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날로 먹게 해주는 커버/스토리가 있다. "올해는 무슨 해" 시리즈다.
올해는 소의 해.
간신히 어떤 앨범 커버를 올릴까 선정해놓았으니 이제 곧 쓸 수 있다. 쥐의 해인 2020년 커버/스토리는 아직 올리지도 못했다. 흐름이 딱딱 맞아떨어져야 기분 좋게 글을 쓸 텐데 이상하게 쥐새끼 앨범 커버가 마음에 들지 않고 이야기가 제대로 흘러가지도 않았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상태지만 날로 먹는 시리즈라 소의 해와 함께 쥐의 해 커버/스토리도 곧 마무리해야겠다.
사실 게으름이 주 원인인데, 변명거리는 있다. 익숙한 앨범 커버를 이미 써먹었기 때문에 새로운 앨범 커버를 찾고 고르기가 쉽지 않다. 12간지에 해당하는 동물 가운데 음반업계 전설과 맞물려 여전히 엄청나게 많이 쏟아져 나오는 개 앨범 커버였으면 좋겠다. 개의 해가 되면 어떤 앨범 커버를 버릴까가 더 큰 고민거리일 정도이니.
그 뒤를 이어 자주 등장하는 12간지 커버는? 눈치 빠르지 않아도, 이미 이 블로그 제목으로 오늘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아차렸을 테니, 뜸 들이지 말고 말하자.
(또) 말이다.
몇 페이지 넘어가지 않은 시점에 "말, 말의 해는 한참 남았지만 말"이라고 제목 붙인 글을 썼다. 6개월 전 쯤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확인해보니 거의 2년 전이다. 커버/스토리 카테고리 글 다섯 개를 넘어가지 않았는데 2년이라니 너무 했다. 반성한다.
그건 그렇고, 아무튼,
왜 말이 그렇게 자주 등장할까? 개나 고양이처럼 누구나 곁에 두는 동물이 아니라서? 아마도... 지난 번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말의 모습에서 음악처럼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찾아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발견 목록에 들어갈 일은 없을 테니, 그렇다고 치자! 좋은 생각이다.)
'관련 앨범이 세 장 정도는 되어야 커버 스토리를 쓴다' 정도로 커버/스토리 자체 규칙을 (몰래) 정해놓았기 때문에 가져다 쓰긴 하지만, 솔직히 밴드 이름 참 별로다. 이보다 더한 밴드명도 많지만 굳이 이런 식으로 이름을 지어야 했을까 싶다. 뭐 생각이 있었겠지. 아무튼, 이 밴드, 조디악을 이용하는 데는 선수다. Year Of The Horse라는 앨범 타이틀은 닐 영 Neil Young의 앨범이 더 유명하다. 그렇다고 쳐도 시리즈로 Year Of The...를 사용하는 감각은 이 친구들이 더 프로답다.
지난 2월부터 LP 한 면을 가득 채우는 러닝타임을 가진 곡을 한달에 한 곡씩 발표했고 그걸 앨범으로 묶은 게 [Year Of The Horse]다. 네 곡이니 LP 네 면. ABCD면을 가진 더블 LP 구성이다. 앨범 관련 크레딧을 살펴보려고 밴드캠프에 놀러 갔더니 크레딧은 여기에서 다운로드하시오라고 적어놓았다. 날짜가 지나버렸나 보다. 크레딧 다운로드 실패라 앨범 디자이너나 오리지널 이미지의 출처 등은 알 수 없다. 적어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대신 첼리스트 이름에서 'Yoobin Ahn"이라는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안유빈 씨? 밴드의 음악은 무척 넓다. 한 쪽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면 밴드캠프를 방문하길. (밴드가 발표한 앨범과 싱글 리스트에서 이들이 조디악을 얼마나 잘 이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 Cover photo by Fryd Frydendahl | ● Artwork by Jakob Tvilling Pless and Elias Bender Rønnenfelt
앞 앨범이랑 같은 날 발표했기 때문에 이 커버/스토리를 쓰기 시작했다. 같은 날, 같은 말 앨범 커버라니! 게다가 디자인도 크롭 방식을 사용했다. 올뮤직 뉴스레터에서 아주 조그만 이미지로 봤을 때는 총에 맞은 상처인 줄 알고 내가 총 맞은 듯 심장 어딘가가 뜨끔 했는데, 말 눈이다. 왜 이렇게 크롭했을까. 유튜브에서 인터뷰 파일을 몇 개 훑어봤는데 스킵해서 봐서 그런지 앨범 커버 이야기는 찾지 못했다. 뭐, 이 친구들도 생각이 있었겠지.
