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티스토리 에디터에 캡차가 붙어 있었다. 문장 끝맺는 마침표를 빼먹어 점 하나 찍는 아주 작은 수정도 캡차 화면을 호출해 더 짜증이 났다. 당시 캡차 무력화 프로그램이나 브라우저 부가기능을 찾아다녔지만 대개 "무료제공 합니다만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확실하게 캡차 신경 쓰지 않으려면 돈 내고 쓰세요"라고 말해 결국 포기했다.
그 캡차가 어느 날 티스토리 에디터에서 사라졌다. 만세를 불렀던가?
요즘 캡차는 AI가 심화학습을 한 덕분에 예전처럼 이미지 호출하거나 텍스트를 적는 방식이 아니라고 한다. 캡차 화면에서 그나마 안도하게 만들었던 "'나는 휴먼(???)입니다' 체크박스 한 번 클릭" 수준을 넘어 아예 캡차 화면을 보여주지 않는 식으로 진화했다. 휴. 그럼 나야 좋지.
그렇게 캡차 고민 없이 사나 했는데...
브래드 멜다우 Brad Mehldau가 내년에 발표한다는 새 앨범 [Your Mother Should Know: Brad Mehldau Plays The Beatles] (Nonesuch, 2023) 커버를 보는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건...
"횡단보도 이미지가 아닌 것을 선택하시오?"
또는
"횡단보도가 보이는 이미지를 모두 선택하시오"
와... 논서치 레이블 디자인 담당님. 도대체 왜 이런 겁니까!
이런 디자인은 같은 레이블 메이트인 크로노스 쿼텟 Kronos Quartet의 미니멀리즘 음반에나 쓰셔야죠... 비틀즈 음악하고 어울리지 않는다고요! 브래드 멜다우가 피아니스트라고 동네방네 소문내야 해서 흑백 피아노 건반 같은 횡단보도 이미지를 썼어요?? 아유, 저처럼 재즈 모르는 사람도 브래드 멜다우가 피아니스트라는 건 알아요!!! 그냥 피아노 건반을 찍지, 왜, 왜, 왜!! 흑.