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시시콜콜한 잡담으로 블로그를 채웠다.
그마저도 한달에 두 번이나 글을 썼을까?
핑계는 있다.
일도 바빴고, 일감도 많았고, 지겹게 추워 마냥 잠 들고 싶었다.
내 감성에 문제가 생겼는지 관심이 줄어들었는지, 모든 게 귀찮아졌는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마음에 드는 커버나 이야기를 꺼내볼만한 커버가 없었다.
Erykah Badu 「New Amerykah Part Two: Return Of The Ankh)」(Universal, 2010)
그나마 이 커버 정도라고 할까.
2008년에 발표한 「New Amerykah Part One: 4th World War)」에 이은 연작이다. .
화사했으니까.
하지만 이야기하는 건 포기다. 머리에서 나무가 나와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해도 상처를 보는 건 즐겁지 않다.
마음이 아파지니까.
Gotan Project 「Tango 3.0」(Ya Basta, 2010)
그러다 발견한 커버.
고탄 프로젝트의 세번째 정규 앨범 커버다.
눈이 자꾸 침침해져서 처음에 이 커버를 봤을 때는 그다지 와닿질 않았다.
나무로 글자를 만들었나보다 싶었으니까.
사실 나무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건 금방 알 수 있는 건데, 시간에 쫓기다 보니 자세히 들여다볼 틈이 없었다(고 핑계를 대자).
세번째 앨범답게, 세 명의 여인이 글자를 만들었는데 이게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계기는 이번 앨범을 발표하면서 함께 공개한 싱글 <La Gloria> 커버 때문이었다.
보다시피 고탄 프로젝트의 앨범 커버에서 G 부분만 확대했다.
그제서야 이번 앨범 커버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내 시각에 이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도 함께 알아차렸다.
안경을 쓰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고, 렌즈를 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력 때문에 사진을 대충 찍는다, 시력 때문에 운전을 할 생각이 없다고 변명하곤 했는데, 시력이 나아지면 변명거리가 없어진다.
그래서 그냥 두기로 했다.
보기 싫은 것까지 억지로 볼 생각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