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눌하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같은 한국어 멘트를 날리지 않아서 어찌나 고맙던지.
예전에도 말했고, 이후에도 말할 거지만, 공연중에 말 많이 하는 밴드,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오아시스, 음악으로만 승부해줘서 고마웠다.
2. 10만명 모이는 웸블리 구장도 아닌데 사운드를 웸블리 구장 수준으로 잡았으니, 소리가 지저분할 수밖에.
갇힌 공간이라 소리가 반향되는 체조경기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 설마......
오아시스 사운드는 상대도 되지 않는 주다스 프리스트 내한공연 때를 기억해보면 그건 말도 안된다.
어쿠스틱 셋에서 치지 않아야 할 기타 줄을 건드리며 삑사리나는 것까지 들릴 정도로 정교한 소리를 자랑했던 걸 보면, 분명 소리를 잘못잡았다. 아니면 어쿠스틱 셋만 신경썼든지. 어쨌든 마지막까지 소리는 지저분, 그 자체였다. 그나마 그런 상황에서도 공연을 즐길 수 있던 건 록 드럼의 전형적인 패턴 "쿵 딱 쿵쿵딱- 쿵쿵딱- 쿵쿵딱쿵"의 묵직함이 잘 버텨주었기 때문이다. (드럼에만 신경 썼나?)
3. 공연은 가볍지 않게 흘러갔고, 모처럼 음악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빠인지 아닌지는 일일이 확인할 수 없지만) 관객의 호응도 빠 냄새가 나질 않아서 어찌나 멋져보이던지... 각각 멋지게 공연 즐긴 관객들 점수도 백점이다.
4.
신문기사를 하나 봤더니 우리나라에서만 <Live Forever>를 부른 것이 특징인 공연이었다고 썼던데, 정말 특징없는 공연만 보고 다닌 모양이다. 어찌하여 고작 셋리스트 따위가 특징일까. 셋리스트가 정답이라도 있나? 나라에 따라, 공연장에 따라, 바꿀 수도 있는 거지. <Stand By Me> 불렀으면 완전 눈물없인 못 볼 공연이라고 썼을 거 같다. 기사의 전반적인 기조야 공연 정리용으로는 문제삼을 것도 없지만 "일본 공연 당시 세트리스트와 거의 똑같은 순서와 구성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오아시스의 일본 최고 인기곡 <Whatever>가 빠진 대신 <Live Forever>가 새롭게 포함된 것이 특징"이라고 적은 구절은 거슬렸다. 일본하고 똑같이 했으면 특징 없는 공연이란 말이잖아.
5. 어찌되었건,
좋은 공연이었고, 멋진 공연이었다.
(5번만 남기고 앞의 1, 2, 3, 4는 모두 무시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