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icon 「Personal Computer」(Weird World, 2015)
실리콘 Silicon은 하와이에서 뉴질랜드로 건너온 멀티 인스트루멘틀리스트 코디 닐슨 Kody Nielson의 프로젝트 밴드다. 음악은, 음, 가벼운 일렉트로 팝이라 쇼핑몰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면 매출에 도움이 되겠다. (<I Can See Paradise>의 마지막 1분은 혼란스러우니 제외하는 게 좋다.) 앨범 커버아트는 실리콘을 형상화한 건지, 퍼스널 컴퓨터를 형상화한 건지 알 수 없다. 앨범 발매사 이름은 위어드 월드 레코드다...... 홈페이지에 보면 그래도 듣고 싶음직한 몇몇 앨범과 아티스트들이 있다. 위어드 월드 레코드는 2011년에 설립해 도미노 레코드 Domino Record와 파트너십을 맺은 인디 레이블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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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s Earl Beal 「Noctunes」(Tender Loving Empire, 2015)
실리콘의 앨범만 그랬다면, 음...... 하고 넘어갔겠는데, 실리콘과 같은 주에 공개한 윌리스 얼 빌 Willis Earl Beal 의 앨범을 보니, 커버아트가 장난입니까!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진심은 아니다. 앨범 커버야 아티스트가 당시 그게 최상이라고 생각하는 걸로 선택했을 테고, 아티스트 없이 음반사에서 결정한 거라 해도 당시 최상이라고 생각해 선택했을 건 분명한 일이다.)
그런데, 윌리스 얼 빌이라는 이 아티스트의 음악은, 앨범 커버와 달리 무척 깊다. 트래디셔널 가스펠에 기초를 둔 그의 음악은 블랙 가스펠이라는 특정한 스타일의 음악으로 분류되고 있다. 마치 깊은 속을 꺼내보이듯 진지하고 차분하다. 그런데 왜 이런 커버아트를 선택했을까..... 이상하다. 나와 비슷하게 의문을 품은 누군가가 어디에서 그에게 음악과 앨범 커버의 불균형에 관해 물어봤음직한데, 찾아보진 않았다.
재미있는 건, 이런 앨범 커버아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2015년 새 앨범은 2013년 앨범의 속편인 셈. 2013년에 발표한 「Nobody Knows」(HXC/XL, 2013)의 커버아트는 음악과 다르게 장난 치듯 앨범 커버아트를 완성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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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s Earl Beal 「Nobody Knows」(HXC/XL, 2013)
이런 앨범 커버아트는 이전에도 많았다.
예전에 커버/스토리를 빙자한 근황이라는 글에서 이야기한 라르크앙시엘 L'Arc~en~Ciel이나 본 조비 Bon Jovi의 앨범 커버 역시 커버아트가 장난이냐며 버럭 화를 (장난으로) 낼 법한 커버아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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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c~en~Ciel 「Smile」(KI/OON,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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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 Jovi 「Have A Nice Day」(Mercury, 2005)
구상에서 완결까지 무려 38년이 걸린 브라이언 윌슨 Brian Wilson의 「Smile」(Nonsuch, 2004)이 제목처럼 스마일을 앞세우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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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an Wilson 「Smile」(Nonsuch,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