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요즘 디지털 파일로 음악을 풀어서 그런지 아티스트나 음반사나 확실히 예전보다 커버아트에 신경을 덜 쓰고 있다. 뭐, 그럴 만하다고 생각한다. 가로 x 세로 500 픽셀 정도가 디지털 파일을 위한 커버아트의 최적 사이즈로 의견이 통일되고 있는 상황이다. 굳이 커버아트에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구글에서 음반 커버를 검색했을 때 인기순으로 정리가 되던가? 아무튼 손 안댄 디폴트 상태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이미지의 사이즈를 확인해보라. 거의 대부분 둘 중 하나다. 300픽셀이거나 500픽셀.)

지난번에도 고백하긴 했지만, 정말 지겨울 정도로 음악은 계속 듣고 있는데, 마음에 드는 앨범커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지겨운데 왜 듣고 있냐고? 음, 그건...... 누구나 모두 다 이야기하지 않아야 하거나 이야기할 필요 없는 게 있는 법이고, 나에게는 지겨운데 음악을 계속 듣는 이유가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6월이 거의 다 지나가는 시점.
상반기 베스트 5를 꼽아도 될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마음대로 술술 풀리는 게 아니다. 가진 음반, 껍데기만 본 음반, 소문만 들은 음반, 등등 모두 통합해서 억지로 찾아봐야할 듯하다. 여전히 마음에 드는 커버아트가 없다. 그래서 오늘은 간단하게나마 베스트 하나, 워스트 하나를 먼저 꼽기로 했다. 아무리 쓸만한 게 없다고 해도 한 장 정도는 선택할 수 있다.


2011년 상반기 BEST Cover Art    



Priscilla Ahn 「When You Grow Up」(Blue Note, 2011)

내가 소녀의 감성을 가진 건 아니다. 어쨌든 이 앨범커버를 보면서 편안해졌다. 앨범커버의 절반을 차지한 초록색이 모니터만 뚫어져라 바라보던 내 시신경을 느슨하게 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 농담이다. 이 앨범을 최고로 선택한 건 나무 뒤에 숨어 있는 토끼 때문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을 게 분명하다. 소녀에서 여인으로? 아니, 그렇지는 않을 게다. 프리실라 안은 2010년 여름에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소녀네, 여인이네, 숙녀네, 이런 거 따질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소녀에서 여인으로" 같은 B급 에로용 문장을 쓰지 않는 게 낫다. 프리실라 안은 앨범 타이틀(곡) 때문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이미지를 가져온 게 분명하다.

사실 이 앨범커버가 정식 앨범 커버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프리실라 안의 오피셜 홈페이지에는 아래의 커버가 메인에 떠 있었다.



보다시피, 어드밴스 CD라고 적어놓은 비매용 음반 커버다. 정식 발표 때에는 Advance CD라는 글자만 지우고 나올 줄 알았는데,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이 앨범커버로 공개했다고 하더라도 상반기 베스트 커버아트로 선정하려고 했는데...... 정식 앨범 커버가 좋았던 건, 이 어드밴스 시디 커버의 두 주인공인 소녀와 토끼가 그대로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Grow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는 게 이번 앨범의 감상 포인트다.



2011년 상반기 WORST Cover Art     



Arctic Monkeys 「Suck It And See」(Domino, 2011)

막 짜증이 나려고 한다.

지들이 무슨 네 번째 앨범 발표하던 시절의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도 아니고, 밴드 이름도 없이 그냥 달랑 앨범 이름만 적어놓았다. Suck !!은 내가 할 소리다.
음반 판매량 급감을 걱정한 전세계 배급사에서도 짜증나겠지만, 어쩔 수 있나, 팔아야 할 입장에서 찬반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그러니까 아마도 스티커 하나 음반 바깥 비닐에 척 !! 붙여놓을 게다. 어쩌면 밴드 이름은 넣어줘야 하는 거잖아, 라면서 아예 인쇄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본사에서 "악틱 멍키스의 네 번째 앨범 커버아트는 밴드 이름이 없는 게 정식이니 절대 손대지 마시오!!"라고 강력하게 요구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자기네들도 덜 팔리면 손해니까 "그 대신 바깥 비닐에 밴드 로고 스티커를 붙이는 건 허용."이라고 추가 조항을 적어놓았을 듯하다.

밴드 로고가 있거나 없거나, 이 앨범 커버아트는 2011년 상반기 뿐만 아니라 2011년 전체에 걸쳐 워스트 앨범 커버아트 1위 예정이다.
올해 지산밸리에 온다는데, 사인해주기는 좋겠다. 무슨 펜으로 써도 다 잘 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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