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옛 생각이 나겠지요.
라고, 노래한 산울림이 떠오르는 날이다. 하루종일 비가 내린 탓이다.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가버린 날들이지만 잊혀지진 않을 거에요......
라고 말하려는 듯한 표정이다.

블루 옥토버 Blue October가 얼마전 공개한 밴드의 다섯번째 앨범 「Approaching Normal」(Universal Motown, 2009)의 앨범 커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앨범을 보자마자 산울림이 노래한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가 떠올랐다.
하지만 옛 생각은 딱 앨범 커버까지만.

음악은 얼터너티브 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도무지 정리가 안된다. 소울 어사일럼 Soul Asylum이 미트 로프 Meat Loaf 흉내를 내는 것 같기도 하고...... 더구나 프로듀서로 영입한 스티브 릴리화이트 Steve Lillywhite는 밴드의 이미지와 상관없이 "나 U2 앨범 프로듀스한 사람이야, 이것들아~ "라고 말하려는 듯 여기저기 U2 초콜릿으로 떡칠을 해놓았다. (초콜릿으로 떡칠을?)


여기서 잠깐!!
오호. 이 얼마나 오랫만에 써보는 여기서 잠깐인가.
 
Enrique Iglesias / Greatest Hits Lostprophets / Start Something

블루 옥토버의 앨범 커버는 사진작가 채프먼 밸러 Chapman Baehler가 촬영했다.
엔리케 이글레시아스 Enrique Iglesias의 「Greatest Hits」(Universal, 2008)와 로스트프로피츠 Lostprophets의 「Start Something」(Columbia, 2004)  커버도 그가 촬영한 사진으로 앨범 커버를 꾸몄다.

이 두 장의 커버와 블루 옥토버의 커버만 봐도, 그가 우울한 표정을 잡아내는 데에 탁월한 포토그래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웹에서 확인한 그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그가 포착해낸 우울한 표정은 대부분 앨범 커버로 사용했다. 슬픈 표정은 확실히 시선을 더 잡아끈다. 그런 면에서 채프먼은 음반 커버가 뭔지 아는 사람인 듯하다.





가버린 날들이지만 잊혀지진 않을 거예요...... 라고 노래한 산울림을 떠올릴만한 커버는 또 있다.

2004년에 국내에 소개되었던 벨기에 출신의 시오엔 Sioen이다.
라디오헤드 Radiohead 클론은 아니었지만, 그런 느낌으로 판매될 준비를 끝내고 대기중이었던 친구.
앨범 타이틀과 커버가 좀 그렇긴 하지만, 이 정도는 워낙에 얌전판 편에 속하니 그냥 넘어간다. 뭐, 음악이 안되면 벗고, 그걸로도 안되면 텍스트로도 자극을 주는 거야 예술계에서 늘 있는 일이니.

이 커버가 기억나는 건, 시오엔이 국내에 소개되었을 무렵의 옛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티스트의 홈페이지는 거의 방문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시오엔의 경우는 달랐다. 좀더 탐구해보고 싶어 오피셜 홈페이지를 찾아가 시오엔이 직접 써놓은 글을 발견한 일을 아직도 기억한다. 내용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랬다.
"내 앨범이 한국에서도 발매된대. 이야. 끝내주는 일이야. 앨범이 나왔으니 한국에서 공연할 수도 있겠는걸. 아싸 신난다~~~~~~~"

그런데...... 시오엔의 이같은 흥분과 소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시오엔의 앨범을 한국에 소개했던 음반사가 록레코드였는데, 이 앨범을 발매하고 한달쯤 되었을까,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아주 짧은 시간이 흐른 뒤 한국 철수를 공식 선언했다. 시오엔의 앨범 프로모션은 물론이고 배급 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앨범을 기억하고 있다면 당시 음악 좀 들었던 코어 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 혹시나 2004년의 기록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오피셜 홈페이지에 가봤더니 그는 지금 홈페이지 대신 플리커와 유튜브, 페이스북을 떠돌며 인터넷 대세를 따르느라 분주해 건질 게 없었다. 대신 얼마전에 네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는 소식은 접했다.

- 건질 게 없어도 오피셜 홈페이지를 한번 가보고 싶다면 [여기].
- 오피셜 홈페이지 말고 음악이나 들려달라!고 항의하고 싶다면, 시오엔이 어느 나라 출신이더라?를 찾다가 발견한 블로그로 시오엔의 유튜브 영상을 잘 모아놓은 [여기]를 추천.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게 해준, 시오엔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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