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不在中

2009. 4. 14. 21:59


이 앨범을 처음 봤을 때, 꽤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런 가사를 가진 음반이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나올 줄이야.....
노래를찾는사람들이 엄청난 일을 해낸 것 같았다. 물론 심의를 위해 가사를 조절했을 테고, 정말 수록하고 싶었던 곡을 끝내 담지 못했을 테지만, 그래도 이 시기에 이런 가사에, 이런 노래를 담은 앨범이 나온다는 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다. 아직도 노래를찾는사람들의 첫 앨범 「노래를찾는사람들 1」(서울음반, 1984)의 <갈 수 없는 고향>을 부르면 눈물이 난다. "저 멀리 저 산 너머에 해가 걸리면......"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

그리고, 당연한 알이지만, 음반을 감상하기 전에 먼저 나를 놀라게 했던 건 네거티브 이미지를 사용한 앨범 커버였다. 이런 걸 커버로 쓸 수 있구나...... 내 졸업사진도 이렇게 앨범 커버로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들. 앨범 커버가 특이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일상의 것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걸 알려줬다.

의도하지 않은 不在.
노래를찾는사람들의 앨범 커버가 그 느낌이었다. 부재......
사진 속의 누군가는 지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노래를찾는사람들 1집은 내게 모든 면에서 충격을 줬다.
(충격을 준 유일한 앨범 커버는 아니다. 그렇지만 다섯 장 정도를 꼽는다면 이 커버는 반드시 포함된다.)






그래서였을까.
그런 소리를 자주 들었던 걸까.
노래를찾는사람들은 2집과 3집의 커버도 1집과 마찬가지로 존재하지 않는 존재를 커버에 담았다.
그가 누구인지 찾아내는 건 중요하지 않다.
다만 부재의 느낌, 그것이 더 크고 중요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의도한 不在.
스트록스 The Strokes의 기타리스트 앨버트 하몬드 주니어 Albert Hammond, Jr.가 주도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밴드의 두번째 앨범 「Como Te Llama」(Rough Trade, 2008)은 의도적으로 不在를 앞세웠다.

앨버트 하몬드 주니어는 스스로 멤버들의 모습을 도려내고 그 자리를 공백으로 만들어버렸다. 누군지 궁금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런데, 생각만큼 신비롭지는 않다.

"내가 누군지 알려고 하지 마시오. 깊이 알면 다칩니다" 같은 경고의 의미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스트록스라면 일단 띄워놓고 보는 영국인데도 이 앨범에 대한 대접은 후하지 않았다.





뉴질랜드 출신인데 자꾸 네덜란드 출신이라고 이야기하는 실수를 연발하는, 국적 때문에 늘 신경 쓰이는 뉴질랜드 팝 아티스트 빅 룽아 Bic Runga의 비정규 곡을 모아놓은 「Try To Remember Everything: Rare & Unreleased」(Sony, 2009)
사실 이건 부재보다는 모자이크에 가깝겠다. 커버의 주인공은 누구인지 모른다. 실리 머피 Ceili Murphy와 크리스 루이스 Chris Lewis가 담당한  커버아트는 어디선가 굴러다녔거나 그들의 오래전 사진첩에서 가져왔거나, 아무 생각 없이 주변 친구 사진을 덜컥 커버에 써버리는 벨 앤 세바스천 Belle & Sebastian이나 악틱 멍키스 Arctic Monkeys가 그랬던 것처럼 주변 인물의 오래 전 사진을 가져다 썼을지도 모르겠다.
음반 안쪽에는 오래전 자동차를 배경으로 한 연인과, 고양이 한마리가 앨범 커버처럼 하트로 가려져 있다. 이건 빅 룽아의 데뷔 앨범이자 가장 잘 알려진 히트곡 <Drive>를 연상하게 만들려는 디자이너의 뻔하지만 당연한 작업의 결과다.
결국 부재보다 흔적 지우기라고 해야할 앨범 커버지만 여기에 억지로 집어넣었다. 웃고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낡은 사진이라 외로워보이니까.




부재중..... 참, 외로운 단어다.
부재중인 대상은 외로울 리 없지만, 부재중인 대상을 바라보는 그/그녀, 또는 나, 그것도 아니면 고양이들은 분명 외롭거나 그와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을 것이다. "같이 있어도 외로운 거야"라고 고양이에게 이야기해준다 한들 고양이가 그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거릴 일은 없다. 외로운 건 외로운 거니까. 부재는, 그렇게 외로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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