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그동안 입지 않은 카페 티를 꺼냈다. (이게 언제 적 공동구매 티였나. 십 년쯤 되었나? 사이즈는 처음부터 약간 넉넉했으니 지금 입어도 괜찮다.) 빠진 바람 넣고, 쓸 일 없어 삭제했던 자전거 앱 다시 깔고. 접고 펴는 곳이 이제 자연스럽지 않고 뻑뻑하지만 무척 능숙한 척 펼쳤다.

 

스트라이다 준비 끝.

 

왜 스트라이다를 꺼냈냐고?

뜬금없긴 해도 이유가 있긴 하다.

 

우선, 일이 끝났다고 퍼져 있으면 돼지가 될 것 같으니까. 당분간 밖에 나갈 일이 없다. 그럼 살이 붙는 건 금방. 뭐, 자전거 한두 번 탄다고 살이 빠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근육은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붙겠지 싶었다.

 

두 번째, 블로그 인기글에 2년 전 스트라이다 글이 있는 게 부끄러웠다. 인기글인데 부끄럽긴 뭐가 부끄럽냐고 할 텐데, 실상을 알게 되면 당연한 반응이라고 할 게다. 인기글은 전체 카테고리에서 최근 50개 글 가운데 가장 높은 조회수로 노출하는 게 기본. 2년 전 글인데 50개 글이라니... 게으름 부리며 일 년에 글 하나를 쓸 때도 있었다는 걸 이미 고백했지만 고백과 부끄러움은 다른 문제다. 부끄러워서 밀어내고 싶었다.

 

세 번째, 이게 비중이 가장 높은데, 컴퓨터를 켜고 이리저리 떠돌다 "오늘 날씨 끝내주네요."라는 글을 봤기 때문이다. 끝내주는 붉은 노을, 핑크빛 노을, 쌍무지개 뜬 하늘 등등을 찍고 웹에 올리는 글을 보며 무척 부러워했는데 내가 직접 나서서 찍으면 부러울 거 없지 않나 싶었다. 맞는 말. 예전처럼 카메라 챙길 필요 없이 폰만 들고나가면 된다. 출동!

 

그래서, 일단 달렸다.

아파트에 가린 하늘이 많은 이 곳을 벗어나 탁 트인 하늘을 찾아야 그럴듯한 풍경 사진이 될 게다. 철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외곽으로 나갔다. 그런데 가도 가도 아파트. 하늘이 꽉 막혀 있다. 개천가 자전거도로는 9월 17일까지 보수 중. 처음 가는 길이라 어딘지 감도 없는데 어디까지 가야 할까. 사실 걱정할 필요 없었다. 스트라이다 최고 장점은 접어서 전철을 타면 된다. 주말에만 허용한 일반 자전거와 달리 접으면 언제든 가능하다. 결국, 멈춰서긴 했는데 풍경이 좋아서라거나 집까지 가는 길을 모를까 봐 같은 이유가 아니다.

힘들어서.

 

 

이런 사진으로 만족할 수 없지만 아파트 없이 그나마 전망이 나은 편이다.

 

몇 년만에 등장한 스트라이다냐...

 

저기 저 멀리 북한산 같은데... 맞나?

 

사진은 다음에 다시 시도하기로 했고, 스트라이다는 다음에 다시 타기로 했다.

풍경사진 찍는다고 헥헥거리며 시 외곽으로 다녀와 피곤하다.

 

 

북한산 근처에 살 때는 옥상만 올라가도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그때가 그립구나.

 

언제든 옥상에 올라가기만 하면 북한산(과 넓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2018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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