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그러니까.... 어느날 문득, 이런 앨범 커버 한 장을 본다고 치자.


CCR Headcleaner 「Tear Down The Wall」(In The Red, 2016)


어떻게든 음악을 들어보려고 하겠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음악보다 커버가 먼저 다가올 수 있고, 음악을 들어봤는데 음악은 전혀 관심없지만 커버는 여전히 마음에 들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건 음악도 좋고 커버 아트도 여전히 좋은 경우.

어쨌든, 좋다. 그럼 음악을 들어볼까? 이때 각자 사용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찾아 듣게 되는데, 내 경우 서너가지 루트가 있다. 가장 빠른 방법은 쇼핑몰에 걸린 샘플을 듣거나 유튜브에서 대표곡이라도 들어보기다. 모든 게 귀찮으면 구글신에게 물어보자. [그런 의미에서, 귀찮음을 해결해줄 30초 샘플 듣기 링크 제공 서비스. 여기를 클릭하면 덤으로 바이오그래피도 읽을 수 있다.]


사실, 음악을 듣지 않더라도, 커버/스토리를 쓰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바로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이름 들어본 적 없고 어떤 음악을 하는지 모르지만, 앨범 커버만으로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 : 어떤 스토리로 갈까?!?!



1. 오마주?



The Clash 「London Calling」(CBS, 1979)

앨범 커버 역사상 최고 가운데 한 장으로 꼽을만한 클래시의 명반.

CCR Headcleaner의 앨범 커버속 기타를 든 여인은 클래시의 이 명반 오마주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마주로 밀고 나가볼까? 음... 만약 오마주가 아니었다면... 게다가 비슷한 음반 한 장쯤은 더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렇다면 다음 기회로.




2. 누드?


Killerpilze 「High」(nordpolrecords, 2016)



Sigur Ros 「Með Suð í Eyrum Við Spilum Endalaust」(EMI, 2008)


이것 말고도 모아놓은 커버가 몇 장 더 있는데.... 19금 마크를 붙여야 하나 싶어서 주저하게 된다. 누드는 음반 커버아트에서 무척 흔한 소재다. 이 글을 시작할 때 이야기했듯 음악은 몰라도 누드 커버아트만으로 쉽게 관심을 끌 수 있다. 그렇지만 누드 커버아트는 좀 뒤로 미루자. 이 소재 또한 흥미진진/무궁무진.



3. 불, 그 자체?


Black Sabbath 「13」(Universal, 2013)


Train 「Bulletproof Picasso」(Columbia, 2014)


앨범 커버아트에서 불도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복수, 열정, 그로테스크, 문명, 멸망, 사랑, 악마, 분노, 전쟁... 그 어떤 조건에 갖다 붙이더라도 나름대로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걸로 할까, 하는 시점에서 커다란 깨달음.!



4. 아! 불타는 기타!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앨범 커버아트에서 중심은 불 붙은 기타다. 다른 소재를 가져올 필요없이, 글자 그대로 불 붙은 기타를 소재로 하면 되겠다.


록계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들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지미 헨드릭스의 붙타는 기타.

1967년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에서 지미 헨드릭스는 공연중 자신의 기타에 불을 붙였다. 이 장면은 그날 이후 신화가 되었고, 롤링스톤 매거진을 비롯한 여러 음악 매체는 두고 두고 이 장면을 록계의 명장면으로 선정한다. 지미 헨드릭스는 현재까지 무려 16차례나 롤링스톤 매거진 커버 아티스트로 선정되었는데, 그중 한번은 바로 그 날 그 시간에 기타에 불을 붙였던 지미 헨드릭스였다. [그런 의미에서, 친절 링크 서비스 한번 더! >>>> Jimi Hendrix on the Cover of Rolling Stone]



바로 이 장면이다. (* 화질이 별로 좋지 않은 영상이지만 시간이 된다면 꼭 봐주는 게 좋겠다.) 불타는 기타를 이야기하면 반드시 이 사건 이야기를 하게 되니까. 당시 동영상과 사진을 찾았으니 이제 불타는 기타 사진을 찾을 차례.


