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한여름 해수욕장으로 피서 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가 갔던 해수욕장은 늘 봄이거나 가을이었고, 아주 가끔 겨울이었다. 접근하기 좋아 속초 해수욕장을 자주 갔는데, 기억에 남은 해수욕장은 (커피거리 같은 게 들어설 거라 생각해본 적 없는 아주 옛날) 강릉 경포대다. 그날, 해수욕장이 문 닫는다고 공식 선언한 날이라 바다에 들어갈 일 없다며 좋아했고, 때 맞춰 좋아하는 비도 부슬부슬 내렸다. 내게 해수욕장은 조금 길게 버스를 타고 다녀오는 산책코스다. 예나 지금이나.

 

 

 

오늘은 강원도 쪽 해수욕장이 '공식' 폐장한다고 선언한 날. 영업 끝낸 해수욕장을 기념하는 포스팅이다.

 

 

 

Carly Rae Jepsen <Beach House> (School Boy/Interscope, 2022)

칼리 레이 젭슨이 새 앨범에 수록할 곡이지만, 여름 가기 전에 서둘러 발표한 것 같은 최신 싱글.

우리나라 해변은 대체로 간격을 정해 파라솔을 세워놓던데, 이 싱글 커버 속 파라솔들은 배치가 자유롭다. 생각해보면 해변 모래 폭이 너무 넓은 것 같기도... 이런 커버를 보면 한 구석에 웃긴 장면을 넣곤 하던데 이스터에그 성 장면은 없는 것 같다. 이런 해변에서 선탠하고 돌아온 당신의 피부가 멋진 색으로 변했길.

 

 

 

Poolside [High Season] (Pacific Standard, 2021)

* album photography by Ben Thomas | album design by Ramsey D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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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레이 젭슨의 바닷가가 뭔가 독특한 그림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조화롭지 못해 보였다면, LA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듀오 풀사이드의 이 바닷가는 어떤가. 앨범 커버아트로 보면 매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조화를 중심에 놓고 보면 훨씬 자유롭고 평화롭고 아늑하고 상쾌한 커버아트다.

사실, 풀사이드의 이 앨범은 2020년에 발표한 앨범 [Low Season]의 리믹스 버전이다. 두 앨범 모두 지난 여름 추억을 되돌아볼 때 사운드트랙으로 삼기에 좋다. 좋은 기억을 품은 여름이었길.

 

Poolside [Low Season] (Pacific Standard, 2020)

 

 

 

HTRK [Over The Rainbow] (Boomkat Editions, 2019)

'헤이트 록 hate rock'으로 발음한다는 오스트레일리아 일렉트로닉 듀오 HTRK의 앨범.

제프리 페이소토 Jeffrey Peixoto 감독이 2019년에 공개한 다큐멘터리 'Over The Rainbow'의 '진짜' 사운드트랙인데, 사이언톨로지 교를 다룬 소재 때문인지 록을 혐오한다는 밴드명 때문인지 기묘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향연이다. 오른쪽 석양 사이로 무지개가 떴길. 그 무지개를 보고 아름다운 상상을 했길.

 

 

 

 

 

 

 

 

 

 

부산 지역 해수욕장은 이 달 말 폐장한다고 한다.

올해도 내 여름 바다는 TV와 앨범 커버아트 속에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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