고, 사진을 모아놓은 사진첩은 앨범이 되는 겁니다. 이 용어만큼은 철저하게 바로잡아야 합니다.)

SP를 듣다 보니 너무 짧은 러닝타임이 자꾸 아쉬워집니다. 음악이 중간에 끊어지는 것도 짜증나고... 그래서 나온 게 EP죠. EP는 Extended Play입니다.  EP는 1분당 45회전입니다. 같은 크기에 회전수가 느리니 두 곡 정도는 넣을 수 있었고, 양면 제작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하나의 EP에 네 곡 정도 들어갑니다. 물론 한 면에 한 곡만 들어가기도 하는데 곡의 길이가 훨씬 더 길어도 상관없었죠. EP는 대충 4곡 정도 들어가는 45회전 음반 포맷입니다. (요즘 대여섯 곡 넣은 앨범을 미니 앨범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런 음반이 정규 용어로 바꾸면 EP인 셈입니다.)

그러다 LP가 등장합니다. LP와 EP는 포맷전쟁을 하게 되었고, 결국 LP의 승리로 끝나면서 LP가 대세가 된 거죠.

vinyl, 바이널, 바이닐, 비닐 (일본에서는 비니루인가요? ^^)은 LP를 지칭하는 다른 말이죠. 주로 영국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LP와 같은 용어니까 그렇게 바꿔 생각하면 됩니다. 대신 LP가 회전수와 수록곡의 수에 중심을 둔 단어라면 바이닐은 음반을 만드는 재질에 중심을 둔 용어라는 사실을 기억해두는 게 좋죠. 음반은 폴리***** 어쩌구 저쩌구로 시작하는 합성수지로 제작합니다. 재미있게도 LP를 폐기해서 다시 녹이면 LP 제작이 가능한 합성수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뜨거운 곳에 놓아두면 휘는 건 물론이고요. 비닐이라 물에 씻어도 잘 말리면 괜찮다면 장점도 있지요.

이제 Single과 B-side입니다. 음반 제작 기술의 발전으로 양면 사용이 가능해졌는데, 이 기술을 쓰지 않으면 낭비가 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제작기술을 갖고 있다고 홍보하는 셈이겠죠. 그래서 모두 양면으로 제작하게 됩니다. 단면이라면 무조건 A-side겠지만 양면을 쓰면 앞과 뒤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b-side라고 표기한 것 뿐입니다.
EP에서는 양면에 곡을 넣어서 글자 그대로 시간을 '확장'시켰던 거고, 단 한 곡을 뜻하는 싱글의 경우에도 주력곡 한 곡만 달랑 집어넣으면 A-side로 끝나는데 그렇게 하면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평가할테니 보너스 트랙 개념으로 뒷면인 b-side에 한 곡 더 집어넣어주는 게 판매에 도움이 되겠죠. 경우에 따라서는 양면 모두 A-side 싱글이라고 주장하며 양면에 각각 다른 싱글을 수록하는 double A-side single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모두 이렇게 하면 좋겠지만, 양쪽 다 싱글로 발표하면 집계에서 두 배가 되는 게 아니라 반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서 웬만한 경우는 이런 모험을 하지 않죠. 보너스 트랙 하나 더 집어넣고 각각 팔면 돈도 더 많이 들어올 테고요.
싱글은 앨범에서 한 곡을 똑 떼어냈다고 해서 싱글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앨범에 실리지 않은 곡 한 곡을 제작해서 싱글로 발표하기도 하고요. LP는 평균 열 곡을 수록하는데 모두 다 훌륭한 곡은 아닐테고 그중 핵심곡 하나를 열심히 미는 게 홍보에도 좋을 겁니다. 이게 나중에 독이 되어서 한 곡만 좋고 나머지 곡은 전부 꽝인 앨범들도 많이많이많이 나오죠.

그런데 이 용어들이 죽게 된 이유와 혼란을 주게 되는 이유는 CD 때문입니다. 이게 다 CD 때문이죠.

