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담는 음악매체의 형식 이야기는 지금도 이어진다. 듣도 보도 못한 별 희한한 매체가 다 있는데... 그건 무척 특별한 경우다. 실험성으로 평가하면 10점 만점에 10점을 받고 싶은 사람들의 고집과 오만과 자만심도 있고.
나를 음악감상의 평균으로 놓고 본다면, LP와 카세트테이프, 그리고 CD 순서로 음악을 경험했다.
덕분에 광풍이 분다고 표현할 정도로 죽었다 살아난 LP의 성장세가 대단하긴 하지만, 그 광풍은 나를 건드리지도 못한 채 지나가버렸다. 왜냐고? 간단하다. 나는 CD를 여전히 좋아한다.
그건 그렇고.
CD는 등장 이후 다양한 방법을 통해 LP를 흉내 냈다. 인정한다. LP가 주는 시각의 즐거움은 어떤 매체도 넘어설 수 없다. 그러니 CD가 LP 흉내를 낸다고 비웃을 필요 없다. 인정한다니까.
"LP를 흉내 낸 CD 연대기"를 적어보고 싶은데... 지금은 바쁘니 다음 기회에...
아, 그래도 "LP를 흉내 낸 CD"에 관한 예를 하나 들고 넘어가야겠다. 가장 확실한 예는 '가미자케'라는 용어로 널리 퍼진 LP 미니어처다. 패키지 디자인을 거의 완벽하게 흉내 낼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예는 CD 커버를 LP와 비슷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미 숱한 예가 있는데, 2022년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도 꾸준히 LP 흉내내기 커버가 등장하고 있다.
* album design & illustratioin : Geoff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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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보잡 레게 밴드의 새 앨범인 줄 알았다 -_- 그런데, 니클백이라니... (이 글을 쓰기 위해 조금 들어봤는데 그런지 느낌이 다 빠져버린 것 같다. 다른 곡을 들어보면 좀 나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LP를 흉내 냈다. LP가 눌린 흔적을 디자인으로 처리했다. 이 형태로 디자인한 CD는 상당히 많은데, 웃기게도 얇은 카드보드로 커버를 만든 CD는 LP를 흉내 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런 형태가 나오긴 한다. 하지만 이 앨범은 2022년 11월 18일 발표. 막 발로 밟아대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이런 흔적을 남기기는 어렵다.
* artwork : Devin Wil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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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록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이 글을 쓰면서 들었던 처음 두 곡의 느낌이 끝까지 갔으면 '반드시 들을 것'이라고 적었을 텐데, 아쉽게도 절반은 멋지고 절반은 평범하다.
이게 무슨 LP 흉내내기냐 싶겠지만, 앨범 발표일이 2022년 11월 11일인 새 앨범이 이렇게 되려면 인쇄 공장에 가서 인쇄물을 막 비벼주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앨범 흉내내기 기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앞선 니클백처럼 알맹이 느낌을 주기와 이 앨범처럼 세월의 흔적을 만들어주기다.
이 미국 듀오는 2020년 발표한 이전 앨범에서 이미 LP 알맹이 느낌 주기 커버아트를 선보인 바 있다.
* design, layout : Jason Lee De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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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두 가지 흉내내기 방법을 가장 잘 활용한 앨범 커버다. 다른 앨범보다 더 LP 흉내내기에 진심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폰트까지 60년대 포크, 팝 앨범 분위기를 가져왔다.
이 컨트리 보컬을 기억하는 음악 팬들이 있을까? 2004년에 메이저에서 꽤 준수한 성적을 올렸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다. 이 앨범은 바로 직전 앨범 이후 9년 만에 발표한 앨범이다. 그동안 음악계를 떠난 이유는 찾아보지 않았다.
* 아마도..... illustration : Edel Rodrigu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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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 로드리게스의 독특한 일러스트로 아주 뽕을 뽑고 있는 스푼의 최신 앨범 [Lucifer On The Sofa] (Matador, 2022)에서 커트한 디지털 싱글 두 장 역시 충실하게 LP를 흉내 내고 있다.
이렇게 몇 장의 CD 커버를 보고 있자면, 확실히 LP의 광풍이 부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광풍은 내 근처에서는 불지 않는다. 1800장 정도만 팔렸다는 서태지 베스트 LP를 얼마에 팔아먹을까 고민하고 있는 내 마음을 이미 파악했나? 아무리 귀에 대고 사라사라사라 속삭여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걸 이미 파악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