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로 넘어간 순간, 구석에 처박힌 CD 박스 하나 정리하면서 리핑할 시디 몇 장을 꺼내놓았다.
그중 하나, 조동진.
첫 곡 리핑중인 시간, 새벽 다섯시 오십오분. 위의 문장 몇 개를 쓰고 났더니 졸립다. (사실, 아래쪽 문장을 쓰느라 시간을 더 소비했다. 본문에 넣는 것보다 뒤에 넣는 게 낫겟다 싶어 위치를 바꿔놓은 상태. 리핑이 끝나고 절전모드로 가게 하려면 체크하시오, 에 체크했으니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될 거라 믿고 자러 간다.
깨어나 글을 마무리한 지금 시간을 봤더니, 일요일 오후.
어떤날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을 듣거나 들국화 버전으로 <오후만 있던 일요일>을 듣는 게 나을 시간이다. 조금 더 지나면 노래를찾는사람들의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일요일 음악에 대해 중얼중얼 했는데, 오늘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일요일 노래 이야기.
* 조동진 네 번째 앨범 제목을 적다가, 문득...
내가 가진 음반 등짝(스파인)에 써 있는 대로 앨범 제목을 [Vol. 4]로 적은 후 추가 검색을 했더니 역시나 이번에도 앨범 타이틀이 제각각이다. maniadb.com에서는 [조동진]이었는데
위키를 포함한 여러 곳에서 [조동진4] 또는 [조동진4: 일요일 아침]으로 적고 있다. 네 번째 앨범에 이르는 동안 앨범 커버에
[조동진1], [조동진2], [조동진3]이라고 썼으니까 네 번째 앨범 제목은 여러 모로 검토해보면 [조동진4]가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앨범은 1990년 서울음반 버전에 이어 1991년 BMDCD-004의 시리얼을 달고 공개된 첫 번째 재발매반이다. 이후 킹레코드와 푸른곰팡이에서 각각 재발매했다.
우리나라 음반들 앨범 제목을 적을 때 [A면 첫 곡/B면 첫 곡] 식으로 적는 걸 자주 보는데, 이 방식을 나는 인정하지
않는다. 아티스트 또는 기획자의 의도가 아니라 앨범 발매사 입장에서 히트 예상곡(이거나 다른 곡 말고 오직 이 곡만 틀어서 밀어주쇼 같은 의미를 띈 곡)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을 거라 보기 때문이다. 너무나 정직하고 솔직해서 촌스러워 보이지만, 1집, 2집,
3집... 같은 게 더 정확하고 순수한 앨범 제목이다. 그래서 조동진의 경우도 일요일 아침을 생략하기로 했다. 매니아디비에서 조동진의 4집을 [조동진]으로
적은 이유는 1990년 초판을 발매한 서울음반 버전의 앞과 뒤에 조동진의 이름만 적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내가 가진 1991년
재발매반은 그 자리에 Vol. 4라고 써 있다. 이것 역시 위에서 링크한 매니아디비 사이트에서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앨범에 써 있는 그대로'라는 원칙대로 매니아디비 쪽의 선택이 옳겠지만 오늘만큼은 그냥 이렇게 가기로 했다.
그나마 지금은 앨범 제목이 앨범 제목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어서 보기 좋다. 그렇다고 요즘 음반들에 붙은 제목에 흡족해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싱글에 싱글 앨범(!)이라거나 싱글인데 별도 제목을 달아 이게 싱글이야 EP야 풀렝스 앨범이야 헷갈리게 하는 등, 기본도 없이 제작한 음반이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이 블로그에서 몇 번 이야기했는데) 한 음반에서 여기저기 등장하는 메인 아티스트 이름조차 통일시키지 못한,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인식이 바닥인 음반도 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