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일관성

2009. 9. 8. 22:07
한 밴드/솔로 아티스트가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중요한 건 밴드 로고이고, 또 하나는 커버아트의 일관성이다.
비슷비슷한 서체인데도 아티스트들은 각각 멋진 밴드 로고를 만들어낸다. 언젠가 이 블로그에서도 주다스 프리스트 Judas Priest로 밴드 로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듯 다양하면서도 독특한 로고는 흥미를 끄는 요소다.
커버아트의 일관성 역시 이미지 메이킹에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아이언 메이든 Iron Maiden의 에디 eddie야 워낙 유명해서 더 말하면 입만 아프고, 헬로윈 Helloween의 keeper나 칠드런 오브 보덤 Children Of Bodom의 ripper 같은 경우도 커버만 보고 밴드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다.

커버아트에서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게 단지 이미지 메이킹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뿐만 아니라 음악 외의 요소에서도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일관성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비전이라는 게 커버에 담겨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굳이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을 가진 커버아트를 만들어낸 아티스트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울림을 꼽을 수 있겠지만 산울림 역시 (후기 산울림은 이름만 산울림이고 김창완 프로젝트일 뿐이라는 점을 잊는 게 좋다) 12집까지 오랜 시간 이어오던 일관된 커버아트를 마지막 앨범인 13집에서 포기해버렸다.

커버아트는 아트일 뿐이다. 하지만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건 무언가 확실하고 선명한 자신의 것(이게 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다. 커버아트에서 해당 아티스트의 음악세계를 유추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커버아트의 일관성은 이 대단한 일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래서 캘빈 해리스 Calvin Harris의 커버 아트도 높게 평가한다.
최근 발표한 새 앨범 「Ready For The Weekend」(Sony, 2009)의 앨범 커버. 이전에 발표한 캘빈 해리스의 음반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이 앨범커버가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러고 보면, 커버아트가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걸 아는 경우라면 꽤 오랫동안 아티스트의 음악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때 이 앨범 커버를 보게 된다면 캘빈 해리스 커버아트의 일관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영국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한 <I'm Not Alone>의 커버로, 앨범 「Ready For The Weekend」에 수록된 곡이다. 앨범과 싱글 커버를 슬쩍 보기만 해도 캘빈 해리스의 음악과 그에 따른 설정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음악과 설정?
싱글의 특성상 그 곡이 담긴 메인 앨범의 커버아트와 연속성을 가졌을 때 파급효과가 더 크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오리지널 앨범 아트웍은 싱글 속에서 다양하게 변주된다. 역시 일관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티스트의 커버아트가 일관성을 가졌다고 보는 게 아니라 싱글과 앨범의 관계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럴 때 이 커버를.



「Ready For The Weekend」를 발표하기 2년 전, 그러니까 자신의 레이블에서만 발표하는 인디 앨범이 아니라 전세계로 배급되는 메이저 레이블 데뷔 앨범 「I Created Disco」(Sony, 2007)의 커버다. 시간차는 2년. 캘빈 해리스는 이 앨범의 커버 아트를 2년 뒤에 더 멋진 스타일로 이어갔다. 이게 바로 일관성이다.

단지 커버아트가 비슷하다는 것에서 일관성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캘빈 해리스는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하기 전부터 자신의 레이블에서 앨범을 발표했다. 그 레이블 이름이 Fly Eye Records다. 레이블의 이름을 지을 때부터 그는 '플라이 아이'에 대한 어떤 비전을 갖고 있었고, 커버아트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며 그 비전을 이렇게 구현했다.

"이번 앨범은 무슨무슨 컨셉이고요~ 의상도 거기에 맞춰서 입고요~" 블라블라...
이런 식으로 자기 생각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그저 코디네이터가 만들어주는 의상과 아트 소리 붙여주기 민망한 사진으로 대충 떼우는 행태에 비교해보면 극과 극이다. (이쯤 해서 고백하면, 오늘 주제는 이렇게 즉흥적이고 생각 없이 만들어내는 커버 아트에 대한 비판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다.)



일관성을 가진 앨범 커버아트 샘플을 거론하면 밤새 이야기해도 끝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수많은 아티스트가 수많은 앨범을 만들어내면서 각자 이미지 메이킹이든, 정말 아트를 했든 음반 커버에 상상력을 담아놓았다.

그래서 최근에 새 앨범을 발표한 하드코어 수퍼스타 Hardcore Superstar의 앨범 커버아트를 보는 걸로 조금 추가해야겠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Hardcore Superstar」(Abstract Sounds, 2005), 「Dreamin' In A Casket」(Abstract Sounds, 2007), 「Beg For It」(Abstract Sounds, 2009)이다. 각각 2년의 차이를 두고 앨범을 발표했다. 하드코어 수퍼스타의 경우 밴드 로고와 커버아트의 일관성이 결합된 형태다. 앨범커버만 보고도 이 밴드의 앨범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게 이미지를 구축해놓았다.

이런 일관성은 유치할 때도 있다. 아티스트가 그걸 느끼는 순간 커버아트는 또다시 새롭게 바뀐다. 일관성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그래도 일관성에 집착하는 이유는, 바로 위에서 이야기했듯, 한 장의 음반이 만들어지는 동안 아무렇게나 진행된 구석이 없는 앨범일수록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하드코어 수퍼스타의 음악에 그렇게 많은 애정이 있는 건 아닌데도 커버 아트라도 이렇게 신경쓰고 있는 걸 보면.



오늘은 일단 일관성이라는 게 아티스트의 비전을 보여주는 예의 하나가 된다는 것만 슬쩍 이야기하고 넘어가지만, (늘 말로만 하는) 다음 기회에 다시한번 커버아트의 일관성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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