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비행기

2022. 9. 12. 12:45

도착했음.

늘 나가는 걸 꿈꾸지만, 늘 들어오는 사람을 환영하는 역할만 하는 중이다.

나가는 감흥은 이미 오래전에 없어져버려 굳이 나갈 필요 없지만, 그저 집 떠나 겪는 흥미진진한 모험 같은 그런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여전히 나가는 걸 꿈꾼다. 정작 나가면 "와... 저 음식 한 접시가 우리나라 돈으로 도대체 얼마야? 와... 저 후진 택시를 타는데 도대체 얼마나 내야 하는 거야? 와... 경관이 좋다고 해서 오긴 했지만 입장료가 도대체 얼마야? 와... 와... 와..." 이러면서 환율 프로그램만 돌리고 있을 테지만.

 

 

도착하러 가고 있음

9월 9일 추석 연휴 시작. 공항으로 출발이다.

공항 가는 길에 만난 비행기. 좁은 차 틈에서 사람들 안 나오게 찍었다. 그럭저럭 성공.

도착 시간이 얼추 맞는 것 같은데 혹시 저 비행기가 아닐까... 응, 아냐. 저건 제2공항 가는 애(!)시아나. 난 제1공항으로 가야 한다.

 

 

비행기는

날거나 서 있거나 가깝거나 멀거나 마음을 흔든다.

직선으로 날아가지만 마음을 지그재그로 흔든다.

해변이거나 도심이거나 한낮이거나 한밤이거나 마음을 흔든다. (소음은 무시하자.)

 

 

그렇게 날아가는 비행기.

 

 

Donny Benet [Le Piano] (Dot Dash, 2022)

보라. 전투기가 날아가는데도 마음이 평온하다.

(어? 글 올리고 나서 다시 읽어보는데... 저거 전투기 맞나? 콩코드인가? 헷갈리는데... 그럴 때는, 항상 하는 이야기로, "전투기라고 칩시다.")

오스트레일리아 아티스트 도니 베네의 음악 자체가 평화로워 그 음악 들으면서 글을 쓰기 때문에  평온해진 거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사실 이탤로 디스코로 분류하는 도니 베네의 음악을 들으면 평온이 아니라 몸이 흔들려야 한다. 부드럽게 꿈틀꿈틀.

해변에 자동차 한 대 그려놓았으면 아마도 2022년에도 이런 시티팝 앨범 커버라니! 하며 엄지손가락을 올렸을 게다. (시간이 남아서 적는데, 난 수 많은 음악 용어 가운데 '시티팝 city pop'이라는 단어를 몹시 싫어한다. 등이 가려워 긁고 싶어지는 느낌? 몹시 싫어하는 용어를 하나 더 꼽는다면 EDM이다. 그 이유는 나중에... 디스콕스는 도니 베네의 이 앨범과 비슷한 음반으로 다프트 펑크의 [Random Access Memories]를 꼽았다. 으... EDM.)

음악을 들어보려면 [아시죠? 밴드캠프? 고고!]

 

 

 

브론즈 [Skyline] (8BallTown, 2022)

* illustration by Hiroshi Nag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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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즈가 [Eastshore](2019), [Aquarium](2020)에 이어 발표한 시티팝 시리즈의 마지막 앨범(이라는) [Skyline].

[Eastshore] 앨범 커버아트가 공개되었을 무렵, 2019년에 이런 시티팝 커버아트라니!!라며 엄지척을 올린 이가 많았다. 2000년에도, 그리고 2022년에도 마찬가지. 세 장의 앨범 커버아트는 모두 나가이 히로시가 담당했다. 연속성, 일관성을 너무 중시한 탓에 세 앨범 커버에 모두 야자수를 등장시키는데... [Skyline]의 야자수는 어색하다. 저 야자수는 어디에 뿌리를 박고 있는 걸까.

오, 이런... 지금은 야자수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평온하게 날아가는 비행기! 비행기!!

 

 

 

그렇게... 환영인파 일부가 된 후 짐 챙기고 사람 챙겨 집으로 함께 복귀. 집에 도착해 차례상에 올릴 음식들 챙겨. 나는 이제 집으로 출발. 추석 연휴 시작. (지금은 집에 돌아와 한가롭게 이 글을 쓰고 있다. 낯선 이들에 덜덜 떨었을 고양이는 내가 오고 나서야 골골 거리며 잠들었다. 어디에 처박혀 자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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