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이삿짐을 싼다.

14년 동안 쌓인 먼지들 때문에 엄두가 나질 않는데,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정리해놓고 있다. 돈을 조금 더 들이고 뒷정리까지 다 맡기는 쪽이 나을까 저울질하고 있다. 돈이 더 있다면야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겠지만... 어쨌든 이삿짐을 싼다. 내 짐의 80퍼센트는 음반이라 박스에 음반을 담는 게 전부라고 해도 좋을 상황. 그러다 보니 여러 음반을 보게 된다. 내가 이런 음반을 가지고 있었나 싶거나 어디에 숨어 있다 이제 나오나 싶은 음반들. 아, 커버/스토리에 쓸만하다 싶은 음반들, 한번 꺼내기 시작하면 하룻밤 정도 꼬박 새야 끝날 만큼 할 이야기가 많은 음반 . 이 앞 문장은 과장이다. 밤새 여러 음악 이야기를 할 수는 있지만 단 한 장을 가지고 밤새 이야기할 수 있는 음반은, 적어도 내게는, 단 한 장도 없다. 이 앞 문장은 진실이다.



그렇게, 이삿짐 싸다 발견한 음반, 첫 번째.



Trey Songz [Passion, Pain & Pleasure] (Atlantic, 2010)


모처럼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저럴 때 저런 음악 류가 가장 좋아하는 "상황"이다.


음반 커버는 이렇다고 치고    [헛... 이렇게 빨리 태세전환?]


비 내리는 날 떠오르는 음악은?

이라는 뻔한 질문을 던지면 아마도 절반 쯤은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이거나 김현식, 권인하, 강인원이 부른 < 비 오는 날 수채화>를 이야기할 게다.

그렇다면 해외 음악은?

이라는 또 다시 뻔한 질문을 던지면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할 게다. 이 시기에 딱 맞는 건스앤로지스 Guns 'N Roses의 <November Rain>을 떠올릴 테고, 하드록을 사랑했던 누구는 유라이어 힙 Uriah Heep의 <Rain>을 떠올릴 테고, 음악다방에서 폼 좀 잡아봤다면 아프로디테스 차일드 Aphrodite's Child의 <Rain And Tears>를 떠올릴 테고, 조금 더 과거 취향 또는 적어도 많은 사람이 거론하지 않을 곡이라며 호세 펠리치아노 José Feliciano의 <Rain>을 이야기할 게다.

그렇다면 당신은?

내 취향은 너무 뻔해서... 유라이어 힙의 <Rain>과 함께 너무너무 뻔한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의 <The Rain Song>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레드 제플린이다.



Led Zeppelin <The Rain Song> from the album [Houses Of The Holy] (Atanlantic, 1973. 링크 버전은 2014 Remastered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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