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키 큰 CD

2015. 6. 21. 13:54


종로나 강남역에서 시간이 조금 남을 때 들르는 알*딘 오프라인 중고샵. 여긴 강남점이다.


갈 때마다 예상하지 못한 음반을 발견할지 모른다고 생각해 음반 코너를 모두 다 살펴본다. 아쉽게도 관심권에 있지 않은 음반이 대부분이다. 사볼까 싶은 음반이 가끔 있지만 내가 생각한 중고가보다 높아서 그냥 두고 온다. 사볼까였지 어머, 이건 꼭 사야 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재미있는 코너가 있길래 사진을 찍었다. 키 큰 CD. 글자 그대로다. 12cm 높이를 가진 일반 주얼 케이스나 가끔 12cm보다 작거나 15cm 정도까지는 인정할 수 있는 디지팩이 보통 CD다. (일반 주얼 케이스의 가로 길이가 15cm다.) 키 큰 CD는 DVD 크기 정도 패키지나 훨씬 큰 패키지에 담은 시디들이다. 이런 음반들 정말 곤란하다. 편집증이 심한 사람은 일반 주얼 케이스에 알판만 담아 CD장에 꽂아놓고 패키지만 따로 보관하기도 한다. (난 아니다................ 내 경우에 키 큰 CD는 스스로 뒹굴 수 있도록 여기저기 방치한다.)


사실 키 큰 CD를 만나면 난감해진다. DVD와 크기가 같거나 아예 조금 더 큰 LP와 크기가 같다면 오히려 보관하기 쉽다. 그런데 변형 패키지는 (얼씨구나 좋구나 하고 사긴 하지만) 보관하려면 짜증이 난다. 내가 가진 음반 가운데 가장 짜증나는 변형 패키지는 토킹 헤즈 Talking Heads의 「Once In A Lifetime」(Warner, 2003)이다. 수습이 되질 않는 패키지인데 어디 처박혀 있는지 모르겠다. 굴러다니는 놈을 찾으면 사진을 찍어 올리기로 하고.... ([여기를 클릭]하거나 [요기를 클릭]하면 패키지 사진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오해하지는 말 것. 패키지 재질, 디자인, 아트 등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 다만 크기에 짜증이 난다는 것 뿐이다. 게다가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중인 슈테판 사그마이스터 Stefan Sagmeister가 디자인한 이 패키지는 2005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무려 '베스트 박스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 패키지 Best Boxed or Special Limited Edition Package'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나 따위에게 비평할 기회조차 주지 않을 작품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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