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상처

2009. 10. 15. 04:53
상처 없이 사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살고, 누구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끝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아 괴롭히는 상처도 있다. 그건 넘어서기 참 힘들다.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잘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텐데, 그래도 끝내 남는 상처가 있다면...... 글쎄, 두고두고 아프겠지만.

그걸 왜 자꾸 끄집어내려는 걸까. 묻어두면 안될까.
마음의 상처를 자꾸 꺼내놓으면 어쩌라는 말인가.
요즘 만난 두 장의 새 앨범 때문에 상처를 생각하게 된다.




앨리스 인 체인스 Alice In Chains의 새 앨범 「Black Gives Way To Blue」(Virgin, 2009).
귀환. 그래서 살아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가.
귀환. 그래서 떠난 자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E다고 말하고 싶은가.
쉬지 않고 뛰는 심장을 꺼내놓았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 대신 지독하게 슬프다.
(알고 있을까. 난 심장 그림을 보면 항상 마음이 아프다. 나 혼자 느끼는 마음의 상처다.)

혹시라도 음악이나 들어보고 커버 이야기를 하냐고 나설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추가한다면; 음악은 좋다. 새로운 보컬을 데리고 왔지만 예전의 그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예전의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어둡고 나선형으로 리프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것에 힘을 쏟아서 앨범을 끝까지 듣고 나면 피곤해지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이런 복귀라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별? ★★★★☆다. ( 음악 이야기는 될 수 있으면 안하려고 했는데, 음악이나 들어보고 커버 이야기하라는 말 나올까봐 이번에만 적는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조금 삐딱하게 시작하고 끝날 테니까.)




브레이킹 벤자민 Breaking Benjamin의 새 앨범 「Dear Agony」(Hollywood, 2009).
CT 촬영으로 애거니 agony 발견하다? 노벨의학상이라도 받고 싶은 모양이다.
충격적이지도 않고 파격적이지도 않은데, 왜 자꾸 해부학에 가까운 커버를 만들어내지 못해 안달인가.
(나중에 해부학에 관한 커버/스토리를 쓸 생각인데, 이렇게 무성의해 보이는 커버와 격이 다른 것들이다.)

그러고 보니 펄 잼 Pearl Jam의 새 앨범도 병원 냄새 폴폴 나는 그림 몇 조각이 담겨 있었다.
다들 해부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은 모양이다. 까발려보고 싶은 게 뭘까.




한대수 「상처」(서울음반, 2004)
이 앨범 커버를 처음 봤을 때는 한대수의 위트와 유머와 펀 pun에 대해 좋게 생각했지만, 결국 병원을 떠올리게 하는 커버라는 이유에서 볼 때마다 아프다.
발목이 부러져 입원한 후 찍은 자신의 엑스레이 사진을 커버로 사용했다.
앨범 제목이 상처를 암시하는데, 첫 곡 역시 알콜중독에 대한 상처를 노래한 <상처>다. (한대수는 "자기의 부인이 알콜과 마약 중독에 빠져있을 때 남편은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한다. 고칠 수 없는 상처다"라고 직접 <상처>에 대해 이야기했다.)




숨기고 살아도 힘들고, 드러내고 살아도 힘든 상처들.
그걸 보듬어달라고 이야기하고, 그걸 보듬어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어야만 상처를 치유할 건가.
상처를 이렇게 꺼내놓아야만 해결할 수 있는 건가. 요즘 음반 커버들 속의 상처를 보면 아파진다. 불편하다.
감기 때문에 까칠해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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