The Clash / Sandinista!
CD로 선택과 집중이 이뤄졌는데, CD의 장점은 단면만으로도 무려 74분이라는 시간의 음악을 수록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죠. 말하자면 A-side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CD 초기에는 두 장의 LP를 CD 한장에 넣는 일이 많았습니다. 우와... 한 장 값으로 두 장의 앨범을 살 수 있군...이라고 생각해서 좀 팔렸지만 음반사의 판매 전략이야 늘 예상을 앞서가다 보니 그렇게 바보처럼 제작하는 걸 지양하게 되죠. 74분을 꽉 채워야 하는 의무사항이 있는 것도 아니니 알려지지도 않은 후진 라이브에서 두 곡정도 갖고 와서 "희귀 라이브 트랙을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이라고 홍보하면 더 혹하잖아요^^
왼쪽의 이미지는 클래시의 앨범입니다. 커버 맨 위에 써놓은 것처럼 LP로는 3장짜리 앨범이었죠. 그런데 CD로 포맷을 바꾸면서 LP 3장을 CD 2장에 집어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사는 사람에게는 금전으로 이득이 되는 거죠. 그래서 자랑스럽게 "LP 3장을 CD 2장에 담았다!"는 홍보문구를 커버에 집어넣은 거죠. (커버 아트가 손상되긴 하지만, CD 시대의 커버아트는 LP에 비한다면 미미하죠.)

부틀렉 Bootleg은 금주법 시대에 허가받지 않고 몰래 제작한 술을 뜻하던가요? 음반시장에서 사용하는 부틀렉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식으로 허가받지 않고 라이브 같은 걸 몰래 녹음해서 저질 음반에 조악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서 팝니다. 그런데 이 불법 제작된 부틀렉은 관심없는 아티스트라면 무조건 패스겠지만 관심 있는 아티스트라면 불법이라도 좋다, 더 듣게만 해다오~ 하는 코어 팬들이 많잖아요. 녹음 장비가 소규모 고성능이 되다 보니 부틀렉도 상당히 좋은 음질을 가진 게 있긴 한데, 어쨌든 기본적으로 부틀렉은 몰래 녹음해 판매하는 음반인 거죠. 그런데 최근에는 새 앨범 제작하기에는 벅차고, 옛날 전성기 시절 라이브 녹음이나 스튜디오에서 녹음은 했지만 앨범에 실리지 못하고 버리는 곡들이 아쉬운 아티스트나 음반사들은 "오피셜 부틀렉"이라고 이름 붙이고 앨범을 내죠. 밥 딜런,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카멜 Camel, 킹 크림슨 King Crimson, ELP 등등등 많습니다. 오피셜 부틀렉은..... "저작권은 완벽해결했지만 음질에 관해서는 악성댓글달지 말아라. 부틀렉이니까."라는 의미가 크겠죠. 레드 제플린은 라이브 녹음한 테이프가 한 트럭이나 된다잖아요^^ 그 시절 밴드라면 대부분 그럴 거고요. 옛날에는 욕만 바가지로 먹을 것 같은 공연이어서 앨범으로 낼 수 없었던 음원이라고 해도 팬들은 그런 걸 안 따지죠. 그래서 요즘 오피셜 부틀렉이 많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말 두서 없이 설명해놓아서 이해가 가려나 모르겠어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주루룩 딱 한시간 동안 써내려갔네요. 그러다 보니 더 헷갈릴 수도 있겠어요.

틀린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도 다른 분들이 댓글로 성실하게 지적을 해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아.... 그럼 이 포스트는 그게 아니죠..라는 댓글로 가득 찰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ㅠ.ㅠ
그래도 일단 이 글을 공개(발행 안합니다. 부끄러워서 ㅠ.ㅠ)해놓고 나중에 수정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책 중에 마틴 C. 스트롱 Martin C. Strong이 쓴 The Greatest Rock Discography: 7th Edition (Canogate US, 2004)이라는 책이 있는데 거기에 용어 설명 부분이 있으니 그걸 번역해서 추가해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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