Jimi Hendrix Experience 「Live At Monterey」(BMG, 1986. 이 버전은 2007년 CD 버전)


OST 「Jimi Hendrix: Jimi Plays Monterey」(Polydor, 1986)


이 두 장의 사진은 모두 그날 공연을 다루고 있는데, 처음 앨범은 라이브 앨범 형식을 띄고 있지만 최초 발매 당시 포맷은 VHS 비디오테이프였다. 두번째 앨범은.... 보다시피 다큐멘터리 사운드트랙. 전설의 퍼포먼스를 담고 있긴 하지만, 최초 오디오가 아닌 비디오라는 점에서 음반보다 영화에 더 가깝다. 영화 포스터를 커버/스토리로 끌고 온 셈. 그래서 커버/스토리에 쓸 앨범 커버로는 아쉽다.


그래서 선택한 앨범은 바로 잉베이 맘스틴 Yngwie Malmsteen.


Yngwie Malmsteen 「Fire & Ice」(Elektra, 1992)

국내에 처음 소개될 때 잉베이 말름스틴, 잉위 맘스틴, 잉위 말름스틴... 등등 이름으로 소개되곤 했는데, 그가 국내에 와서 자신의 이름을 잉베이 맘스틴으로 부르면 된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들었다. 그때부터는 대부분 잉베이 맘스틴으로 통일해 부르기 시작했다. (비슷한 경우로, 헬로윈 Helloween의 보컬 마이클 키스케 Michael Kiske가 있었다. 독일 출신이니 미하일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그가 한국에 왔을 때 "마이클 키스케로 불러달라"고 한 바 있다.) 이 앨범이 기억나는 건, 데뷔 시절부터 그를 지원했던 메이저 레이블 폴리돌을 떠나 워너와 계약하고 발표한 첫 앨범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폴리돌 시절보다 성적이 더 좋지 않았다. (그리고는, 계약 해지.....)

아, 맞다. 불붙은 기타! 워낙 빠른 손놀림을 과시했으니 그의 기타에 불이 붙어 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오늘 주제에 적합한 최적의 커버아트인 셈이다.



그런데 잠깐!


그러고 보니, 잉베이 예전 앨범들도 불이 붙어 있는 것 같은데?


Yngwie Malmsteen 「Rising Force」(Polydor, 1984)

1집!


Yngwie Malmsteen 「Trilogy」(Polydor, 1986)

3집!
(사실 이 커버는 용의 불이 기타에 옮겨붙으려는 찰라라서 엄밀하게 말하면, 불타는 기타가 아니라 불붙은 기타다.)


그리고 위에 소개한 「Fire & Ice」는 6집!

여기서 끝이 아니다.


Yngwie Malmsteen 「Perpetual Flame」(Rising Force, 2008)

16집......까지... 불 붙은 기타의 연속이다.


아예 잉베이 맘스틴 특집을 할 걸 그랬나 싶다.



결국, 오늘도 커버/스토리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알려주지도 못했고, 어떤 내용을 전달하지도 못했으며, 어떤 감동도, 어떤 재미도, 어떤 흥미나 관심도 끌지 못했다. 그리고는 잠적.


내가 들은 소문은 이랬다;

비록 재미는 없었더라도 어떻게 커버/스토리를 만드는지 알려줄 수 있었으니 그걸로 되었다고 정신승리 소감을 밝힌 후 다음 커버/스토리 구상을 위해 잠시 떠난다는 편지를 남겼다고 한다.


곧 돌아오겠지. 흠.




업데이트 : 2017. 4. 18


Accept [Restless And Wild] (Brain, 1982)

이렇게 좋은 예가 있었는데 모르고 넘어갈 뻔 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내가 본 이 앨범의 커버는 이게 아니라 마치 라이브 앨범 같은 공연장 모습을 담은 얼터너티브 커버였다. 아마 그 앨범 커버가 인터내셔널 버전용이었을 거라 추측한다. 어디 멋진 곳에 놀러가 장작에 불 붙여놓고 밤새 노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나? 기타가 장작 대신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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