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흐리다. 다음주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오락가락이다. 며칠 전처럼 주룩주룩 내리고 또 며칠 햇볕 쨍쨍한 날이면 좋겠는데, 날씨가 내 맘 같지 않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해가 뜨면 뜨는 대로. <Come Rain, Come Shine>을 모조리 찾아들은 적이 있다. 세상의 모든 컴 레인, 컴 샤인을 듣진 못했겠지만, 아무튼 많은 커버 버전을 섭렵했다. 감정 상태가 지금과 비슷했을 게다. 비 오기 직전의 서늘함, 가라앉음, 그런 마음.
텐마일즈 [늙은이의 방] (Mirrorball, 2015)
- Art direction & illustration by Final dot
쎃여 있는 음반 사이에서 발견한 텐마일즈.
앨범 타이틀이 심란하다. 늙은이의 방이라니... 서랍장 하나, 이불 한 채, 의자 한 개... 늙은이의 방에 이거 뿐이라면 너무 슬프잖아. TV 한 대쯤 있어도 좋지 않아? 이런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부클릿 뒷면 그림에 TV 한 대와 방석 한 개, 그리고 벽시계 하나가 있다. 다행이다.
잠깐 슬펐다. 송곳으로 마음을 푹 찔러 피 한 웅큼 떨어질 듯, 늙은이라고 적어놓은 제목을 보고 슬퍼졌다.
'늙은이'가 아니라 '늙은 이'였으면 조금 나았을 텐데...
먼지 폴폴 날리는 방에서 이삿짐을 싸다 조금 슬퍼진 저녁.
그 옆에, 조금, 아픈, 고양이.
한 문장에 한 개씩, 그러니까, 유난히, 많은,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