아, 아이스에이지 Iceage는 덴마크 코펜하겐 출신 포스트 펑크 록 밴드다. 이 친구들 음악을 들어보려면 밴드캠프로 달려가 보길. (허. 이것도 같네.)
이 앨범 발표일 2021년 5월 7일. 오늘 소개하는 앨범 커버 모두 같은 날 공개되었다. Day Of The HORSE라고 불러도 무리 없겠다.
이 앨범 커버를 처음 봤을 때는 주저하지 않고 '이번에도 말이다!'라고 속으로 외쳤다. 헌데, 두 번 보고 세 번 보는데 점점 이상했다. 크롭 참 특이하게 한 덕분에 손을 짚은 부분이 무언가의 엉덩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말이 아니라 이상한 생명체는 아닐까? 이를테면 대형 오소리? 모가지가 길게 늘어난 맷돼지? 초대형 개미핥기의 머리를 잘라 말처럼 보이게 했을까? 이런 생각들. 다행히 한 인터뷰 기사에서 말이라고 확신할 증거를 찾았다. 앨범 패키지가 워낙 단출해 아트웍 디자이너나 포토그래퍼 이름을 알 수 없었는데, 그 기사 속 사진에 크레딧이 보인다. 포토그래퍼 이름은 브리짓 카하트 Bridget Carhart. 말 한마리 때문에 말이 많았다. 음악을 들어보려면 밴드캠프!를 방문하길.
모두 2021년 5월 7일에 공개했다는 세 장의 앨범.
앨범 커버는 모두 말을 소재로 삼았고, 무슨 의미/의도인지 알 순 없지만 모두 독특한 방식으로 크롭했다. 밴드캠프를 방문하면 이들의 음악을 모두 들어볼 수 있다. 묘하게 재미있는 '말의 날' 앨범들.
요즘은 음악을 확인하기 위해 유튜브로 가는 걸 자제하는 편이다. 당연히 프리미엄 유저를 챙겨야겠고, 그게 맞는 방향이지만, 일반 사용자들에게 이런저런 제한이 점점 더 많이 붙는다. 그동안, 그리고 지금도, 잘 썼지만 음악을 들어보는 용도라면 광고보다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밴드캠프가 훨씬 낫다. 밴드캠프가 레이블 없는 인디 뮤지션들만 사용한다는 편견이 있긴 한데, 그렇지 않다. 메이저 아티스트가 밴드캠프까지 왜 오느냐 싶겠지만 비요크 Bjork도 밴드캠프로 앨범 다 들고 온 거 알고 있으려나? "난 밴드캠프에서 비요크의 <Joga>를 듣는다네!"라고 외쳐볼까? 범 내려왔다는 이날치가 밴드캠프에서 먼저 음원 서비스 한 거야 이미 잘 알고 있을 테고.
하긴, 이제 유료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은 기본인 상황. 굳이 유튜브나 밴드캠프 같은 곳을 갈 필요도 없겠다. 그런 의미에서 밴드캠프 친절링크는 필요 없겠지만 그래도 음악 한번 들어보세요, 라고 말하고 싶어 붙여놓는다. 밴드캠프에 가기 싫다면 현재 사용하는 유/무료 서비스를 이용해 음악을 들어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뮤지션이 음악 만들었는데 들어주는 사람 없다면 참 슬픈 일이다. (이 상황은 다음에 얘기할 기회가 오면 또 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