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다 비우고, 여기저기 널려 있던 종이박스/플래스틱 박스들 다 거실로 옮기고, 고양이가 아지트로 삼던 이동케이지는 컴퓨터 방으로 옮기고, 화장실은 베란다로 옮기고, 고양이의 나른한 한낮 햇볕과 조망을 위해 걷어놓은 고장 난 블라인드 손 좀 보고, 다 뺄 수 없어 남겨둔 책꽂이 두 개에 내려앉은 먼지들 청소하고...
그러다 발견한 로또 한 장.
확인과 동시에 박박 찢어버리던 그동안 습관에 비춰보면, 이건 아직 맞춰본 게 아니란 뜻인가. 온전하게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정말 그렇다면 숙성이 잘 되어 있겠구나. 더구나 당첨금 수령일이 지나지도 않았다.
두근두근.
뭐. 그 다음 이야기야 뻔하지 않나.
언제나 그랬듯
다음 기회에.
* Kw는 내게 "하나님은 요행 바라는 사람을 돌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무에게나 로또 이야기를 한 내가 바보이긴 하지만, Kw가 들어주길 바란 게 아니라, 글자 그대로 농담이었다. 매주 로또 사는 Kj가 옆에서 조용히 우리 대화를 듣고 있다 유탄을 맞은 건 또 어떻고... 로또로 썰렁했던 그날이 생각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