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라는 사실을 인증할 때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꺼낸다. 한때 여권도 가능했지만 여권에 주민등록번호를 완전하게 적지 않게 되면서 인증 수단에서 제외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난 오직 주민등록증만 사용한다. 이유가 너무나 뻔해 굳이 이유를 말하지는 않겠다.
더불어 또 한 가지 남과 다른 게 있는데... 자동차 모델에 관해 조금도 관심이 없다. 내가 정확히 무슨 기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차는 프라이드와 다마스. 나머지는 앞모습, 옆모습, 뒷모습을 봐도 모른다. 프라이드가 사라지고 다마스도 사라졌다. 이제 내가 아는 차는 없는 셈이다.
너무나 정확하게 앨범 타이틀을 적었다. 반대로, 아티스트 이름은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팬이라면 이 정도 노출에서 아티스트 얼굴을 모를 수 없다. 베티 후!
폼도 좋고, 자세도 좋고, 유치한 빨강이지만 그래서 더 선명하다. (내가 보기에는, 좋단 뜻이다.)
* artwork : Samuel Burgess-johnson | photography : Samuel Brad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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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커버를 보자마자 갯벌에 자전거를 밀어넣고는 자전거가 안 굴러가더라는 이야기를 '심오한 필체로' 써 내려간 국내 유명 소설가의 수필이 떠올랐다. 물론 일구칠오는 차가 굴러가나 안 굴러가나 확인하기 위해 뻘에 차를 집어넣지는 않았을 게다. 단지 차 지붕 위에 올라간 사진을 찍으려 했을 뿐.
음... 프로페셔널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브라이언 애덤스 작가님 앨범 커버인데....
음... 메시지도 불확실하고, 색감도 좀 어색하고, 구도도 지나치게 정중앙이고, 포즈도 라이브 앨범으로나 쓰기에 적당한데...
결정타는 기타 끈이다. 없다. 기타 끈을 갖다버렸는데 연주는 제대로 했을까?
나는 이렇게 묻겠지. 작가선생, 연출이 너무 과한 거 아니요?
그럼 브라이언 애덤스 작가는 이렇게 대답하겠지. 아, 이 사람아, 차를 봐야지 기타를 보면 되나? 달을 가리켰는데 손가락 보는 사람이 여기 있구만?
맞다. 브라이언 작가님 말이 맞다. 나는 차를 보지 않았다. 단지 차 위에 올라간 사람들만 봤을 뿐이다. 그래서 처음에 이야기했다. 나는 차를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