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철이라는 막강한 기타리스트는 왜 기타에 집중하지 않고 엉성하게 노래를 부르려고 할까? 서울전자음악단에 대한 호의의 가득한 비평이 존재한다. 힘 없는 보컬에 대해서조차 "가사에 집중하지 말 것을 권한다"며 호평을 보내고 있을 정도다. 무의미한 가사지만 그것이 노래 전체에서 주제의 환기나 극적 요소의 첨가로 작용한다면 당연히 가사나 보컬에 집중하지 않겠지만, 1집에 이어 이 두번째 앨범에서도 집요하게 가사를 담고 노래한다. 그게 문제인 게다. 잘 만든 곡을 맥빠지게 만든다. 음악의 감동을 보컬이 갉아먹고 있는데, 왜 가사에 집중하지 말아야 할까? (그나마 격렬한 연주 덕분에 음악에 어울리지 않는 어설픈 보컬이 묻혀 다행인 <종소리>나 <언제나 오늘에>가 있으니 천만다행이다. 이런 멋진 음악에 맥빠진 보컬이라니...... 상상하기도 싫다.) 신윤철은 서울전자음악단이 아니라 황보령의 EP 「Smacksoft」(Upper Music, 2009)에 실린 <해>와 <다시 살아나>에서 정말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것 같은 감동의 기타를 보여준다. 최근 몇 년동안 이처럼 감동적인 기타 솔로를 들어본 적이 없다. 보컬과 제대로 어울린 탓이다. 베이시스트 김정욱이 보컬을 담당한 <서울의 봄>과 <중독>이나 드러머 신석철이 드럼과 보컬을 담당한 <꿈속에서>는 신윤철의 보컬과 차원이 다르다. 잘 부른다는 느낌은 결코 아니지만 음악과 보컬이 자연스럽게 섞인다. 신윤철은 인정하고 지지하는 기타리스트지만 보컬에서 손 떼라고 부탁하고 싶다.
서울전자음악단의 두번째 앨범 커버 일러스트는 김희정이 담당했다. 구글링으로 그의 다른 작업 결과를 찾아보려 했지만 검색 능력 부족으로 찾지 못했다. 무심코 그린 듯하지만 서울전자음악단의 음악과 잘 어울린다.
그런데 이 일러스트, 어디에서 본 것 같다.
이탈리안 록이 한국을 휩쓸었단 90년대 초반에 국내에 소개된 트리아데 Triade의 컨셉트 앨범 「1998: La Storia Di Sabazio」(Derby, 1973. 시완레코드에서 1993년에 재발매) 커버다.
이 이미지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던지 시완레코드는 'Art Rock Magazine' 창간호(1992년 봄호) 표지에 이 로고를 사용했다. 커버 일러스트와 디자인은 플로린다 소라노 Florinda Sorano가 그렸다. 국내 발매된 CD 해설지 제목이 "금색 커버에 숨겨진 이야기는?"이라서 뭔가 엄청난 커버 아트 스토리가 있는데 놓쳤는줄 알고 다시 읽었는데....... 없다.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건 플로린다 소라노는 밴드의 드러머 조르지오 소라노 Giorgio Sorano의 아내라는 사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 앨범의 커버 아트를 위해 크레팍스 Crepax와 접촉했지만 결국 조르지오의 아내가 그린 일러스트를 사용하게 되었고, 금박이라 비용이 많이 들었다는 이야기까지 덤으로 알게 되었다. 크레팍스가 커버 아트를 담당한 가리발디 Garybaldi의 「Nuda」는 이탈리안 록 앨범 커버 아트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명작이다.
트리아데의 앨범 커버 일러스트와 서울전자음악단의 커버 아트가 닮았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 같다. 두 밴드 모두 트리오다.
리처드 그레이 Richard Gray가 슬리브 디자인을 담당했다. 검색해보면 리처드 그레이 이름으로 일러스트레이터가 검색되는데, 맞는지 아닌지 몰라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이 커버를 꺼내온 것은, 서울전자음악단이나 트리아데의 일러스트 커버와 스타일은 다르지만 형식은 같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렇게 여러 이미지를 섞은 커버 아트를 써보려고 모아두었는데, 이때 꺼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가져왔다. 나중에 이런 커버만 모아서 다시 한번 더 언급할 생각이다.
사실 이 앨범은 퀸의 앨범 가운데 가장 재생 빈도수가 낮다. 히트곡이 무언지, 내가 기억하는 혼자만의 명곡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앨범 이야기는 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