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네이버. 고양이의 날 배너

지금, 누군가는 고양이를 맞아들이고, 누군가는 고양이의 죽음에 눈물 흘리며, 누군가는 아픈 고양이를 안타깝게 돌보고, 누군가는 고양이를 미워하고, 누군가는, 또 고양이를... 지금.

 

뭘 하느라 네*버를 갔나? 뜬금없이 웅크린 고양이가 보이길래 자세히 봤더니 8월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이라고 한다. 물론 깊이 생각하진 않았다. 이보다 더 별스런 날도 많은 걸. 웅크린 고양이... 나의 고양이들 같(았)다.

 

 

 

밥이. 2013년 10월 18일.

밥이가 내게 왔다. 아이들이 주웠다 다시 버리고 간 뒤.

다음날 새벽까지 몸에 묻은 끈끈이를 닦아냈다.

녀석은 아무 일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한동안 아팠다. 이후 몇 달 동안 밥이와 네롱이와 촐랑이와, 그리고 입양 간 작은 고양이가 번갈아 동물병원을 가야 했다.

 

말했던가.

큰 고양이 네롱이는 세탁소에 얹혀살던 고양이가 낳은 아기 고양이였다.

둘째 고양이 촐랑이는 시장에서 할머니가 팔고 있던 고양이였다. 그중 가장 아파 보였던, 꼬리 접힌 녀석.

그리고 셋째 고양이 밥이. 어미가 버렸을 법한 녀석을 아이들이 주웠다가 그 아이들이 식당에 버리고 가버려 결국 나한테 오게 된 녀석.

여기에 옥이. 아랫집 총각이 키운다고 데려왔다가 아버지에게 혼나고는 옥상에 방치해버린 아기 고양이. 생각하면 정말 화가 난다. (옥이는 옥상에서 사는 고양이라는 뜻으로 지었는데, 운 좋게 입양을 보내게 되었고, 토니라는 이름을 얻었다.)

나의 고양이들... 모두 배너로 사용한 노란 고양이를 닮았다.

 

 

 

밥이. 2014년 9월 1일.

이제 한 살이 되어간다고 익숙하게 할아버지 고양이들과 같은 자세를 취하던 밥이. 이때 밥이는 정말 예뻤다. 긴 통원치료는 끝났고. 피부병을 비롯한 아픈 곳은 다 나았다. (그렇지만 1년 뒤쯤 녀석은 평생 지고 갈 병을 얻었다. 지금도 아프다.)

 

 

 

네롱이, 촐랑이, 밥이. 2015년 12월 5일.

이 날 찍은 비슷한 구도의 사진 하나는 이 날부터 지금까지 7년 동안 내 스마트폰 배경화면이다.

세 녀석을 함께 찍은 몇 안 되는 사진.

네롱이는 이 사진을 찍고 20일 뒤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밥이. 2022년 7월 16일.

이제 곧 만 아홉 살이 되는 밥이.

잘 웃지 않는다. 중년이 되었으므로.

 

 

 

 

세계 고양이의 날에, 나의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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