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o o 열차

2022. 10. 6. 16:45

좋아하는 영화의 제목을 대 보시오, 하면 '폭주 기관차 Runaway Train'를 말했고, 기차가 들어가는 노래 중에 기억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대라면 소울 어사일럼 Soul Asylum의 <Runaway Train>을 말했(을 게)다. 이 노래를 기억하는 이유는 가사도 가사지만 앨범 커버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폭주'를 좋아했나? 지금도 소심해서, 폭주(暴走)는 불가능이고, 폭주(暴酒)도 아주아주아주 싫어하는데.

 

아무튼 열차가 폭주하길래, 쓰던 거 때려치고 숟가락 얹기 글쓰기를 하기로 했다.

 

 

'열차' 하면 떠오르는 앨범 커버 세 장은?

바로, 지금. 이렇게 내가 내게 물었다. 그에 대한 답이다.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앨범 발매사, 발매 연도 등은 나중에 찾아서 적었다.)

 

 

 

4 Non Blondes [Bigger, Better, Faster, More!] (Interscope, 1992)

* cover illustraion : Mark Rydern | design : Eric Altenbu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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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열차와 가장 닮았다. 폭주 기관차다.

이 앨범 커버의 중심은 폭주 기관차인데, 이 커버아트에 등장하는 사람과 사물은 앨범 수록곡 제목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이를테면 우주인은 <Space Man>, 소는 <Old Mr. Heffer>, 엉클 샘 해골은 <Dear Mr. President>, 하늘 나는 잠자리는 <Superfly>가 영감을 주었을 게다. 커피인 줄 알았는데, 제목에서 가져왔다는 걸 감안하면 몰핀이거나 초코우유일 듯한 <Morphine & Chocolate>도 있다. 이 앨범 커버아트의 핵심은 기차이니 당연히 수록곡 <Train>이 되겠고, 그 기차가 곡선주로를 폭주하고 있으니 <Drifting>과 연관되었을 거라고 봐도 되겠다. 이 뒤죽박죽 상황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히트곡 <What's Up?>을 갖다 붙이면 될 텐데... 아... <What's Up?>은 주변에서 너무 많이 틀어대서 오늘만큼은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게다가 이 앨범 발표 이후 한국 얼터너티브 여성 록 보컬은 린다 페리 Linda Perry 스타일이어야 한다는 공식이 생겨버렸다. 이 스타일로 마구 폭주하던 그 시절 그 노래들.

 

 

 

Blur [Modern Life Is Rubbish] (Food, 1993)

* "Mallard" painted by Paul Gribble | art & craft by Stylorouge, Padding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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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 커버아트 속 기차 이름은 말라드 Mallard 라고 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기기관차라고 한다. 미안하게도 기차라고는 비둘기호, 무궁화호, 새마을호, KTX 정도 밖에 모르기 때문에 말라드에 관해 정리정돈을 잘 해주신 링크 글에서 내용을 보길 권한다. 그나저나, 비둘기호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지 않은가.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들도 많을 기차다.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 노래 <비둘기 집> 가사 인용)이 타는 기차라서 비둘기호였던가? 오우... 썰렁한 농담으로 이 분들을 폭주하게 만들면 안돼. 쉿...

이 무렵 유행했던 불러와 오아시스의 대결 구도는 흥미보다 혐오스러웠다. 물론 혐오의 대상은 밴드가 아니라 매체다. 말도 안되는 vs. 구도에 질려 음악성과 상관 없이 두 밴드를 멀리 했다. 블러의 <Coffee & TV>에 이르러서야 쓰레기 매체 혐오를 거두고 음악만 보기로 했다. 그전에 오아시스의 <Wonderwall>은 좀 들었다. 쓰레기 매체들이 그랬던 것처럼 블러를 더 열심히 들었냐 오아시스를 더 열심히 들었냐 묻는다면... 나는 오아시스다.

그래서 이 커버아트에 얽힌 이야기는 잘 모른다. 다만 독특한 형태의 기차였다는 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Bob Dylan [Slow Train Coming] (CBS, 1979)

* cover illustrations : Catherine Kanner | cover design : Wm. Ste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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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좋아하고, 누군가는 싫어하고,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누군가는 그래미상 수상에 환호하고, 누군가는 말과 행동이 어긋난다며 의심을 품고, 누군가는 그가 정말로 기독교도가 되었을까 의심하고, 누군가는 밥 딜런 음악을 내용 따져가며 듣냐며 무지성 음악감상을 이어가고....

뭐, 그런 앨범이다.

내가 얼터너티브 록 시절인 90년대 음악만 들었던 게 아니라고 힘줘 강조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준, 고마운 앨범이기도 하다. 발표 연도를 보라. 무려 1970년대 음반이다. 기차 앨범 커버를 떠올릴 때마다 항상 이 앨범 커버가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앨범 타이틀 곡인 <Slow Train>과 관계되었을 텐데... 밥 딜런 가사는 너무 뚜렷해도 이상하고, 너무 정확해도 이상하고, 너무 이상해도 이상하다. 그래서 고맙다. 대충, 생각나는 대로 지껄여도 된다.

 

 

 

이렇게 세 장의 앨범 커버를 꺼내봤다.

 

 

 

 

 

 

 

 

 

 

 

 

이렇게 끝나면 좀 싱겁다.

그래서 폭주의 끝을 알려주는 짭짤한 앨범 커버 하나 덧붙이기로 했다.

 

Mr. Big [Lean Into It] (Atlantic, 1991)

 

 

 

■ 오늘의 링크 -------
기차가 앨범 커버아트에 얼마나 자주 등장했는지 확인하려면 [여기 여기 여기를 클릭하시오]
무려 1천장이 넘는 기차 등장 커버아트를 만나볼 수 있다. 블러 앨범 커버가 1페이지에 있고, 2페이지에도 있는 건 기차 앨범 커버가 너무나 많아 이 앨범을 올렸나 안올렸나 의심하다 발생한 일일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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