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입니다. 달력을 뜯어낼 때마다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한 20년 쯤 된 버릇.
지난 여름, 15년을 함께 산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그후 지금까지 블로그에 흔적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아, 고양이가 죽어 슬퍼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해줄 누군가가 있을 거라 계산했지요. 곧바로 일상으로 돌아와 히히덕거릴 힘이 없기도 했습니다.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고, 그렇게 여름 끝에서 가을을 보내고 겨울 초입까지 조용히 지내왔습니다.
아픈 곳 없이, 아주 짧았던 감기 초기 증상 말고는 잘 지냈습니다. 잘 지내야지요. 암요. 건강이 최고죠. 뭐, 새삼스럽게 말하나마나인 뭐 한가지가 더 있어야 최고겠지만요. (사람이냐고요? 아뇨, 아뇨, 돈요.)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은 게 고양이 죽음 탓이라고 핑계를 대고 싶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봐주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하루종일 모니터에서 깜빡거리는 커서를 멍하니 바라볼 정도로 글을 쓰기가 정말로 힘들어졌습니다. (설마... 하루종일? 맞아요? 하루종일은 아니었죠. 커피 타러 가고, 화장실 가고, 밥 먹고, 전화 받고, 고양이를 위해 잠시 문을 열고 있기도 했으니까요.) 글에 대한 자신이 바닥까지 간 상황. 지금도 진짜 '글'을 쓰기 어려워 합니다. 그래도 이 블로그에 쓰는 잡글 정도는 아직 쓸 수 있습니다. 쓰려고 모아놓은 자료도 많고요.
달력을 보고, 달력 사진을 찍고, 몇 달 전에 이야기했어야 할 말을 이제야 꺼냅니다. 그런데, "12월입니다"로 시작하는 이 글. 다시 읽어봐도 두서가 없습니다. 12월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핑계거리를 꺼냅니다. 잡글이라도 써야 바닥에 처박힌 자신감을 1센티미터 정도라도 끌어올릴 수 있겠지요. 혹시 모를 일입니다.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를 길게 풀어놓을까요?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래요. 12월입니다. 춥습니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모두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겠습니다. 잘 지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