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지금은 24시간 내내 TV를 볼 수 있지만, 공중파 방송만 볼 수 있던 시절에는 방송이 시작되는 시간과 끝나는 시간이 있었다. 시작과 끝에 모두 <애국가>를 틀었던가? (요즘은 뇌세포가 다 죽어버렸나 싶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지 않다.) 정규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는 화면 조정 시간이 있었고, 그때 알록달록한 컬러 바를 보여주며 배경음악과 오늘의 방송 일정 등을 내보냈을 게다. 방송이 끝났을 때는 지지직.. 거리는 화면이었고.

어린 아이들은 오후 화면 조정 시간부터 TV를 켜놓곤 했다. 정규 방송을 시작한 그 시점부터 한 시간 정도는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을 하니까.



The Cars 「Moving In Stereo: The Best Of The Cars」(Rhino, 2016)

미국도 그랬겠지? 그런 시절의 기억을 간직한 이들을 향해 향수를 자극하려는 카스 The Cars의 베스트 앨범 커버.

난 카스의 여러 노래를 좋아하지만, <Hello Again>을 좋아한다. 내용이야... 음... 가사 해석 사이트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국은 'Sex and Violence' 쪽으로 해석하고 있어서, 그리 좋은 내용은 아닐 게다. 그래도.. 음. 이 곡이 빠지면 카스의 베스트 앨범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Moving In Stereo: The Best Of The Cars」에서는 빠졌다. 여기만 그런 게 아니다. 거의 모든 베스트 앨범에서 <Hello Again>을 빼고 있다. 누군가 내게 카스의 베스트 앨범 가운데 한 장을 소개해달라고 했다면, 주저하지 않고 2002년 베스트 앨범 「Complete Greatest Hits」(Elektra, 2002)를 추천하겠다. 무려 <Hello Again>을 수록했으니까.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앤디 워홀 Andy Warhol이 감독했(으며, 직접 출연도 했으며, 당시 무명 배우였던 지나 거손 Gina Gershon도 나온)다.




아홉번째 <TV를 끄면 좋겠어>(Tripper Sound, 2012)

"무의미한 매스미디어에 대한 일상적 비판

2011년 발매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TV를 봤네>, 리쌍의 <TV를 껐어> 등 TV에 관련된 노래들이 몇몇 있었다. 이 뒤를 이어 2012년과 함께 찾아오는 아홉번째는 TV를 끄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번 싱글의 타이틀곡 <TV를 끄면 좋겠어>의 원제는 <바보상자>였다고 한다.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매스미디어의 늪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일까, 혹은 TV를 보며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시간들을 후회하며 표현한 것일까? <TV를 끄면 좋겠어>는 이미 현대인의 일상이 되어버린 텔레비전에 대한 다양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곡이다." - 밴드 레이블 측에서 보낸 보도자료를 그대로 올린 알*딘 사이트에서 재인용. *표기와 맞춤법은 약간 손댔음.

TV에 대한 거부감이라면 오히려 지지직~ 화면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어쨌든 밴드의 의도와 동떨어지지 않은 앨범 커버.



東京事変 「Color Bars」(EMI Music Japan, 2012)

ad&design by 木村 豊

시이나 링고가 주도했던 밴드 동경사변 Tokyo Jihen의 앨범. TV의 느낌은 좀 적지만 디자인 전체가 화면조정 시간의 그것에서 영감을 얻은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음악은 TV와 관계 있다기보다는 TV 화면조정 시간에 보여주는 그 다양한 색채만큼이나 제각각인 음악을 담고 있다는 뜻일 게다. 다섯 멤버가 각각 한 곡씩 자작곡을 모아 앨범으로 완성한 앨범이니까. 이 앨범 커버 디자인을 담당한 키무라 유타카는 일본의 음악 관련 디자인에서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라고 한다. [이 문장은 키무라 유타카의 인스트그램에 직접 써놓은 소개글이다.][자매품으로 트위터도 운영하고 있으니, 대화가 필요하면 대화를 나눠보시라.]



오랫동안 TV는 문명의 이기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이상한 도구였다.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영상에 집착하는 현상을 탐구하기도 했고, 핑크 플로이드 Pink Floyd는 「The Wall」에서 한 고독한 남자가 TV를 집어던지며 문명에 저항(맞나? 음...)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은 투어를 다닐 때  호텔에서 종종 창 밖으로 TV를 던지는 악행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얼마나 심심했길래.....


현재 나는 TV가 있지만 없는 셈이다. 전원을 넣은 지 5년인가 6년 쯤 되었으니까.

내가 지금 바보가 된 건 그동안 너무나 열심히 TV를 봤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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