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풍이 지나갔다.
어마어마한 번개가 연속으로 치길래 컴퓨터가 터질까봐 서둘러 끄고 잠들었다. 어느새 가버린 태풍. 정말 무시무시한 바람이었다. 후배가 괜찮나며 전화했다. 응. 괜찮아. 아무 일도 없었어.
2
한달만에 글을 쓴다.
한달에 글 하나 쓰는 블로그는 있으나마나 하겠지만, 1년에 글 하나 올리는 블로그도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위로를 한다. 블로그를 방치하는 몇 가지 이유들; 이를테면 연애중이라든지, 트위터에 빠져 있다든지, 아니면 연애중인데 트위터에 빠져있다든지, 정말 정말 일이 바빠서 죽을 지경이라든지, 연애중이면서 트위터에 빠져있는데 일도 바빠 죽겠다든지, 아프다든지, 슬프다든지, 장기외유중이라든지, 이런 이유와 겹치는 게 하나도 없는데도 블로그를 내팽겨쳐두고 있었다. 이유는 귀찮아서. 이렇게 말하면 조금 무책임해보이니까 그럴 듯한 이유를 하나 달면; 마음에 드는 앨범 커버가 없어서다. 이렇게 말하면 또 트집잡힐 테니까 다시 말하면;
내가 들었던 음반들 가운데 좋은 커버가 없어서다. 매일 이렇게 쓰잘데기 없는 잡담만 늘어놓을 수는 있지만, 그건 내가 싫다. 일기는 일기장에 써야지.
3
9월이다.
방에 걸린 달력은 아직도 8월. 시간 잘 간다. 7월말에 절에 다녀온 게 몇 년 전 이야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