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정말 코가 손이었을까?
그러면...... 과자를 주면 코로 받지요,라는 말은 또 뭔가.
앞에서는 코가 손이라고 이야기하고는 바로 뒤에서 코로 받는다고 이야기하면 이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울 건가.

라고, 지구가 왜 돌까 늘 고민하는 철학자처럼 이야기하는 건 그럴 듯한 시작을 해보고 싶은 진지하지 못한 욕망이 철철 넘쳐 흘렀기 때문이다,
라고, 부연설명을 달아놓는다 한들 코끼리 아저씨의 코가 손이 될 수 없다는 건 어린아이들도 다 아는 이야기다. 오히려 코끼리는 아저씨, 즉 남성으로만 인식하게 해서 성차별을 가르칠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 현실적이고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쓰는 커버/스토리가 더 썰렁해졌다. 이런 5060 싸구려 농담이라니.




얼마전에 공개된 세렝게티의 두번째 앨범 「Oasis」(Masterplan, 2009)다.
세렝게티라는 밴드명답게 아프리칸 리듬을 가요에 도입해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음악을 한다. 세렝게티의 두번째 앨범은 코끼리를 앞세웠다.
첫 앨범 「Afro Afro」(Masterplan, 2008)는 헤드폰을 쓴 얼룩말이었는데 두번째 앨범은 스케일이 좀더 커졌다.
여기에서 커버/스토리를 시작한다면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코끼리밖에 없으니까 그냥 코끼리가 등장하는 커버만 모아보자. 두번째는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아주 커다란 동물원이다. 그러니까 동물원 커버를 모아보자. 사실 동물원 커버는 꽤 오래전부터 구상했지만 귀찮아서 미뤄뒀는데, 커버/스토리를 생각하면서도 그랬다.
코끼리가 등장하는 커버는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간단하게 코끼리로 가자고 결정했다. 그러니까 오늘 주제는 쉽고 간단하게 코끼리 커버다.


Elvis Costello / Armed Forces
엘비스 코스텔로 Elvis Costello의 앨범 가운데 거의 최고앨범 대접을 받는 1979년 앨범 「Armed Forces」(Columbia, 1979).
수많은 앨범을 발표했는데도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는 아티스트라 이 앨범 역시 가지고 있지 않다. 사실 라이코디스크에서 나온 확장판을 사겠다고 생각만하고는 아직도 보관함에 처박혀 있다. 밖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앨범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코끼리 커버로는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엘비스 코스텔로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이 앨범 커버는 한두번은 봤을 테니까. 오늘 커버/스토리를 위해서는 최적이라 감히 뺄 수도 없다. 무장한 armed 것이 코끼리인지 코끼리 사냥꾼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나중에 수중에 들어오게 되면 그때 확인해볼 참이다.




동물원이냐 코끼리냐 사이에서 고민하다 코끼리로 가자고 결정하게 해준 앨범.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 Fantastic Plastic Machine의 2003년 앨범 「Too」(Avex, 2003)인데, "일본 시부야 DJ들이 뽑은 2003년 최고의 댄스앨범"이라고 설명이 붙어 있다. 그동안 이 앨범을 Zoo로 기억하고 있던 이유는 곧이어 발표한 앨범이 「Zoo」(Avex, 2003)였는데 「Too」 수록곡을 리믹스한 트랙과 신곡을 담고 있었다. 둘 사이에 큰 시간차가 없어서 머릿속에서 뒤섞여버렸다. (덕분에 이후 동물원 커버/스토리에 쓸 앨범 커버 하나는 미리 확보했다.)

그런데 이게 왜 코끼리 앨범 커버냐, 라고 따질 수 있겠다. 제일 위에 코끼리 두마리가 석양(이라고 생각하는 게 결코 무리는 아닐 듯하다)을 배경으로 걸어가고 있다.


Clutch / The Elephant Riders
혹시나 엄청 유명한데 놓치고 있는 게 있을까 싶어 검색하다 발견한 커버. 클러치 Clutch는 90년대에 데뷔한 미국 록 밴드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인디 밴드였나보다 싶어 정보를 확인해봤는데 그래도 90년대에는 메이저 레이블을 통해 앨범을 발표했다. 아직까지 활동하는 밴드인데....... 차트 성적이 보이질 않는다. 메이저 레이블에서 뭔가 해보려고 했는데 실패했나보다.
클러치의 세번째 정규 앨범 「The Elephant Riders」(Columbia, 1998)다.







이렇게 확인해보고 저렇게 확인해봐도 코끼리 아저씨/아줌마는 코가 손이 아니라 코가 코였다. 아무 생각없이 불렀던 동요를 지금 보면 참 이상한 노래가 많다......



추가                                           

간단히 끝내려고 했는데...... 제보가 순식간에 두 건이나 들어왔네요!
그래서 긴급 추가합니다.

Deer Tick / War Elephant
제가 무척 좋아하는 스타일의 깔끔한 일러스트입니다. 기마 대신 장갑차 역할을 하는 기코(?)가 되게끔 전투용 갑옷을 입힌 전투 코끼리입니다. 디어 틱 Deer Tick의 첫 앨범 「War Elephant」(Partisan, 2007)네요. 혹시 빨치산 레코드라는 음반사 이름 때문에 이런 앨범 타이틀을 붙인 건 아닐까 혼자 생각해봤습니다. 트랙 리스트를 봤는데 <War Elephant>라는 제목이 없어서요.

디어 틱은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존 매콜리 John McCauley가 솔로로 활동할 생각을 하다 결성한 미국의 록 밴드라고 하네요. 밴드의 음악은 디어 틱의 마이스페이스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요즘 빌보드 차트라는 정글을 누비고 다니는 블랙 아이드 피스 Black Eyed Peas가 2003년에 발표한 세번째 앨범 「Elephunk」(A&M, 2003)도 코끼리가 인상적인 커버였습니다. 사실 전 블랙 아이드 피스의 착한 힙합이 와닿지는 않았고, 최근 앨범은 윌아이엠 will.i.am의 발언이 맘에 안들어서 <Boom Boom Pow>도 아직 끝까지 안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발언이 증폭되는 바람에 올해 최악의 커버 후보에도 올라갔네요. 어느쪽 스타일이 좋으냐고 한다면 최신 스타일이 더 편하고 좋은데 나중에 한번 시간 내서 들어봐야겠습니다.




조금 전에 방 정리하다 발견한 CD입니다. CD가 완전 분해되어서 굴러다니고 있었네요. 왜 분해되었지? 아무튼 시대에 걸맞지 않게 과거로 돌아간 엠파이어 오브 더 선 Empire Of The Sun의 데뷔 앨범 「Walking On A Dream」(EMI, 2008)입니다. 데뷔 이전부터 관심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앨범을 내자마자 꽤 성공적인 데뷔를 했습니다. 80년대 어렵지 않은 뉴웨이브/신스팝과 록, 그리고 최신 일렉트로니카를 고루 담은 재미있는 앨범입니다. 요기에도 코끼리가 보입니다. 이러다가 호랑이 커버/스토리라고 쓸 때 또 인용할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그 전에 곧 이 커버는 재활용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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