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음반 커버가 있는가 하면, 여러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커버도 있다. 좋고나쁨의 기준이 제각각이라 대부분 환호하는 앨범 커버가 내게는 몹시 역겨운 커버가 있고, 대부분 욕하는 음반 커버도 괜찮아 보이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대부분 욕하는데 나만 좋아하는 경우는 아직 없었던 것 같은데... 있긴 했나? 잘 모르겠다.

 

여기 음반 커버 한 장이 있다.

많은 이가 욕을 한다. 옹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워낙 반대 의견이 강력해서 찬성 의견을 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봐야겠다. 이렇게 일치단결해 욕을 하는 음반 커버라니... 위키피디아의 그 앨범 관련 페이지에 링크한 외부링크에서만 확인해봤기 때문에 글로벌 커뮤니티 전체가 욕으로 대동단결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Drake [Certified Lover Boy] (Republic, 2021)

* Artwork by Damien Hirst

그 앨범은 바로 드레이크의 최신 앨범 [Certified Lover Boy]다. 임신한 여성 이모지를 서로 다른 색으로 채색해 배치했다. 데미언 허스트가 작업했다길래, 오! 했다. 나의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누군가 적은 댓글이 떠오른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열라 욕하다가 데미언 허스트 이름을 발견하고는, 오오, 데미언 허스트가 작업한 아트웍이네!라면서 찬사를 늘어놓겠지. ㅎㅎ"

흠, 내 경우로 본다면, 난 (아직) 비난하지는 않지만 찬사도 안한다 쪽이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가 없으니 맞장구를 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커버아트가 음반 속 내용물과 완전히 같은 방향이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커버아트는 음반과 상관없이 혼자 아트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는 데미언 허스트가 작업했음 말고 입력되는 정보는 없다. 뭔가 밍숭맹숭하다.

참고로 데미언 허스트가 사용한 이모지는 애플의 임신한 여인 이모지인 것 같다. [* 각 OS별 '임신한 여인' 이모지를 확인하려면 클릭]

 

 

Thirty Seconds To Mars [Love Lust Faith + Dreams] (Virgin, 2013)

* Damien Hirst : art direction, design

사실 이 앨범 커버가 나왔을 때 오오... 했어야 했다. 데미언 허스트가 80년대부터 해왔던 스팟 페인팅 Spot Paintings을 고작 2만원도 안되는 음반의 커버아트로 제공했다니 하면서 말이다. 놀랄만한 일이다. 이 앨범을 LP로 구한다면 가로 x 세로 각 30cm짜리 명화 한 편을 얻는 셈이고, 그걸 액자에 넣어 진열하면 고가의 예술품이 된다. 뭐, 프린팅이라 가치는 현저히 떨어지긴 하겠지만.

어쨌든, 서티 세컨즈 투 마스의 이 앨범에 관한 이야기 가운데 정말 이상하게 데미언 허스트가 작업했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당시 데미언 허스트의 스팟 페인팅 전시회가 여러 곳에서, 심지어 한국에서도 열렸는데. 그의 작업을 잘 알고 있었다면 보자마자 오, 데미언 허스트! 했을 테지만 난 크레딧을 보고 겨우 알았다. 크레딧을 안 본 경우나, 디지털 파일로 접했다면 더더욱 이야기를 못했을 테지.

이 앨범 커버는 다른 커버/스토리에서 한번 더 등장시킬 예정이다.

 

 

Red Hot Chili Peppers [I'm With You] (Warner, 2011)

* Artwork by Damien Hirst | Cover photo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데미언 허스트의 작업이라는 걸 알고 나서 오오, 했던 앨범으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I'm With You](2011)도 꼽을 수 있다. 앨범 발표 전에 데미언 허스트의 작업이라는 걸 널리 알려놓은 상태였으니 음악을 듣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옥색으로 반짝이는 똥파리였으면 더 강력한 이미지가 되었을 텐데, 평범한 파리라 조금 아쉬운 점을 빼고는 만족이다. 약 먹는 파리는 혐오와 감동이 1:9 정도로 믹스되어 나를 강타했다. (북릿 여기저기에 RHCP라는 약을 먹는 파리 사진이 있는데, 한 장면에서 약 옆에서 죽은 파리 사진도 있다. 레드핫칠리페퍼스라는 약에 너무 취해 세상을 떠난 녀석이겠지.

 

 

이밖에도 데미언 허스트가 앨범 커버에 참여한 작품이 더 있는데, 내가 기억하는 데미언 허스트는 이 정도다. 그의 작업을 더 보려면 클릭.

 

 

 

 

 

※ 약속한 듯 대부분 Damien을 '데미안'이라고 쓰고 있다. 혹시 그가 한글로 쓸 때는 "데미안이라고 적어주세요"라고 요청하기라도 했나? 타당한 근거나 이유가 없다면 데미언이라고 쓰겠다. 글자를 보면 데미안이라고 읽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 아무튼, 데미안이 맞다면 바로 수정하겠다. 고치는 건 일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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