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가하던 이 블로그 검색어에 King Gizzard & The Lizard Wizard가 보였다. 수입 앨범으로는 이미 들어와 있었지만, 국내 제작반으로는 아직 한 장의 앨범도 없던 터. 허,, 이 친구들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있었네? 싶었다.
누구에게나
혼자만, 듣고, 즐거워하고, 가사 해석하고, 설정 분석하고, 낄낄대고, 고개 끄덕이고, 잘 나온 사진 찾아다니고, 악보 찾으며, 유튜브 공연도 뒤지고, 위키도 보고, 시디도 한 장 사보고, (정식으로 들어오지 않았으니 어둠의 경로를 이용한다는 핑계를 대며) 토렌트 찾아보는, 그런 밴드 하나쯤은 있다. '최애(最愛)밴드'라고 하던데, 나는 이 단어를 엄청 싫어한다. 지금처럼 인용해서 말한다면 모를까, 내 글에서는 평생 쓰지 않을 단어다. 장담한다.
킹 기저드 앤 더 리저드 위저드가 바로 그런 의미를 가진 밴드다. 오직 내게. 이런 밴드를 혼자만 알고 있다는 게 좋은 게, 모든 정보를 알 필요도 없고, 대충 알고 있어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여럿 있구나, 싶었는데... 우리나라 음악 페스티벌에 온단다. 이틀 전, 그러니까 이 글을 쓰는 7월 26일(!) 후지록 페스티벌에 출연하고 한국으로 날아올 참이었다. 2019 지산락페스티벌. 그래서 검색해 들어온 거구나! 오호호호호호호, 혼자 웃었다. 그렇지만 갈 예정은 없었다. 우리나라 공연을 못 봐 아쉬운 공연으로, 킹 기저드 앤 더 리저드 위저드 공연이 하나 올라가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내한을 기념해 밴드에게 넌지시 도움 될만한 말 하나를 쓰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허, 그렇지만 아직도 쓰지 못했다. 지금 쓴다!)
이봐, 오스트레일리아 친구들! 한국에서 공연하는 거 축하해! 이미 새 앨범 중심으로 셋리스트는 짰겠지만, 굳이 심오하고 깊고 복잡한 연주 들려주려 할 필요 없어. 내가 생각하는 최상의 셋리스트는 <Rattelsnake>로 시작한 다음 2016년 앨범 [Nonagon Infinity]를 순서대로 해버리는 거야. 아마, 몇 년 동안 당신들 공연 이야기를 하게 될 거야. (옛날이야기 하나 해줄게. 티어스 포 피어스 Tears For Fears 가 친구들처럼 한국 페스티벌 무대에 선 적이 있었어. 그런데 멋지고 강렬한 초기 앨범 수록곡 연주하며 환상적으로 공연하다 거의 10분짜리 <Badman's Song>을 불러 객석에 얼음 뿌려버렸다고. 밴드 입장에서야 정말 멋진 곡 하고 싶겠지만 결과는 얼음땡이 되어버렸다고. 킹 기저드 친구들도 2019년 새 앨범을 발표했으니 그거 하고 싶겠지만, 그 앨범, 한국 페스티벌 무대용은 아니라고 봐.)
그리고, 한국 관객들! [Nonagon Infinity] 앨범 전체가 변칙적인 박자로 헷갈리게 만들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 7/4박자를 기억할 필요 없어. 이 박자로 네 마디 돌아가면 4/4 박자나 마찬가지니까. 그냥 흔들면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