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또는 무모한 자신감의 좋은 예
언제였나. TV 채널을 돌리는데 익숙한 노래를 배경에 깐 광고가 흘렀다. 그때 프로그래밍해놓은 행동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열어 급히 화면을 찍었다. 우와~~~~가 아니라 어라??????의 심정으로. (그때 찍은 사진은 다 지워버렸다. 서둘러 찍어 모두 흔들렸다.......)
카메라 앱을 구동시킨 이유를 생각해보면, '대단한 자신감'의 좋은 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 광고다.
어떤 차고 누가 만들었나 같은 기초 정보는 동영상 제목에서 다 보여주고 있으니까 생략하고....... 이 광고가 왜 그리 대단한 자신감의 표본이라고 봤을까.
자동차 광고이며, 배경음악은 국내 록 페스티벌에도 출연한 미국 밴드 펀 fun.의 그야말로 세계적인 히트곡 <We Are Young>이다. 마치 원래 이 차를 위해 이 노래가 존재하는 것처럼 아주 또렷하게 "오늘 나의 아반테는 위 아 영"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있다. 마지막 자막은 '2014 FIFA 월드컵 공식 파트너'다. 그러니까 이 광고는 2014년용 광고다. (오피셜 채널에 게시한 날짜는 2014년 6월 23일이다. 아마 일반 TV에서 방영한 시기도 이 무렵이 맞을 게다.)
자신감의 표본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 광고는 "대단히 무모한 자신감의 좋은 예"이다.
광고 뒤에 듣겠...... 아니, 이야기하겠습니다.
역시, 자동차 광고이며, 배경음악은 국내 록 페스티벌에도 출연한 미국 밴드 펀 fun.의 그야말로 세계적인 히트곡 <We Are Young>이다. 광고 방영일자는 2012년 2월 5일. 슈퍼볼 광고다.
뭐야?
벌써 외국에서 자동차 광고에 이 노래를 썼네?
오늘 나의 아반테는 위 아 영이 아니라 오늘 나의 쉐비 소닉은 위 아 영이잖아?
하...... 그렇다. 이 광고는 미국 1억명이 넘는 시청자를 사로잡은 2012년 수퍼볼 경기 중 방영한 광고다. 쉐보레는 (이 광고에 한정해서 말하면) 1분짜리 이 광고를 위해 80억 정도를 주고 광고할 기회를 얻었다. 알겠지만, 80억을 들여서 슈퍼볼에 광고를 하면 80억 이상의 효과를 얻는다고 평가하고 있으니 80억 쯤이야......) 쉐보레 소닉이 스카이다이빙을 하거나, 360도 회전 묘기인 킥플립을 시도하거나, 번지 점프를 하거나, 뮤직 비디오로 뜬 밴드 오케이 고 OK Go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했다.
노래에 한정해서 말해볼까? 사실 펀은 쉐보레 소닉 광고주에게 1년 내내 큰 절을 해도 될 정도로 광고 덕을 톡톡히 봤다. 2011년에 공개한 싱글 <We Are Young>은 싱글 차트 중간 쯤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다 그마저도 글리 캐스트 커버 버전에 밀려났다. 그런데 2012년 초에 이 광고가 방영된 그 다음주에 곧바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찍었다. 어디 그뿐인가. 미국이 아닌 전세계에서 이 멋진 광고의 배경음악인 <We Are Young>에 열렬한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록 페스티벌에 펀이 출연하게 된 것도 이 광고 이후 펀이 경험한 세계적인 유명세 덕분이다. (이 성공이 너무나 거대하기 때문에 펀은 밴드를 해산할 때까지, 밴드를 해산한 후에도 <We Are Young>의 망령에 시달릴 게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화제가 된 이 광고를 제작 완료된 시점까지 아무도 못 봤던 걸까? 펀의 노래 <We Are Young>을 사용해 자동차 광고를 만들었다니...... 정말 무모하다. 우리 기억 속에 펀의 <We Are Young>은 거의 3년 전이나 다름 없는 2012년 쉐비 소닉 광고 배경음악이다.
이래저래 따져본 결과, 아반테의 <We Are Young>은 오리지널 버전이 아니라 글리 Glee 버전에 더 가깝다. 만약 오리지널 광고와 오리지널 배경음악을 알고 있다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엄청난 사람이 실시간으로 시청한 그 자동차 광고의 그 배경음악을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본다.
이게 글리 버전 <We Are Young>이다.
참고:
위의 위 아 영 버전 아반테 광고는 "오늘 나의 아반테는 영블러드"라는 카피를 쓰고 3OH3의 <Youngblood>를 배경음악으로 깐 다른 버전으로 거의 교체한 모양이다. 통 볼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