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아이디어를 관리하기 위해 먼저 제목과 이미지만 올려놓고 글을 써놓는 방법을 사용한 적이 있다. 틈 나는 대로 글 추가하고, 정보 찾고, 이미지 찾고, 이미지 사이즈 포맷으로 맞추고, 로딩 이미지 용량 줄이고... 이러다가 새 글 써서 발행하고, 새로운 비공개 글 시작하고... 공개 글, 비공개 글이 이리저리 뒤섞이다 결국 비공개 글 방치되는 상황. (많이) 과장해서 말하면, 이 블로그에 글 시작은 해놓고 완성하지 않거나 완성 못하고 방치한 글이 공개 글만큼 된다.
증거.
"손"이라는 제목으로 쓰다만 11년 전 글. 무려 2010년 10월에 시작한 글이다. 스크립트 The Script가 두 번째 앨범 [Science & Faith]를 2010년 9월에 발표했으니, 완성했다면 내 포스팅 상황에서는 꽤 빠른 글이 되었을 텐데. 보다시피 [공개로 변경합니다]를 클릭해야 공개 글이 되는, 현재, 비공개 글 상태다.
그러다 2021년 8월 20일자 올뮤직 신보 뉴스레터에서 유난히 손 커버가 눈에 띄길래 11년 만에 손 커버 스토리를 쓴다. 사실, 이런저런 정보 없이 껍데기만 보여주면 하루에 커버/스토리 수십 개(!! 이건 좀 심한 과장같다...)를 쓸 수 있지만 그래도 성의를 보여주기 위해 이것저것 붙였는데, 오늘은, 완성에 목적을 두고 있으니 대충대충대충 써놓고 자기로 했다.
깁슨 앰프를 밴드명으로 삼고 시카고 블루스를 연주하는 GA-20의 끝내주는 블루스 앨범이다. 보틀넥 연주를 위해 슬라이드 바를 낀 앨범 커버 속 손은 여섯 손가락 블루스맨으로 유명했던 하운드 독 테일러 Hound Dog Taylor의 손이라고 짐작한다. 어쨌든, 앨범 타이틀 보시라. "지에이트웬티가 하운드 독 테일러를 연주했으니 함 들어보시라, 듣고 감동하지 않는다면, 그건 말도 안 될 걸?"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시간 나는 분은 유튜브에서 노래 한번 들어주시라. 이 끝내주는 블루스 앨범 수록곡들 조회수가 너무 낮아 내가 괜히 미안해진다.)
손나무.
오랜만에 발표한 쿨 앤 더 갱의 앨범인데, 올뮤직 평은 상당히 박하네. 뭐, 웬만한 앨범은 모두 별 다섯 개 만점에 네 개 이상씩 팍팍 주던 올뮤직이 이 앨범에는 별 두 개 반. 음. 앨범 커버아트는 재미있는데 음악은 재미없는 모양이다. 나중에 들어봐야지.
우주를 관장하는 손!
2020년에 발표한 EP 타이틀 때문에 기억했던 에마 진 대크레이 Emma-Jean Thackray의 첫 풀렝스 앨범. 1년 전에 발표한 EP 제목이 [Um Yang 음 양]이었다. 언젠가 기회 되면 한국인이 아닌데 앨범 커버에 한글을 사용한 앨범 커버 글을 쓸 때 꺼내려고 했는데, 이 앨범으로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앨범 수록곡들은 우리 태양계의 이 별 저 별을 다뤘고, 2020년 EP 제목에 사용한 음양을 이 정규 앨범에 또 넣었고... 음, 이런저런 의미에서 유명하고 익숙한 상징들을 커버 곳곳에 뿌려놓았다.
우주를 관장하는 손 2
오늘은 앨범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포토그래퍼 등등을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가려 했는데, 이 앨범 커버는 이야기해야겠다. 밴드가 친히 "앨범 커버아트는 (놀랍게도) 라파엘 마카론 Raphaelle Macaron의 작품입니다."라고 앨범 소개 페이지에 적어놨으니 말이다. 라파엘 마카론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태어나 만화와 일러스트레이터를 공부하고 현재 전공을 살려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놀랄만 하다. 라파엘 마카론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여러 작업물을 볼 수 있는데, 어디선가 한번은 봤음직한, 굉장히 뛰어난 감각에 놀랐음직한, 그림들이다. 아랍 음악을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버무린 레스틀리스 렉 신드롬의 음악과 잘 어울린다. 음악은 밴드캠프에서 들을 수 있다. 구슬아 구슬아, 내 토템아, 운명을 비춰보렴. 우주를 관장한다기보다 내 운명을 꺼내오는 마법의 손이 더 맞을 수도.
바느질하는 손!이라고 생각했으나, 바늘이 없다. 정성 가득 뜨개질로 완성한 옷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잡고 있는 손, 이라고 하자.
인디 록 밴드를 좋아하면 맘에 들겠지만, 지금 혼란한 상태라 귀에 팍팍 꽂히지는 않는다. 나중에 기회 되면 들어보기로. 역시 밴드캠프에서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