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최소 500장의 앨범 커버를 훝어본다. 말도 안된다고 하겠지만 음반 쇼핑몰 몇 페이지만 훑어도 500장 정도는 쉽게 볼 수 있다. 그중 뭔가 이야기가 되겠다 싶은 커버는 커버/스토리를 위해 저장해놓는다. 다운과 동시에 블로그에 글을 쓰기도 하지만, 비슷한 내용으로 세 장 이상 될 때까지 기다리다 적당한 순간 꺼낸다. (다운로드 일자를 보면 몇 년이 훌쩍 지난 커버도 많다. 비슷한 소재가 나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게을러서다. 반성한다.)
그런데 가끔, 정말 아주 가끔, 오늘처럼 커버를 보자마자 이야기를 꺼낼 때가 있다.
우효 <꿀차> (문화인, 2018)
2018년 1월 2일 공개한 우효의 최신 싱글.
오늘에야, 뒤늦게, 이 앨범 커버를 만났다. 아마 1월 2일에 봤다면, 아니, 싱글 커버가 확정되었음을 알리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소식을 2017년에 접했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곧바로 꺼내놓았을 게다. 차라리 그게 더 나았겠다. 상상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거나, 상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극하지 못한다면 커버에 대해 한 줄의 코멘트라도 하지 않았을까.
이 커버를 보자마자 곧바로 상상력 부족을 느꼈다.
당연하다.
Yeah Yeah Yeahs [It's Blitz!] (Polydor, 2009)
- Art Direction by: Karen O, Village Green, and Urs Fischer
- Cover and Inside Photography by: Urs Fischer
미국 인디 록 밴드 예예예스의 2009년 앨범. 엄청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높은 평을 받은 앨범이다. 손에 쥔 계란을 깨뜨리는 순간을 잡아낸 사진은 강렬했다. 못 보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 앨범 커버를 보았다면 잊을 수 없다. 왜 이런 커버를 흉내냈을까.
분위기는 비슷하다. 하지만, 같은 이미지는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럼 하나 더?
사실 앨범 커버만으로 이미 상상력 부족이라고 단정했지만, 예예예스 앨범 부클릿 속 사진을 보면 상상력 부족이라고 돌려말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게 된다.
그렇다면,
새로운 게 없는 시대라고 이야기하지 말길
스스로 상상의 힘을 믿길.
그리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우리에게도 상상의 힘을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