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Kyle Cease 「I Highly Recommend This」(Comedy Central Rec., 2012)

코미디언 카일 시즈 Kyle Cease가 발표한 세 번째 코미디 앨범. (최근 코미디 앨범 커버가 자주 올라오는데, 올뮤직가이드 뉴스레터 탓이다. 우리네 정서에 맞지 않겠지만 미국인이라면 이런 앨범도 무척 소중할 게다. 실제로 그렇다. 이 앨범은 빌보드 코미디 앨범 차트 9위까지 올라갔고, 아마존에서도 평이 무척 좋다. [아마존 평 보려면 클릭] 이 앨범 역시 음악이 수록된 것이 아니라 코미디가 수록되어 있다.

그건 다른 곳에서 이야기할 내용이고...... 이 커버/스토리에 집중하면......

그림 속의 그림 속의 그림 속의 그림 속의 그림......에서 가장 선호하는 구도다. 모든 것이 중앙에 자리잡고 있어서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오직 커버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안정'이 재미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정돈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번득이는 뭔가를 주지 못한다.

그래서 힙노시스 Hipgnosis가 작업한 핑크 플로이드 Pink Floyd 앨범 커버는 확실히 돋보인다.


Pink Flyod 「Ummagumma」(Harvest, 1969)

핑크 플로이드가 대중성을 고려하지 않은 최후의 앨범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다양한 음악 실험을 한 앨범이다. 두 장의 LP의 하나는 스튜디오 레코딩이고 다른 한 장은 라이브 레코딩이다.
스톰 소거슨 Storm Thorgerson은 핑크 플로이드의 멤버들을 전혀 사이키델릭하지 않게, 그러나 커버를 보면서 뭔가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상상'은 스톰 소거슨의 커버아트 기본 룰이다.

여기서 잠깐 !!

혹시 핑크 플로이드의 「Ummagumma」를 가지고 있다면 한번 살펴보라. 이 앨범 커버는 저작권 이슈 때문에 제작 버전에 따라 다르고, 발매 국가에 따라 다르다. 위에 올려놓은 커버가 오리지널 커버인데, 이 왼쪽 커버와 다른 점이 있다. (커버 아트에 관해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라, 웬만하면 이 사실을 다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확인 차원에서 한번 끄적여보는 중이다.) 핑크 플로이드 글자 위에 Gigi 포스터가 보이는가 보이지 않는가다.

내가 가진 핑크 플로이드의 「Ummagumma」 커버는 몇 번째 버전일까?
- 오리지널 버전은 Gigi 포스터를 그대로 담았다.
- 두 번째 버전은 저작권 이슈 때문에 지지 포스터를 하얀 페인트로 지워버렸다.
- 세 번째 버전은 지지 포스터가 있었는지 모르게, 그걸 하얀 페인트로 지워버렸는지도 모르게, 처리했다.

이게 가장 간단한 오리지널 커버 판독법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LP 미니어처로 이 앨범을 재발매했을 때 오리지널 커버를 사용한 버전도 있어서 또다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어쨌든,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가운데 오리지널 커버에 대한 집착이 가장 강한 앨범이다. 판독도 어렵지 않은 편이라 더 그렇다.

핑크 플로이드의 「Ummagumma」에 관한 또 다른 커버 이야기가 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Lee Oskar 「Before The Rain」(Elektra, 1978)

투츠 틸레망 Toots Thielemans의 명성 만큼은 아니지만, 하모니카 연주자를 꼽아보시오, 라는 질문이 나온다면 거론해야 할 덴마크의 하모니카 연주자. 리 오스카는 에릭 버든 Eric Burdon이 결성한 그룹 워 War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연주를 알리기 시작했다.

이 앨범은 1978년에 발표한 리 오스카의 솔로 앨범인데, 언뜻 스쳐지나가기 좋게, 그렇지만 정확하게, 그림 속의 그림 속의 그림 속의 그림 속의 그림 속의 그림.......이라는 이번 주제에 맞는 커버를 만들어냈다.
재미있는 건 하모니카를 부는 건 창 밖의 남자라는 사실. 방 안의 인물은 사과를 물어뜯으려 하는 중이다. 그런데 저 창은 정말 창일까? 오른쪽에는 거울이 앉아있는 사내를 비추고 있고, 창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유리탁자에 비친 건물 그림자는 맞지 않는다. 이런 기묘한 반영과 배치 사이에 앨범 커버를 그대로 묘사한 앨범 커버 하나. 재미있는 커버 아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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