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인간을 뺀 모든 것'이라고 하려니 인간이라는 단어가 걸린다. 내가 자주 쓰지 않는 말. 그냥, '나를 뺀, 살아 있는 모든 것'이라고 하자. 거창하긴 마찬가지지만 좀 낫다. 나를 뺀, 살아 있는 모든 것 가운데 처음으로 연민을 느낀 녀석은 매미였다. 매미가 되려면 무려 7년을 땅속에 처박혀 살아야 한다고... 긴 시간, 폐소 공포증은 없었을까? 숨 막히지 않았을까. 이 시간이 지나면 매미로 사는 삶이 기다리고 있으니 좋아해도 좋으련만, 이어지는 안타까움. 7년을 땅속에서 살다 매미로 살기 시작했는데 고작 보름을 산다고 했다.

슬펐다. 어린 나이에.

죽음이 뭘까 고민했던 것 같고, 덩달아 어렴풋하게 '허무'도 생각했을 게다. 어이없이 살다 죽는 매미의 삶을 알게 된 뒤부터 단 한 마리의 매미도 잡지 않았다. 매미 울음소리가 시끄럽지도 않았다. 울만큼 울고 떠나라.

 

 

오늘, 매미가 운다.

"너, 돌아왔구나!"

 

 

문득, 잠깐 살다 떠났을 게 분명한 1년 전 매미가 떠올랐다. 비를 피하려고 방충망을 붙잡았지만, 하필이면 비 때리는 쪽 창을 택한, 지지리 운도 없는 녀석. 하루를 꼬박 방충망에 붙어 있다 날아가버려 생사를 알 수는 없다. 보통 매미의 삶을 살다 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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